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조지훈 평전 : 지조의 시인·한국학자
김삼웅 / 지식산업사 / 2024.4.15
– 먼동이 트기 직전, 어둠을 걷은 지조의 시인
이 책은 그간 문학분야에 집중되어 왔던 조지훈 선생의 일면을 조명한 글이다. 조지훈 선생은 〈승무僧舞〉를 비롯하여 〈고풍의상〉, 〈봉황수〉, 〈낙화〉, 〈바위송〉 등 수 많은 절창을 쓴 시인이면서도, 한국학자이자 논객으로 활동한 복합적 지식인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큰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문인·지식인들이 친일로 훼절을 할 때 청년 조지훈은 오대산으로 들어가 청절한 지조를 지켜냈다. 또 자유당정권 말기에는 공명선거 전국위원회 중앙위원으로 반독재투쟁의 선두에 섰을 뿐 아니라, 이어지는 4.19혁명에서는 청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조지훈 선생은 풍류문인과 학자, 논객으로 호방하게 살다가 48세의 짧은 생애를 접었다. 민주와 공화 그리고 정의 대신 ‘법치’ 만이 나부끼는 다시 암울한 이 시대, 지성을 갉아먹는 지식인들이 소 갈 데 말 갈 데 가리지 않고, 권력이 부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교수·언론인이 줄을 서는 이 시대에, 그리고 추하게 빛바래지는 시인·문인들이 넘치는 시절에, 조지훈 선생과 같은 기개 있는 지식인을 기대하면서 짧지만 깊고 넓었던 삶과 사유의 족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들어가면서 ····4
1. 출생과 성장 ·····13
2. ‘문장’지 통해 시단에 데뷔 ·····21
3. 일제 말기 암흑 속에서 ·····35
4. 해방공간의 시작과 문단 활동 ······51
5. 민족진영의 순수시 계열에서 ······68
6. 종군작가단으로 6.25 참전 ·····81
7. 전후 서울에서 문학에 전념하다 ····103
8. 술과 멋을 아는 풍류 문인 ·····119
9. 격조 있는 유머·위트의 대가 ·····128
10. 자유당 말기 의미 있는 활동 ·····136
11. 자유당 말기의 짙은 어둠 속에서 ·····149
12. 4월혁명의 불쏘시개 노릇 ·····166
13. 4월혁명 직후의 논객활동(1) ····182
14. 4월혁명 직후의 논객활동(2) ····193
15. 박정희쿠데타 초기의 문필활동 ····207
16. 군정비판 논설 쓰고 ‘민족문화연구소’ 소장 취임 ····218
17. 혼란기 정국에 제시한 청신한 마중물 ·····234
18. 국학연구에 많은 업적 남기다 ····249
19. 한일 ‘굴욕회담’ 시기의 예리한 필봉 ····263
20. 선열 기리는 시문과 비문 지어 ····280
21. 영면과 추모사업 ·····291
22. 평가와 기억 ·····308
○ 저자소개 : 김삼웅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 주필을 거쳐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문화론을 가르쳤으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친일파 재산환수위원회’ 자문위원,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바른 역사 찾기에 힘써왔고, 독립기념관장(2004~2008)을 거쳐 현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큰 관심을 두고 많은 책을 썼으며, 특히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들의 평전을 다수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 《백범 김구 평전》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단재 신채호 평전》 《만해 한용운 평전》 《안중근 평전》 《안창호 평전》 《홍범도 평전》 《김근태 평전》 《몽양 여운형 평전》 《조소앙 평전》 《나는 박열이다》 《신영복 평전》 《3·1 혁명과 임시정부》 《장일순 평전》 《의열단, 항일의 불꽃》 《꺼지지 않는 오월의 불꽃: 5·18 광주혈사》 《이승만 평전》 《박정희 평전》 《김영삼 평전》 《김대중 평전》 《김재규 장군 평전》 《다산 정약용 평전》 《겨레의 노래 아리랑》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이 “행동하는 양심” 테제에서 ‘행동’은 ‘양심’만큼 중요하다. 여기에다 메이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에 서는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써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음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영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지조론 중에서
조지훈은 이 허름한 집에 ‘방우산장放牛山莊’ 이란 고담한 이름을 지었다. 그는 ‘방우’라는 불교의 용어를 무척 좋아하였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지내던 시절 거처하던 방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문인은 누구라도 자신의 서재를 갖고 싶어 하겠지만, 조지훈은 특히 심했다. 물욕이나 권세욕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청절한 선비였던 그는 유독 아담한 서재를 갖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이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지훈이 그리던 ‘서재’의 모습이다. 108쪽
연대기적으로 1959년에 조지훈은 많은 활동을 하고 저술을 남겼다. 민권수호국민총연맹 등 활동 그리고 《시의 원리》개정판에 이어 제4시집 《역사 앞에서》와 수상집 《시와 인생》, 또 번역서 《채근담菜根潭》을 간행하였다. 재론이지만, 그의 본령은 문인이고, 문인 가운데서도 활동력이 있는 문인이다. 왕성한 필력으로 고금古今을 넘나들었다. 149쪽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지조에 있었고 가장 큰 악덕은 변절이었다.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에 매수되거나 돈에 팔려간 정치인은 패륜아로 다루어졌다. 정치인의 변절행위는 장엄한 4.19 혁명의 시발점인 마산의거의 한 계기가 될 만큼 휘발성이 강한 도덕률이었다.
조지훈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의 거듭되는 변절행태를 지켜보면서 2월 15일 〈지조론〉을 썼다. ‘변절자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지조론〉은 《새벽》 3월호 24~29쪽의 권두논설로 실렸다. 조지훈은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167쪽
○ 출판사 서평
– 먼동이 트기 직전, 어둠을 걷은 지조의 시인
조지훈 선생은 특출한 시인이고 저명한 대학교수였다. 교과서에 실려있던 〈승무僧舞〉를 비롯하여 〈고풍의상〉, 〈봉황수〉, 〈낙화〉, 〈바위송〉 등 한국 시문학사에 고딕체로 기록되는 다수의 시를 짓고, 민족운동사와 국학 관련의 글을 썼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어학회의 《큰사전》 편찬위원으로 들어가 사전 편찬사업을 하다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었다. 수많은 문인·지식인들이 친일로 훼절을 할 때 청년 조지훈은 오대산으로 들어가 청절한 지조를 지켜냈다. 그래서 〈지조론〉을 쓸 수 있는 지식인이 되었다.
수없는 절창을 쓴 그는 시인만이 아니었다. 《한국민족운동사》, 《한국문화사서설》, 《한국학연구》등의 다양한 학문적 업적과 사상계편집위원, 자유당정권 말기에는 민권수호국민총연맹 중앙위원, 공명선거 전국위원회 중앙위원으로 반독재투쟁의 선두에 섰다. 4.19혁명의 정신적 지주의 한 사람이었던 조지훈 선생은 4월혁명이 성공한 뒤 《고대신문》 1면에 독재와 싸우다 희생된 제자들에게 바치는 헌시를 썼다.
이제까지 조지훈 선생에 관한 많은 연구 논문과 저술이 주로 문학분야에 집중되고 있는데, 그는 실상 시인이면서 학자이고 논객으로 활동한 복합적인 지식인이었다. 한말의 논객 매천 황현과 일제강점기의 논객 단재 신채호,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불타정신을 잇는 당대의 일류논객이었고 풍류 지성인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비판하여 한때 ‘정치교수’로 몰리기도 했으나, 그는 결코 정파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다. 그래서 독재정권을 비판하면서 〈우국의 서〉를 쓰고, 기백을 잃은 청년들에게 〈큰일 위해 죽음을 공부하라〉고 갈파하고, 지식인들의 나약성과 훼절행위를 엄중히 비판하였다. ‘큰일 위해’의 글에서는 “내가 죽음을 공부하라는 것은 군중 속에 휩싸여서 군중과 함께 여러 사람에 쌓여서 죽는 공부가 아니라 혼자서라도 죽을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고 심오한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조지훈 선생은 풍류문인과 학자, 논객으로 호방하게 살다가 48세의 짧은 생애를 접었다. 민주와 공화 그리고 정의 대신 ‘법치’ 만이 나부끼는 다시 암울한 이 시대, 지성을 갉아먹는 지식인들이 소 갈 데 말 갈 데 가리지 않고, 권력이 부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교수·언론인이 줄을 서는 이 시대에, 그리고 추하게 빛바래지는 시인·문인들이 넘치는 시절에, 이 책은 조지훈 선생과 같은 기개 있는 지식인을 기대하면서 짧지만 깊고 넓었던 삶과 사유의 족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