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상 기후로 몸살
최근 세계 곳곳 기록적인 폭우, 폭염, 모래폭풍 등 동시다발 이어져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이다. 5월 9일 현재 한 달 사이에 기록적인 폭우, 폭염, 모래폭풍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서 중동,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에 걸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먼저 지난 4월 16일 (현지시간) 두바이에서는 1년 치 비가 12시간 동안 쏟아지며 도심 곳곳이 침수됐고, 인근 국가인 오만 역시 이례적인 폭우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일주일 뒤인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때아닌 모래 폭풍으로 ‘화성’처럼 변하기도 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북아프리카 리비아와 지중해를 건너 아테네까지 닿은 것이다.
아프리카 동부 케냐에서는 지난달부터 내린 폭우로 최소 228명이 사망하고 72명이 실종됐다. 국립기상청 기후예측센터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에는 평년보다 최대 6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남미 브라질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90명이 사망하고 130여명이 실종됐으며, 약 15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동서남아시아 각국에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방글라데시아 수도 다카는 최근 기온이 40.6도까지 치솟으며 5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태국, 베트남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폭염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역대 고온 기록을 넘어서는 최악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고온 기록을 추적해 온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헤레라에 따르면 이번달 첫 5일 동안 70개 지역에서 폭염 기록이 경신됐다.
남미 국가인 브라질에는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발생했다. 브라질 남부 히우그랑지두수주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도시 절반이 물에 잠겼다. 축구장이 잠기고 비행기까지 떠다닐 정도였다. 반대로 브라질 북부 지역에는 폭염·가뭄이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세계 최대 규모 선거를 치르고 있는 인도에서는 최고기온이 43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투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3~4%포인트가량 떨어졌고, 뉴스 앵커가 생방송 중 실신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상 기후가 관측됐다. 5월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평균기온은 14.9도로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평균 일최고기온도 평년값보다 2.5도 높은 21.1도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린이날 연휴에는 때아닌 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규칙한 날씨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역시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 고온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가 머금고 있는 습기가 더 많아져 폭우가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엘니뇨 현상 등 자연적 요인이 작용한 점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이상 기상 현상의 주범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너선 오버펙 미국 미시간대학 환경학과 교수는 “지난 11개월 동안 지구온난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까지 이상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4년도 기후 재난으로 인류가 고통받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상 현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 정비 작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도시 대부분이 20세기에 설계돼 당시의 기온과 강수량 변동 폭을 넘어선 재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기후과학자 앤드루 데슬러는 “지금 우리는 20세기의 기후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면서 “날씨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인류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