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die Weiße Rose
잉게 숄 / 평단문화사 / 2012.4.30
1943년 독일에는 나치 독재 권력을 타파하려는 거국적 저항을 독일 국민에게 호소하는 ‘백장미’ 전단이 붙었다. 뮌헨 대학교 학생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만든 ‘백장미’단이 배포한 것이다.
게슈타포의 눈을 피해 독일 전 지역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전단을 배포하던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는 결국 체포되어 4일 후 ‘즉결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단두대에서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한스의 누나이자 조피의 언니인 작가 잉게 숄이 자신의 기억과 남겨진 기록물에 의지하여 쓴 실명소설 (實名小說)이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무렵 유겐트 단원으로 소년 시절을 보낸 한스가 점차 독재 정권의 불의를 깨닫고 저항을 실천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진실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에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번에 평단문화사에서 출간한 책은 무엇보다 기존의 번역서들이 범한 오류를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
잉게 숄의 원작을 가능한 한 오역 없이 번역하고, 소설의 문장을 누락시키지 않으며, 인명과 지명과 학술 용어의 정확성을 재생하는 윤리를 철저히 지키고자 하였다.
○ 저자소개 : 잉게 숄 (Inge Aicher-Scholl)
1917년 독일의 ‘잉거스하임-알텐뮌스터’에서 로베르트 숄의 맏딸로 태어났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폭압 정치에 맞서 저항 운동을 펼쳤던 대학생 저항 단체 ‘백장미’단의 리더 한스 숄의 누나이자 조피 숄의 언니이다.
뮌헨 대학교의 대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백장미’단은 유대인들에 대한 나치의 집단 학살과 비인간적인 전쟁의 죄악상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던 중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뮌헨의 ‘슈타델하임 형무소’로 이송되었고, 국민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형에 처해졌다. ‘국가반역죄’를 지은 자들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잉게 숄과 막냇동생 베르너 숄 그리고 부모 또한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나 전쟁 후 자유의 몸이 되었다.
소설가, 교육가, 문화운동가의 삶을 삶았던 잉게 숄은 1946년부터 1978년까지 독일의 ‘울름 시민대학’의 교육을 주도하였고, 1953년엔 남편 오틀 아이허와 막스 빌과 함께 ‘울름 디자인 대학’을 설립하였다. 잉게 숄은 20세기 후반의 인생을 ‘평화 운동’에 바쳤던 소설가이다. 1998년 8월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잉게 숄은 ‘백장미’단에 관한 수많은 책을 썼다. 그중 실명소설 (實名小說) ‘백장미’는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 역자 : 송용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일시 연구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월간 〈시문학〉에 시 ‘등나무꽃’ 외 4편을 추천받아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문학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신대학교 외래교수와 서울신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2002년 9월 이후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일어권문화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일문학과 유럽문화에 대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최우수 강의상을 뜻하는 ‘석탑강의상’을 2005년과 2014년에 수상하였다.
○ 책 속으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무책임하고 어두운 충동에 빠진 통치자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배’당하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은 없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일인들 중에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정권에 대해 치욕을 느끼지 않을까요? 지금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눈을 가렸던 베일이 벗겨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극악무도한 범죄가 밝은 햇살 아래 낱낱이 드러날 날이 올 것입니다. – ‘백장미 전단’ 중에서
독재자의 나라에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배불리 먹기만 하면 만족해하는 그런 짐승이 아니지 않니. 물질적으로 보장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각자 자유로운 견해와 굳은 신념을 가진 인간이라고. 이런 가치를 외면하는 정부는 국민의 존경을 털끝만큼도 받을 수 없단다.
우리가 이 정부이 마땅히 요구해야하는 첫 번째 과제는 국민 개개인이 갖고 있는 바로 이러한 견해와 신념을 보장받는 것이란다. – 본문 중에서
독재자의 나라에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건 아주 쉬운 일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는 배불리 먹기만 하면 만족해하는 그런 짐승이 아니지 않니. 물질적으로 보장받는다고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각자 자유로운 견해와 굳은 신념을 가진 인간이라고, 이런 가치를 외면하는 정부는 국민의 존경을 털끝만큼도 받을 수 없단다. 우리가 이 정부에 마땅히 요구해서하는 첫 번째 과제는 국민 개개인이 갖고 있는 바로 이러한 견해와 신념을 보장받는 것이란다.˝ – 본문 중에서
1942년 봄, 우리는 계속 발신인 표시 없이 복사된 편지들을 편지함에서 발견하였습니다. 그 편지는 뮌스터의 주교 그라프 갈렌 신부가 미사에서 들려준 설교문의 내용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주교의 올곧은 용기와 솔직함을 전해주는 편지였습니다. – 본문 중에서
지금 뭔스터의 전 지역은 오싹할 만큼 황폐해졌습니다. 바깥에 도사리고 있는 적이 이번 주에 우리에게 가한 결과입니다. 7월 12일, 주말이었던 어제 국가 비밀경찰은 우리 도시에 있는 예수회의 두 거주지를 접수해 버렸습니다. 그곳에 살고있던 주민은 강제로 쫓겨났고 예수의 신부들과 수도사들은 바로 당일에 집을 비우는 것은 물론 베스트팔렌 교구와 라인교구를 떠나라는 강요를 받았습니다.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운명이 어제 수녀들에게도 찾아왔습니다. – 본문 중에서
… 이 사건은 압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살아 있을 만한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민족과 국가를 위해 제거해도 무방하다는 그들만의 논리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들의 논리는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정당화합니다. 일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약자들, 불구자들, 불치병자들과 노약자들을 폭력으로 살해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정말로 온몸이 섬뜩해지는 이론입니다. – 본문 중에서
… 나치정부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에서 기독교의 근본 원칙을 해석 … 교단에서 온갖 고난을 겪고 있는 성직자들을 찾아내어 그들 뒤에 숨어 끔찍한 신성모독 행위를 … 만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혼 여성과 부녀자들에 대해서도 비밀스럽고 … 그들은 전쟁 후에 겪을 전무후무한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후안무치한 인구 증가 정책을 짜내야만 했습니다. 이미 관구 지휘관인 기슬러는 대규모 대학생 집회에서여대생들에게 거침없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은 대학교에서 죽치고 앉아 있기보다는 총통 각하에게 한 아이라도 더 선사해 드리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 본문 중에서
국가 자체도 수단이 되어 섬겨야 할 최선의 가치가 있다. 그 최선의 가치를 위해서만 모든 것은 희생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최선의 가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국가는 인간성이 갖는 목적이 실현될 수 있는조건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이러한 인간성이 갖는 목적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힘을 길러주는 것과 발전시켜주는 것이다. 국가의 헌법에 문제가 있다면 기꺼이 부정하라!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어 발전시켜라 헌법이 정신의 진보를 방해한다면 그런 헌법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므로 얼마든지 배척해도 좋다. 어떤 경우에도 헌법은 충분히 숙고하고 또 숙고하여 헌법답게 제정되어야만 한다. – 프리드리히 쉴러 ‘리쿠르고스와 솔론의 입법에 관한 견해를 밝힌 부분’ 중에서
○ 출판사 서평
불의에 맞선 아름다운 청년들의 기록, 충실한 번역을 통해 원작이 전하는 의미를 가장 잘 살려낸 작품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의 의지를 일깨운 ‘백장미’단의 저항 정신의 의미를 되살리다!
– 이 책에 대하여 : 자유와 정의를 위해 역사에 몸을 던진 아름다운 청년들의 기록
1943년 독일에는 나치 독재 권력을 타파하려는 거국적 저항을 독일 국민에게 호소하는 ‘백장미’ 전단이 붙었다. 뮌헨 대학교 학생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만든 ‘백장미’단이 배포한 것이다. 게슈타포의 눈을 피해 독일 전 지역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전단을 배포하던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는 결국 체포되어 4일 후 ‘즉결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단두대에서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한스의 누나이자 조피의 언니인 작가 잉게 숄이 자신의 기억과 남겨진 기록물에 의지하여 쓴 실명소설 (實名小說)이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무렵 유겐트 단원으로 소년 시절을 보낸 한스가 점차 독재 정권의 불의를 깨닫고 저항을 실천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진실하게 그려져 있다.
‘백장미’단은 폭력을 행하지 않고 오직 전단을 통해 ‘저항’ 메시지를 전하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였다. 가장 숭고한 목적 그 자체인 인간과 인간이 지닌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한 이들의 아름다운 저항 운동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 원작에 충실한 번역, 숭고한 저항 정신의 의미를 되살려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백장미’단의 저항 정신의 의미를 가장 잘 살려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번역서들이 범한 오류를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 잉게 숄의 원작을 가능한 한 오역 없이 번역하고, 소설의 문장을 누락시키지 않으며, 인명과 지명과 학술 용어의 정확성을 재생하는 윤리를 철저히 지키고자 하였다. 독자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통해 원작이 전하는 ‘백장미’단의 정신적 유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