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자기만의 신 : 우리에게 아직 신은 존재할 수 있는가
울리히 벡 / 길 / 2013.11.18
울리히 벡의 사회학 에세이. 그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갈등과 분열의 첨예한 양상이 세계종교 차원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명쾌히 드러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테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불평등은 국민국가 내의 위계적 격차가 아니라 국민국가들 사이의 위계적 격차로 재정의한다. 그리고 불평등은 단순히 사회경제적 재화나 기회의 분배나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며, 이는 신자유주의라는 세계화의 경제 파고에 의해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역사적·종족적 ‘다름’과 관련된 ‘정치적인 것’은 경제와 국민국가의 범주로만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영혼과 같은 개인 내부의 ‘마음’을 재편하는 것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 목차
감사의 말
제1장 ‘자기만의 신’에 대한 일기: 에티 힐레줌, 비사회학적 도입부
1. 에티 힐레줌
2. 자기만의 삶,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신
제2장 신의 귀환과 유럽 근대성의 위기: 사회학적 서문
1. 종교 간의 차이와 세계사회의 문명적 개명
1) 세속화의 종말?
2) 비기독교 종교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화
3) 대중매체를 활용한 종교의 확산: 베네딕토 현상
4) 다양한 근대성, 다양한 세속화
2. 세계종교의 공존과 갈등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들: 세계종교의 갈등을 문명적으로 다루기 위한 질문
1) 종교적 측면에서 세계사회적인 ‘상상된 공동체’
2) 유럽적 또는 서구적 근대성 모델이 비보편적이라는 충격
3) 세계종교 사이의 갈등을 문명적으로 다루는 문제
4) 종교 개인화가 초래하는 부작용의 술수
5) 진리가 아니라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관용의 형태에 대한 질문
제3장 관용과 폭력: 종교의 두 얼굴
1. 종교란 무엇인가
1) 종교와 종교적인 것
2) 종교는 애초부터 지구화된 현상이다
3) 종교의 핵심 특성: 경계 혼합, 경계 극복, 경계 설정
4) 세 가지 사례: 식민주의, 이교도 간의 혼인, 가톨릭의 세계시민주의
5) 절대성의 권력분립은 어떻게 가능한가
2. 개인화와 세계시민정치화: 성찰적 현대화의 관점에서 본 종교
1) 성찰적 현대화 이론에 대해
2) 세계시민정치화와 지구화를 구별하기
3) 종교의 개인화
4) 세계시민정치화와 개인화 간의 관계
5) 10대 핵심테제
제4장 이단 또는 ‘자기만의 신’을 발명함
1. 개인화에 대한 개인주의적 오해
2. 이단 교리와 정통 교리: 종교적 자유의 역사적 비개연성
1) 기독교의 기본원리와 제도 사이의 변증법
2) 개인화 제1단계: 자기만의 신을 ‘발명’하다 – 마르틴 루터
3) 이단에 대한 기독교의 비판: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4) 존 로크의 관용 모델
3. 개인화 제2단계: 복지 국가
1) 정상가족을 넘어서
2) ‘성찰적 개인화’ 또는 ‘조작된 개인주의’와 ‘사생활주의의 아노미’
3) 정상종교를 넘어서: 신종교운동이라는 혼종체제
4. 종교와 반근대성, 탈근대성, 제2근대성의 관계에 대하여
1) 반근대적 근본주의
2) 탈근대적 종교성
3) 제2근대적 종교성
제5장 부작용이라는 책략: 세계종교 간의 갈등을 문명적으로 해결할 다섯 가지 방안
1. 종교 개인화와 세계사회의 ‘정신’
1) 문화의 비순수성에 대한 학설
2) 종교와 도덕
3) 종교적인 동기를 갖는 시민적 저항: 헨리 데이비드 소로
4) 세계시민주의에서 문화적 타자는 누구인가
2. 시장 모델: 상품화된 신
3. 종교 중립적 입헌제 국가 모델: 위르겐 하버마스
4. 보편적 세계윤리의 모델 : 한스 큉
5. 방법론적 개종: 마하트마 간디
6. 혁명?
제6장 진리보다 평화?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종교의 미래
1. 도입부: ‘보편주의들 간의 충돌’
2. 근본주의의 승리인가 아니면 세계시민적 전환인가
1) 자기대면적 근본주의
2) 종교가 제시하는 규범적 세계시민주의란 무엇인가
3) 사회학의 관점 전환: 종교는 근대성의 구성요소이다
3. 국민종교화와 역사학의 방법론적 일국주의
1) 국민의 신이 될 때 불관용과 폭력이 자연스러워진다
2) 역사학의 방법론적 일국주의
4. 진리 대 평화: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종교는 현대화의 주역이다
1) 진리 대신 평화
2) 세계 개방적인 종교의 목소리 또는: 문명을 어떻게 문명적으로 다룰 것인가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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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울리히 벡 (Ulrich Beck, 1944 ~ 2015)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1944년 당시 독일 포메른 주의 슈톨프 (현재 폴란드의 스웁스크)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법학, 사회학, 철학, 정치학 등을 수학하였다. 뮌헨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뮌헨 대학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 뮌헨 대학 사회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런던정치경제대학 (LSE) 초빙교수로 있다. 1995~97년 독일 바이에른 및 작센 자유주 (州) 미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서로 『정치의 재발견』(거름, 1998), 『위험사회』(새물결, 1999),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공저, 새물결, 1999),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세계』(생각의나무, 1999), 『지구화의 길』(거름, 2000),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새물결, 2000),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공저, 평사리, 2005), 『위험에 처한 세계와 가족의 미래』(공저, 새물결, 2010), 『글로벌 위험사회』(도서출판 길, 2010),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도서출판 길, 2011), 『경제 위기의 정치학』(돌베개, 2013), Das Kosmopolitische Europa (2004), Nachrichten aus der Weltinnenpolitik (2010) 등이 있다.
– 역자 : 홍찬숙 (洪燦淑)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거쳐 독일 뮌헨 대학 사회학과에서 울리히 벡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울리히 벡』 『울리히 벡 읽기』 『개인화: 해방과 위험의 양면성』, 공저서로 『정보혁명』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 『장거리 사랑』(공역) 『자기만의 신』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 인류가 처한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종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신(神)을 ‘국민의 신’으로 만들 때 불관용과 폭력이 자연스러워진다!
“성직자가 주도하는 종교의 세계를 지배하는 차별화 경쟁과 독점 주장은 개인화된 신앙운동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제도종교는 오히려 양면적이면서 국경과 종족 경계선을 넘어 인간애를 보장한다는 바로 그런 주장(신앙)을 통해 사람들을 또 동시에 종교적으로 분열시킨다. 신자와 불신자 사이에 틈새를 벌려서 오히려 종교의 평화 수행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 울리히 벡
출세작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 이후 ‘세계시민사회학’을 주창해온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 )이 이번에는 21세기 갈등과 분열의 첨예한 양상이 세계종교 차원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명쾌히 드러낸 『자기만의 신』을 선보였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자신의 유명한 테제로 일약 세계적인 사회학자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이후 자신의 선구적 작업이 방법론적 일국주의에 갇힌 편향된 것이었다는 반성 아래, 사회불평등은 국민국가 내의 위계적 격차가 아니라 국민국가들 사이의 위계적 격차로 재정의한다. 그리하여 불평등은 단순히 사회경제적 재화 또는 기회의 분배나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역사적·종족적 ‘다름’과 긴밀하게 연관된 ‘정치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문화적 차이를 동반한 불평등 및 ‘정치적인 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세계화의 경제 파고에 의해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 그는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역사적·종족적 ‘다름’과 관련된 ‘정치적인 것’은 경제와 국민국가의 범주로만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영혼과 같은 개인 내부의 ‘마음’을 재편하는 것이기도 함을 보여주고 있다.
– 종교는 왜 점점 내면화되어 가고 있는가
이 책은 『위험사회』 이후 한층 깊어지고 넓어진 벡의 이론적 사고를 그 특유의 문체로 잘 형상화한 훌륭한 사회학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선 막스 베버의 전범을 따라 역사적으로 매우 비개연적인 근대성 특유의 행위들 ― 예컨대 베버에게는 근면과 이윤추구, 벡에게는 개인화 ― 을 개인의 내면세계 속에서 정당화하는 도덕적 자원 형성의 문제로 다룬다. 그러고 나서 에밀 뒤르켐의 전범을 따라 그러한 도덕적 정당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현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제도적 개연성의 문제, 즉 사회변동(또는 ‘진화’)의 문제를 다룬다. 이러한 고전적 ‘근대화’ 또는 ‘근대성’의 프레임 속에서 벡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와 경제위기를 연달아 겪으면서 근대성이 어떻게 역사적 ‘전환점’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이 부분에 이르러서 벡은 사회학자가 아닌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에게로 눈을 돌리는데, 그것은 사회학이 여전히 국민국가 형성기와 마찬가지로 방법론적 일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변화가 인식의 변화를 앞지르며 빠르게 진행되는데, 인식의 변화는 사회학보다 먼저 철학의 영역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현실의 변화를 벡은 ‘세계시민적 배치’ 또는 ‘세계시민정치화’라고 부르는데, 그것의 핵심은 사실 세계시민적 윤리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양면성이다. 갈등과 양면성 ― 말하자면 ‘세계시민주의’와 ‘근본주의’라는 성찰성의 두 가지 형태 ― 의 ‘현실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그는 세계시민주의의 ‘규범’과 세계시민정치화의 ‘현실’을 구별한다. ‘근본주의’라는 성찰성의 역사적 선행형태로서 벡은 홀로코스트를 든다. 홀로코스트가 자유, 평등, 이성이라는 근대성 이념의 쌍생아였듯이, 제2근대성에서 성찰성의 규범적 쌍둥이는 세계시민주의와 근본주의 ― 이슬람 근본주의뿐만 아니라 서구의 개신교 근본주의를 포함하여 ― 이다. 종교와 관련하여 벡은 특히 기독교를 개인화의 원류로 이해한다. 기독교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세례공동체라는 것이고, 그것의 본질은 경계체제 또는 경계정치이다. 예컨대 유교와 달리 기독교는 혈연공동체와 계급공동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독교의 본질은 1) 속세의 공동체 경계 (혈연과 계급)를 해체하고, 2) 세례의 의식 (儀式)을 통해 신앙을 통한 상상된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경계 (신자 vs. 불신자 또는 이단)를 확립하는 것이다. 경계를 해체했다가 다시 설정하는 기독교의 정치적 속성을 벡은 ‘경계체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경계체제의 본질이 개인화와 반개인화의 변증법이라는 것이다. 즉 기독교에서는 개인의 신앙선택을 공동체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함으로써 개인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불신자를 악마로 만들어 저주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신앙선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이러한 양면성이 종교개혁과 신앙종교운동을 거치면서 개인화의 제1단계, 개인화의 제2단계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개인화의 제2단계인 현대에 이르면 종교의 세계시민적 배치가 수반된 ‘진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밀도’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밀도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대중매체와 인터넷 매체, 그리고 이주를 통해 가능해졌다. 영적인 세계의 이러한 밀도 변화는 각 종교에서 내세우는 진리의 절대성을 완화시키며 종교의 상품화를 초래한다. 그리하여 종교는 교회와 제도를 떠나 개인에게 ‘자기와의 대화’라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 종교적 진리만을 앞세워 세계평화를 유린해온 과거 종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선 저작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 (도서출판 길, 2011)에서와 같이, 벡은 종교의 ‘상품화’ 또는 ‘시장화’의 경향을 ‘자본주의의 속성’이라고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역정신이 평화를 만든다는 이마누엘 칸트의 견해와 유사하게 시장이 잠정적 수준에서 종교 갈등 완화 및 종교에 대한 관용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시장이 마련하는 ‘틈새’를 통해 새로운 인식론의 서광이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잠정적인 수준에서만 평화를 지원할 뿐이다. 평화를 위해서는 진리와 평화를 똑같이 우선시하는 종교적 태도가 필요하며, 그것은 레싱의 희곡 『현자 나탄』에 나오는 ‘반지의 우화’에서처럼 변증법적인 ‘이중의 종교’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즉 자신의 종교가 진리라는 ― 또 다른 이들의 종교도 그들에게는 진리라는 ― 확신 그리고 그중에서 어떤 종교가 진짜 진리인지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무지의 이중성을 제공하는 종교가 진리와 함께 평화를 보장하는 세계시민적 종교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독자의 평
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69)이 출세작 <위험사회>(1986) 이후 줄곧 매달려온 작업은 크게 보아, 서구 중심으로 추구되고 형성돼 온 근대성의 한계를 탈피하고 새로운 근대, 곧 ‘제2의 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그뒤 줄기차게 펴낸 <정치의 재발견>, <지구화의 길>,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같은 책은 그런 모색의 소산이다.
2002년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에서 벡은 <위험사회>의 기본 테제(개념)인 ‘개인화’가 방법론에서 일국적 시각에 갇혀 있었다고 자기 비판하면서 세계 시민주의 시각, 곧 세계 시민주의 사회학을 본격 표방한다.
벡이 2008년에 내놓은 <자기만의 신>은 자신의 기본 개념인 ‘개인화’와 ‘위험의 지구화’에 대한 생각을 발판 삼되 세계 시민주의 시각을 곧추 세우면서 종교의 세계화, 세계화된 종교가 낳는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고 있다.
<자기만의 신>은 근대라는 것이 ‘탈주술화’(막스 베버), ‘세속화’(카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에서 시작되었고 이 세속화가 민주주의와 근대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라면, 근대화가 세계 차원으로 진전된 지금 21세기에, ‘종교의 귀환’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죽은 한 유대인 여성의 일기를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그 여성이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끊임없이 독백처럼 대화했던 ‘신’이 유대교의 신도, 기독교의 신도 아닌 그 무엇, “속수무책의 신이 침묵하는 상태에서 독백하듯 대화하듯 읊는 기도”, 곧 종교적 영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벡은 ‘자기만의 신’이라 명명한다. 자기만의 신은 종교의 ‘개인화’의 다른 이름이다. 근대화로 말미암아 제반 사회생활 영역에서 개인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로부터 벗어나 영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외려 늘고 있다. 벡은 ‘자기만의 신’ 현상이 서유럽에서 기독교 신자는 급감했지만 무슬림 신자는 늘고 있다는 점, 아시아·아프리카에서 기독교도와 힌두교·불교도가 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종교의 귀환’ 현상의 한 양상을 이룬다고 파악한다.
벡은 종교의 귀환은 20세기 후반까지 근대 200여년을 지배했던 ‘세속화 이론’, 곧 “계몽을 통해서 인간은 신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영역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세속화 이론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종교는 소멸한다’는 세속화 테제는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종교의 면모가 변모한다’로 바뀌어야 한다. 기존 테제는 갈수록 느는 종교의 개인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벡은 종교의 개인화를 ‘새로운 근대성’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으로 지목한다. 근대화가 진전되면 종교전쟁, 종교갈등이 사그라지리라 기대했던 세속주의의 희망은 오류로 판명됐지만, 종교간 문명적 공존마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종교의 공존 조건으로 벡이 제기하는 관용의 원칙은 “진리가 아닌 평화”이다. “(각 종교가 추구하는) 진리가 위협하는 것이 평화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적 실존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