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하려면
아는 동네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 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베풀기를 잘하고 자신의 공간도 잘 오픈하고 자신의 삶도 잘 풀어내시는 분이셨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본받을 이야기가 참 많이 있었다.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그 분을 피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분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가면 빨리 지나쳐 버리고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최대한 짧게 하고 변명을 하다시피 하며 그 분을 떠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 분이 나쁜 분도 아닌데 피하고 마는 그런 내 자신이 싫어서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내가 내릴 수 있던 결론은 그것이었다. 그 분을 만나면 그 분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10분이면 10분, 30분이면 30분, 한 시간이면 한 시간을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시간을 다 할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하면 금방 관심을 꺼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열심히 나누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이 닫혀 버리고 그 분과 있으면 그냥 들어주기만 하였던 것이다. 결국, 대화가 아닌 일방통행으로만 이어지는 나눔이 되고 말았기에 나는 그 분과의 대화가 즐겁지 않았고 급기야 그 분과의 만남을 회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능한 상담자’책을 쓰신 시카고 로욜라 대학의 제럴드 에건 박사님은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는 번갈아 가며 말하기다. 대화는 혼자서 이루어 지지 않고 쌍방간에 이루어지기에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비율은 50: 50 이지만 그런 비율이 없더라도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을 때 서로를 알게 되고 또 이해한 것을 통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며 서로의 관심사로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초두에 말한 이야기의 예는 이러한 번갈아 가며 말하기라는 진정한 대화의 요건이 충족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관련 있는 대화 하기다. 사람들은 서로의 관심사에 반응을 보일 때 그것에서 흥미를 느끼며 공감대를 느낀다. 두 사람이 각각 마치 상대방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게 되면 그 안에서는 교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남녀가 연애 시절에는 최대한 서로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가능한 관련 있는 것들을 만들어 연결함으로 상대방과 서로 통한다고 느끼며 만족된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결혼 이후, 상대의 관심사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거나 그것에 연결하며 관련있는 대화를 하는 것을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의 결과로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부가 된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부부가 지속적인 행복한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 좋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 중의 한 가지 방법이 상대방의 말에 서로 연결하여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대화를 연결하여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하고 상대가 말한 내용에 비추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부뿐 아니라 의미 있는 대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관련 있는 대화를 시도해 보는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세 번째로는 상호 영향이다. 여기에서의 상호영향은 대화를 나눔에 있어서 마음을 여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나 닫힌 마음을 가지고는 서로를 통해서 영향을 주고 받는 좋은 대화를 실행하기가 어렵다. 언젠가 존경하는 한 분이 자신은 바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말을 들었다. 사람을 향해 진정으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인간은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을 대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귀한 사람 또는 천한 사람 등의 판단의 잣대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열린 마음으로 판단없이 개방성을 가지고 대하면 거기에서는 서로의 영향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거기에서 상호 영향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존 가트만은 건강한 부부들은 서로의 영향력을 잘 주고 받는 데 특히, 남편들이 아내의 영향력을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상호 영향력을 주고 받음으로 축복을 누리는 부부들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대화의 마지막 조건은 결과의 공동산출이다. 좋은 대화는 대화 당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 그런데, 좋은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화를 했지만 대화 후에 마음에 씁쓸함을 가져다 준다. 한 여성 분이 자신은 또래 엄마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것에 가기가 싫다고 했다.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본인이 가기 싫은 이유는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의미가 없는 대화들이었다는 것이다. 남편 험담, 자녀 자랑 또는 헛된 정보들로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깊은 교감이 일어나거나 위로를 받거나 또는 새로운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삶의 희망이 솟아 오르게 될 때 그 대화는 서로에게 생명을 가져다 주는 유익이 된다. 필자가 일하는 호주 기독교 대학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에서는 진정한 대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대화 훈련을 많이 시킨다. 대부분의 대화는 소그룹에서 이루어지는 데 그 소그룹에서는 서로의 말을 깊이 공감하고 들어 주며 또 문제의 상황을 탐색하기도 하고 보지 못하는 맹점에 도전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소그룹을 한 학생들의 표정의 변화다. 소그룹을 하기 전에는 침울하고 마음이 어두웠던 분들이 소그룹을 하고 난 후 표정이 훨씬 더 밝아 있고 편안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의 이유는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의미있는 결과가 공동산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수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의 많은 부분들이 연기처럼 의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들과 진정한 대화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어 생명을 나누는 일을 해서 축복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