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Requiem) / 미사곡 / 진혼곡 / 진혼미사곡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곡을 말한다. 라틴어로 ‘안식(安息)’이란 뜻이다[requiem은 안식을 뜻하는 라틴어 requies의 대격]. 미사곡의 일종으로 정식명은 ‘위령미사곡’(Missa pro defunctis), 즉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지만, 제일 처음에 흐르는 입당송(Introitus) 가사의 첫마디가 ‘Requiem æternam(영원한 안식을) …’으로 시작되는 데서 ‘레퀴엠'(Requiem)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연(煉)미사곡, 진혼곡(鎭魂曲), 진혼미사곡 등으로 번역되어 쓰이기도 한다.
통상의 미사는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찬미받으소서(Benedi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로 이뤄지는 게 보통인데 레퀴엠은 글로리아와 크레도를 제외하고 작곡자에 따라 부속가(Sequentia, 진노의 날(Dies Irae)부터 눈물의 날(Lacrimosa)까지), 리베라 메(Libera me), 인 파라디숨(In paradisium)을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옛날부터 가톨릭교회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로 불리었으나 15세기부터는 다성부로 된 레퀴엠도 나타났다. 가장 오래된 다성부 레퀴엠은 다성음악의 선구자로 유명한 뒤파이가 작곡한 레퀴엠이다.
1563년의 트렌트 공의회는 레퀴엠에 입당송과 진노의 날(Dies Irae)을 쓰는 것을 허용함에 따라 1620년대까지 70여곡의 레퀴엠이 작곡되었다. 또 1600년 이후는 독창·합창·관현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작품도 만들어졌는데 비버나 캉프레의 레퀴엠이 이 시대의 대표적 작품들이다.
이후 모차르트(미완성), 케루비니의 레퀴엠이 등장했는데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대규모의 관현악과 독창, 합창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걸작으로 레퀴엠의 전형을 만들었다. 특히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다 사망한 일 때문에 레퀴엠 하면 모차르트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그의 의문사 및 음모론 관련 떡밥으로도 쓰인다. 또한 케루비니의 레퀴엠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규모 연주회용 레퀴엠을 예감하게 하는 걸작이다.
낭만주의 시대가 되자 미사 음악 장르는 쇠퇴했지만 레퀴엠은 죽음이라는 주제의 심각성과 특유의 낭만성으로 인해 많은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작곡했다. 무려 620여곡의 레퀴엠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작곡되었을 정도다. 이시기의 레퀴엠은 엑토르 베를리오즈, 주세페 베르디, 가브리엘 포레, 안토닌 드보르자크, 카미유 생상스, 안톤 브루크너 등의 작품이 유명하며 베를리오즈와 베르디는 오페라의 특징을 도입한 뛰어난 걸작 레퀴엠을 남겼다. 한편으로 루터의 독일어 성서에서 가사를 발췌한 독일 레퀴엠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론 브람스의 작품이 유명하다.
20세기 이후로는 레퀴엠 전례문을 쓰지 않고 다른 시인의 시나 가사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레퀴엠들이 나타났다. 파울 힌데미트와 벤저민 브리튼, 리게티 죄르지의 레퀴엠이 현대 레퀴엠의 걸작으로 꼽힌다. 원래는 뮤지컬 전문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도 전통적인 양식에 따른 레퀴엠을 작곡한 바 있다.
– 대표적인 레퀴엠들

토마스 루이스 데 빅토리아의 입당송(Introitus)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입당송
그레고리안 성가 레퀴엠 초입경 층계경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K.626
케루비니 레퀴엠 C단조
베를리오즈 레퀴엠 Op.5
베르디 레퀴엠
드보르자크 레퀴엠 B플랫 단조
브루크너 레퀴엠 D단조
포레 레퀴엠 D단조 Op.48
브람스 독일 레퀴엠 op.45
벤저민 브리튼 전쟁 레퀴엠
리게티 레퀴엠
스트라빈스키 찬송 레퀴엠

– Introitus (입당송) 가사
Requiem æternam dona eis, Domine,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
et lux perpetua luceat eis.
그리하여 영원한 빛이 저들에게 빛나길.
Verse: Te decet hymnus, Deus, in Sion,
Verse: 당신은 찬미받아 마땅하나이다, 시온의 하느님,
et tibi reddetur votum in Jerusalem.
당신께 드린 서원 예루살렘에서 지켜지리이다.
Exaudi orationem meam;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ad te omnis caro veniet.
당신께로 모든 육체가 나아가리이다.
「Graduale (화답송)」
Requiem æternam dona eis, Domine,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
et lux perpetua luceat eis.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Verse: In memoria aeterna erit iustus:
Verse: 의인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ab auditione mala non timebit.
그는 험담을 외포치 아니하리.

– 진혼 나팔곡에 붙여진 가사
Day is done
Gone the Sun
from the lakes, from the hills, from the sky
All is well
Safely rest
God is nigh
하루가 간다
물에서, 땅에서, 하늘에서
해가 진다
주께서 곁에 계시니
모든 것이 평안하며
편히 쉬리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