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進退兩難)과 사면초가 (四面楚歌), 그리고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고사성어 ‘진퇴양난’ (進退兩難)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소신이 서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일 수록 실감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고사성어 ‘사면초가’ (四面楚歌)는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흘러나오는 상황으로,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 (孤立無援) 상태를 이른다. ‘진퇴양난’ (進退兩難) 의 다음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사기 항우본기에서 유래한다. 항우가 해하에서 한군에 포위되었는데, 초나라군이 죽기살기로 덤벼들어 쉽게 기세가 꺾이지 않자, 어느날 한군이 초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울려퍼지게 했다.
이러자 고향과 가족 생각에 기세가 꺾인 초군에서 탈영병이 생겨났고, 한군에서 탈영하는 초군을 죽이지 않고 일부러 지나가게 해주자 탈영병의 규모는 삽시간에 늘어났다. 심지어 항우의 숙부인 항백, 처남인 우자기와 초군에서 항우 다음가는 장군인 종리말, 계포 등도 탈영했을 지경이었는데, 결국 초나라군에는 환초, 주란, 항장[2]과 800여명의 군사만이 남았다고 한다.
이에 항우는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가!” 하며 크게 놀라고 슬퍼했다. 이때 항우는 비통해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항우, ‘해하가’ (垓下歌)다. ‘역발산기개세’라는 첫 구절로도 유명하다.
力拔山兮氣蓋世 (역발산혜기개세)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도다.
時不利兮骓不逝 (시불리혜추불서) 하지만 시운이 불리하니 추(騅)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骓不逝兮可奈何 (추불서혜가나하) 추마저 나아가지 않으니 난 어찌해야 하는가.
虞兮虞兮奈若何 (우혜우혜내약하) 우희(虞姬)여, 우희여! 그대를 어찌하면 좋은가. _ 항우, ‘해하가’ (垓下歌)
항우가 노래를 부르자, 우희 (虞姬)도 답가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漢兵已略地 (한병이략지) 한군이 이미 천하를 다 빼았으매
四面楚歌聲 (사면초가성)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은 초나라의 노랫소리
大王義氣盡 (대왕의기진) 대왕의 의기가 다하셨다면
賤妾何聊生 (천첩하료생) 천첩이 살아서 무엇하리요. _ 우희, ‘해하가’ (虞姬歌)
결국 서초패왕 항우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차마 항우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사에는 이후 우미인에 대한 기록이 없다.
초한지에서는 우미인 자신이 항우의 걸림돌이 된다며 직후 자결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 홍길복 목사의 라틴어 인문학 (44) 중에서 _ 9월 24일자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아 프론테 프라에키피티움, 아 테르고 루피)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fronte, 앞, 전면, 이마, 영어로 front, fore, ahead
praecipitium, 낭떠러지, 절벽, 벼랑, 위기, 동사는 praecipito 떨어지다. 영어 cliff, precipice
tergo, 등, 뒤, 원형은 tergum 영어 back, rear, behind
lupi, 늑대, lupus, 영어 lupine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앞에는 벼랑, 뒤에는 늑대.
도망가는 사슴에게 앞에는 강, 뒤에는 호랑이가 있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이르는 말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도 어떤 곤란한 입장이나 처지가 닥쳐와서 선택이나 결정이 난감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고 뒤에는 늑대가 버티고 있다’
비슷한 말로는 ‘진퇴양난’이 있습니다. 나아갈 진, 물러날 퇴, 두 양, 어려울 난 이지요. 사면초가, 진퇴유곡, 진퇴무로 역시 비슷한 뜻으로 쓰이지요. 영어로는 보통 dilemma라고 하고, 더 적극적으로는 perfect storm이라고도 합니다.
하여튼 작게는, 약속 시간은 다 되었는데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상황에서 앞으로도 갈수 없고, 뒤로도 갈수 없는 처지나, 크게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렵게 힘든 한반도의 상황 같은 경우, 우리는 진퇴양난, 진퇴유곡,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앞에는 절벽이요, 뒤는 늑대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라는 이 라틴어는 단순히 어떤 어려운 상황이나 처지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격언이 아니라, 실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본질 중 하나를 이르는 말입니다.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는 존재이며 인간의 결정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라는 것을 깨우치는 말이 바로, 진퇴양난, 사면초가, 진퇴유곡이며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앞에는 절벽이요, 뒤에는 늑대라는 것입니다.
선택해야하는 인간, 결정해야하는 인간,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인간 – 이것이 인간의 실존입니다. 이는 단순히 ‘밥을 먹을 것이냐 국수를 먹을 것이냐’ 같은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지요. 우리는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정말 중대한 ‘결정의 순간’ ‘The hour of Decision’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진퇴양난 앞에서, 낭떠러지와 늑대 사이에서는 묘수를 찾지말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새우는 아무리 작아도 그 큰 바다에서 헤엄을 잘 하나니 그 이유는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음이라’
자, 이제 선생님께서는 정말 선택하고 결정하기가 난감한 상황에서는 어떤 원칙, 어떤 자세로 최종적 결심을 하십니까? 저 부터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느 것이 나에게 좀 더 유리하고 덜 손해가 될까?
어느 것이 내 양심의 소리일까?
어느 것이 보다 더 보편성을 지닌 상식과 교양일까?
어느 것이 내가 지닌 종교적 가르침이나 신앙에 더 가까운가?
A fronte praecipitium, a tergo lupi.
인생이란 늘 낭떠러지 앞에서 서성거리는 존재이며, 선택과 결정을 요청받으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오늘도 지혜로운 선택자들이 되시길 빕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