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활자잔혹극
원제 : A Judgement In Stone
루스 렌들 / 북스피어 / 202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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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타인을 혐오하는지 고찰함으로써 고전의 반열에 오른 추리소설!
『활자잔혹극』은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도발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누가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를 작가가 처음부터 밝혀버린 것이다.
범죄의 동기는 황당하다. 범인은 글을 읽고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즉 자신이 문맹임을 감추기 위해 한 가족을 무참히 살해했다. 문맹이란 그토록 부끄러운 일인가? 사람을 죽일 만큼?
영국 범죄소설 작가협회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골드 대거 상과 미국 추리소설 작가협회가 수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 루스 렌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행위를 고찰함으로써 문맹이 인격 형성에 미치는 피해를 보여준다.
아울러 활자에 대한 턱없는 신뢰와 교만을 피할 수 있도록 책에 코를 박은 채 타자나 현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탐서가의 병폐도 함께 질책하고 있다.
직업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성실하지만 글자를 모르는 하우스키퍼와, 책으로 둘러싸인 저택에 살며 넘치는 교양과 학식을 자랑하던 어느 가족의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은 파국을 향해 치달으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 목차
활자잔혹극 — 7
역자 후기 이동윤 — 299
발문: 문맹과 문해 사이 장정일 —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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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루스 렌들 (Ruth Rendell, Barbara Vine, 바바라 바인)
1930년 런던 출생, ‘루스 렌델’, ‘바바라 바인’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한다.
1964년 첫 작품을 발표했고, 작가로서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를 받은 영국 최고의 스릴러 작가이다.
루스 렌델로 발표한 『살아있는 육체』(1986년), 바바라 바인으로 발표한 『치명적 반전』(1987년)과 『솔로몬의 카펫』(1991년)으로 영국 최고의 스릴러 소설에게 주는 <골드 대거상>을 현재까지 유일하게 3회 수상한 작가이다.
일생 동안 스릴러 소설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1991년에 수상했고, 2005년에는 <골드 대거>를 수상한 소설 중에서 최고의 소설에 수여하는 상을 『치명적 반전』으로 수상했다.
미국에서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3회 수상했고, <내셔널 북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단편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이다.
루스 렌델 (Ruth Rendell)은 2015년 5월 2일, 영국 런던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 역자 : 이동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미스터리 애독자인 그는 고전부터 현대, 본격 추리부터 코지까지 폭넓은 미스터리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번역가의 길을 선택했다.
옮긴 책으로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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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여파로 그녀의 무능력은 한 가족과 몇 안 되는 마을 주민에게는 물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그녀의 뒤틀린 마음 한구석에서도, 어떤 이득도 없으리라는 생각은 줄곧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이자 공범이었던 이와는 달리,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20세기 여성으로 가장한 원시인이라 생각하면, 그녀는 극도로 정상적인 정신 상태였다고 할 수 있으리라. — p.7
이웃 사람이 신문이라도 들고 찾아와 유니스에게 건네주면, 그는 작게 인쇄된 활자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읽지. 이 아이 눈을 망가뜨릴 셈이야?˝ 유니스의 좁은 인간 관계 내에서는 그녀가 시력이 나쁘다고 알려져 있었고, 교육을 받지 못한 문맹으로서 글을 아는 척할 때 이러한 해결책을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다.
˝못 읽는다고요? 글씨가 안 보인다는 말이죠?˝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글을 읽는 법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점차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글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가르쳐 줄 사람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빌미를 제공할 뿐이었다. 그녀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을피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로 이런 식으로 남을 피하거나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동은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녀가 인간을 혐오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는 반쯤 잊힌 채. — p,67
커버데일 가족은 참견꾼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선의를 품고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었다. 타인에 대한 품평을 양해해 준다면, 자일즈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p.75
잡담을 나눈 일은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조앤 스미스야말로 그녀와 가장 잘 지낼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녀를 교회로 데려가려는 기미가 보이는 건 자신의 인생에 참견하려는 듯해서 싫었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그들의 대화에서 특별히 위안이 되는 점을 발견했다. 활자에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도 끼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 p.104
각자 속으로는 상대의 모습이 바보 같다고 여겼지만, 이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지지는 않았다. 우정이란 때로는 자신이 다른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할 때 가장 돈독해지곤 한다. 유니스는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조앤은 굉장히 똑똑하니 자신이 무언가를 읽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면 언제든지 도움이 되리라 여겼다. 하지만 멍청한 새끼 양의 털을 뒤집어쓴 꼴을 하고있는데다, 집안일에 대해서는 기대할 게 없고 행실도 지저분한여자라고 생각했다. 조앤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유니스를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141
그리하여 그날 저녁 멜린다는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와 의붓어머니, 의붓동생까지 죽음으로 곧장 몰아넣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이유는 그녀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만큼, 세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멜린다는 자신의 사랑에 고무되어 사랑과 행복을 하사하려 했지만, 그 대상이 유니스 파치먼이었다는 사실은 비극이었다. —p.170
재클린은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조지처럼안 좋은 말만 하는구나. 난 하인이랑 친구가 될 생각은 없어.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능한데다 쓸데없이 나서지 않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해. 그녀는 자신이 할 일을 분명하게 알고 있단다.˝
˝보아뱀도 그렇죠.˝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왔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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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잔혹극 개관
- 개요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Eunice Parchman killed the Coverdale family because she could not read or write”
영국 여성 추리작가 루스 렌델이 1977년 발표한 범죄 미스터리 소설.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다.
부르주아 집안인 커버데일 일가의 가정부로 들어간 사이코패스 유니스와 그녀의 친구 조앤이 어떻게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하게 되는지 다루고 있다.
- 내용
유니스 파치먼은 문맹이지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니스는 살인을 한 번 저질렀고, 지속적인 공갈도 여러 차례 행했지만 아무에게도 탄로 나지 않고 자신만의 조그마한 세계에서 안온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왜 굳이 커버데일 가족의 입주 가정부로 들어갔을까? 책은 작품 끝까지 긴장감과 읽는 묘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활자 잔혹극』은 루스 렌델이 왜 영국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거장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평가
1970년대 영국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 계급 간의 대립을 기반으로 범죄자들의 이상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판보다는 훨씬 냉정하고 이상심리물이라는 평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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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The Housekeeper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TV 드라마화된적이 있으며, 프랑스에서 클로드 샤브롤이 의식(영화)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다.
대중적으로는 샤브롤의 영화가 유명하다.
렌델 본인은 샤브롤 영화판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1992년에 고려원에서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었고 1996년, 1998년에 재판했다.
이후 절판 상태였다가 북스피어에서 <활자 잔혹극>의 제목으로 2011년 복간하고 2024년 다시 개정판으로 발간되었다.
○ 추천평
나는 문자 중독자다. 나에게 문자는 기쁨이고, 책은 축복이다. 그런데 활자 잔혹극이라니. 이미 문자에 잔뜩 찌든 우리가 문자 없는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을 죽였다는 책의 첫 문장이 궤변이라 느껴진다. 하지만 문자는 당연하지 않다. 우리가 무엇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렇지 않은 것은 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누군가에게는 굴욕과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궤변 같은 첫 문장을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혐오의 시대를 극복하는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 김상욱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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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