서적소개
세일즈 로봇 최악의 날
프리츠 라이버 / 위즈덤커넥트 / 2020.10.19
- 핵 전쟁의 공포와 로봇 등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의 발전. 두 가지 요소가 숙련된 솜씨로 어우러진 단편 SF
자동판매기에 자율형 로봇 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로비. 혼자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고 판매하는 세일즈 로봇인 로비가 거리에 등장하자 사람들이 몰려든다.
호기심이 가득 한 눈빛으로 로비와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 그러나 로봇이라는 위화감 때문인지 로비의 영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마침내 사람들을 감동시킬 영업 기술을 선보이는 로비. 그러나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면서 로비의 영업은 또다시 실패한다.
○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 저자소개 : 프리츠 라이버
프리츠 로이터 라이버 주니어 (Fritz Reuter Leiber, Jr, 1910 ~ 1992)는 미국의 판타지, 공포, SF 소설가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시를 쓰기도 했고,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희곡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의 체스 실력은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출중하기도 했다.
그는 “칼과 마법 판타지”라는 쟝르 이름을 창조했으며, 해당 쟝르가 확립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역자: TR 클럽
2014년, 활동을 시작한 TR 클럽의 구성원은 인문학과 공학 등을 전공한 전문 직업인들로, 모두 5년 이상의 유학 또는 현지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관심을 가진 도서와 컨텐츠가 국내에서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 IT 벤처기업가, 출판 및 서점 편집자, 대학 교원, 음악 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바탕으로, 본인들의 외국어 능력과 직업적 특기를 기반으로, 모던한 컨텐츠 번역을 추구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사무용 건물의 커다란 밝은 문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휙휙거리는 공기 소리가 났다. 로비가 타임 스퀘어 쪽으로 미끄러지듯 나갔다. 15미터 높이의 옷 광고판 속 여자가 옷을 입는 것을 보거나 러시아 – 동아시아 연합 전쟁의 휴전 협상에 대한 최신 기사가 1미터 길이의 판에서 한 글자씩 찍히는 것을 보고 있던 군중들이 서둘러 로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비는 여전히 신기한 물건이었다. 로비는 재미있는 물건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로비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로비를 자랑스럽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의 감정은, 분홍색의 플라스틱 여자 거인 이상의 수준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 여자 거인은 눈앞에 사람들이 있든 없든 거리가 텅 비어 있든 없든 쉬지 않고 옷을 입고 벗었다. 그러면서 그 거인은 푸른색의 기계 눈동자를 깜빡이는 법도 없었다. 하지만 로비가 일거리를 찾아서 밖으로 나섰을 때, 그 여자 거인은 충분한 일거리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로비는 자동판매기의 발전이 이끌어낸 논리적 귀결이었다. 초기 자동판매기들은 한 장소에 머물러 서 있었다. 바닥에 서 있거나 벽에 매달려 동전을 넣으면 아무 생각 없이 상품을 내줬다. 반면에 로비는 손님을 찾아 움직였다. 그는, 슐라 자판기 회사가 제작된 영업용 로봇의 다양한 유형을 대표하는 시연용 모델이었다. 그는 움직이는 자동판매기 로봇으로서 대중에게 주식을 팔기 위한 용도였다. 그렇게 판매된 주식은 다른 로봇들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로비가 이끌어낸 인기와 명성은 상당한 양의 투자를 유치했다. 로비가 물건을 판매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TV와 신문을 보는 것 자체는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본인에게 로비가 접근해서 물건을 팔려고 시도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점에서는 불쾌했다. 로비가 접근해서 상품 판매를 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달러에서 500달러 정도의 주식을 구매했다. 세일즈 로봇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지역의 거리 전체와 고속도로를 뒤덮을 것이라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주식을 모두 구매했다.
…
로비가 기계 눈동자로 몰려 있는 사람들을 탐색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가 멈췄다. 꼼꼼하게 내장된 시간 계산기를 사용한 로비가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고조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아, 이거 봐, 엄마. 이건 로봇처럼 생기지 않았어.” 어린아이가 말했다.
“이건 마치 거북이 같아 보여.”
그 어린아이의 말이 완벽하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로비의 몸체 아래쪽은 철제로 만든 반구 형태였고, 그것은 부드러운 고무 재질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몸체 아래쪽은 바닥에 거의 닿지 않았다. 몸체 위쪽은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강철 상자였다. 그 상자는 좌우로 회전되고 위아래로 숙여질 수 있었다.
크롬 재질의 밝은색을 띤 덮개가 사방으로 활짝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탑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 출판사 서평
- 추천평
“핵 전쟁 또는 핵 폭발에 의해서 인류가 절멸되는 공포, 그에 대한 경고가 담긴 포스트 아포칼립스 단편이다. 훌륭한 줄거리와 설정을 가졌다.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의 여명이 터오는 것에 대한 작가의 풍자적 비판 의식이 날카로우면서도 매력적이다.” – chris aldrider, Goodreads 독자
“최초의 자율형 세일즈 로봇인 로비가 거리에 나선다. 하지만 그로서도 실제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간다. 굉장히 짧은 소설. 그 덕분에 줄거리의 비극성이 더욱 강조된다.” – libretucker, Goodreads 독자
- 저자 이모저모
프리츠 로이터 라이버 주니어 (Fritz Reuter Leiber, Jr, 1910 – 1992)는 미국의 판타지, 공포, SF 소설가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시를 쓰기도 했고,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희곡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의 체스 실력은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출중하기도 했다. 그는 “칼과 마법 판타지”라는 쟝르 이름을 창조했으며, 해당 쟝르가 확립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라이버는 1910년 시카고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는 대학교 입학 직전인 1928년, 아버지와 어머니의 극단 (프리츠 라이버 극단)을 따라서 셰익스피어 공연의 전국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극단을 따라다닌 경험은 그의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1932년, 라이버는 심리학과 생리학,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특이하게도, 신학자 (또는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1933년부터 시카고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철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결국 석사 과정을 마치지는 못하지만, 그는 그동안에도 부모님을 따라서 극단 생활을 하면서 작은 배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라이버는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 당시에 6 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완성했지만 발표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 라이버의 경력은 주로 연기 쪽에 머물렀으며, 아버지를 따라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36년, 라이버는 H. P. 러브크래프트와 편지 교환을 시작하게 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1936년 존퀼 스티븐스와 결혼한 그는, 1938년 외동 아들을 낳았다. 그동안 그의 직업은, “연합 출판사 Consolidated Book Publishing”에서 백과사전을 쓰는 작가였다. 1939년, “미지 Unknown” 라는 대중 잡지에 “두 가지 모험 Two Sought Adventure”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1941년 가족을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라이버는, 대학교에서 연설과 연극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그는 징병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에 대한 싸움에 동참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군용기를 생산하던 “더글러스 항공사”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전투기의 품질 검사를 담당했다. 그러는 중에도 그는 간간히 잡지에 소설 등을 투고하는 등 집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1945년, 시카고의 “과학 요약 Science Digest”에서 편집자로서의 일자리를 구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다양한 소설을 발표했다. 1947년, 그는 첫 단편집인 “밤의 검은 요원들 Night’s Black Agents”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판타지와 공포 소설의 경계선에 놓인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1950년에는 SF 소설인 “모여라, 어둠아 Gather, Darkness”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과학자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제 2차 원자력 시대를 그리는데, 이 시대는 곧이어, 마법이 횡행하는 어둠의 시대에 의해서 대체된다.
1958년, 라이버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데, 그 이유는 잡지사 일을 하지 않고도, 전업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1960년대가 라이버의 작품 활동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1964년에는, “방랑자 The Wanderer”가 휴고 최고 소설상을 수상했다. 지구의 공전 궤도 상에 생겨난 인공 행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공포와 스릴러과 결합된 라이버 스타일의 SF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인공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서 달이 빨려 들어 가고, 지구에서는 대형 지진과 쓰나미, 과도한 조류가 형성된다. 주인공들은 이러한 재난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노력을 벌이게 된다.
1969년, 부인이 사망하면서, 라이버는 정신적 침체기에 돌입하게 되고,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죽기까지 그를 괴롭힌 알코올 중독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물론 약물과 재활 치료 등을 통해서 알코올 중독을 통제하기도 했으나, 중독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지속되었다.
어느 정도 재활에 성공한 그는, 예전에 추구했던 판타지 세계를 현대 도시로 옮겨 놓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 대표작이 “암흑의 부인 Our Lady of Darkness” 였는데, 부인의 죽음과 자신의 중독증, 잦은 질병 등을 겪은 작가가 슬픔을 기이한 이야기로서 풀어 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한 문제는 1970년대 내내 그를 가난 속에 몰아 넣었다. 그래서 싱크대에 타자기를 올려 놓고 글을 쓰고, 호텔의 작은 방에서 수없이 많은 책들과 같이 지내기도 했다. 물론, 그의 공포 판타지 시리즈인 “파흐르드와 그레이 마우저” 등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꽤 긴 기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라이버가 생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파흐르드와 그레이 마우저”는 1939년에 발표된 처녀작에서부터 시작되어 5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집필되어온 거대한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랑크마르라는 환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영웅들이 벌이는 일련의 판타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파흐르드는 라이버 자신의 창작이지만, 그레이 마우저는 그의 친구인, 해리 오토 피숴 Harry Otto Fischer에 의해서 창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작가는 편지를 통해서 작품을 창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시리즈는 “칼과 마법”으로 분류되는 판타지 쟝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전투와 어드벤처 등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용과 마법사, 기사, 야만의 싸움꾼 등 현재 해당 쟝르의 전형이 이 작품들을 통해서 제시되었다. 또한, 두 영웅이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서 성장하고, 특별한 기술을 익히며, 결국에는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플롯은 “칼과 마법” 쟝르의 전형이 되었다.
한편, 라이버의 작품 중 유명한 것들은 대부분 단편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기 유령 The Smoke Ghost”과 “굶주린 눈을 한 소녀 The Girl With the Hungry Eyes”, “당신은 혼자다 You’re All Alone” 같은 공포 소설들은 현대 도시형 공포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공포 소설가, 램지 캠벨의 경우, 라이버가 “유일하게 현대 공포 소설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라이버는 SF 소설 영역에서 재귀형의 줄거리를 통해서 SF 의 전통적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아시모프의 로봇 3 규칙에 대항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용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업운이 안좋은 날 A Bad Day For Sales”) 이 소설에서, 그는 로봇과 자동화가 구현된 사회를 묵시록적으로 그리면서, 인간의 통제 가능성에 대해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1975년, 그는 세계 SF 대회에서 간달프 그랜드 마스터에 헌액되었고, 1976년에는 세계 판타지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전미 SF 작가협회로부터 5 번째 그랜드 마스터로 헌액되었다.
1992년, 죽기 직전 시인이자 비평가인 마르고 스키너와 결혼한 라이버는 비교적 건강하게 말년을 보냈다. 1997년, 캐나다에서 열린 SF 대회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쓰러진 라이버는 몇 주일 동안 혼수 상태에 있다가 샌 프란시스코에서 사망했다. 자서전 성격의 에세이, “너무 많지 않은 질병과 너무 이르지 않은 섹스 Not So Much of Disorders and Not So Early Sex”가 1984년 작품집의 일부로 발표되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