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제 영혼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 에밀리 브론테 시선
에밀리 브론테 / 글과글사이 / 2020.2.2
‘제인 에어’ (Jane Eyre)의 작가 샬럿 브론테 (Charlotte Bronte, 1816-1855)와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1818-1848)는 여성 작가가 희귀한 시대에 문학적 재능을 꽃피우며 일명 ‘브론테 자매’로 유명해지게 된다.
에밀리가 남몰래 써온 시들을 두 권의 공책에 나누어 깔끔하게 필사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언니 샬럿이 우연히 그 공책들을 발견하고 집요하게 출간을 권유했다고 한다. 소심한 에밀리는 사생활 침해라며 펄펄 뛰었고, 출간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두 언니를 보다 못한 막내 앤 (Anne Bronte, 1820-1849)이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1846년 ‘커러, 엘리스와 액튼 벨의 시집’ (Poems by Currer, Ellis, and Acton Bell)이라는 공동시집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자비로 출간된 이 시집의 지은이들은 각각 샬럿 (Charlotte), 에밀리 (Emily)와 앤 (Ann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세 자매의 필명이었다.
이 시집은 ‘그저 그렇고 그런 시집’이라는 평을 들었고 두 권밖에는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년 후인 1847년, 에밀리 브론테의 유일한 소설로, 인류 문학사의 어떤 작품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걸작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이 세상에 나온다. 이 소설은 당대의 비평가들에게는 ‘비윤리적인 작품’이라고 혹평을 당하기도 하였으나, 평범함을 거부하고 윤리 도덕적인 삶의 한계들을 뛰어넘어 보다 완전하고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갈망하는 작품이었다. 그런 바람과 욕구들이 에밀리의 여러 시에도 깊이 배어 있는데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제30권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시선 ‘제 영혼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No Coward Soul Is Mine)는 표제로 삼은 ‘제 영혼은 겁쟁이가 아닙니다’을 비롯하여 에밀리 브론테의 대표작 26편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영어 원문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 목차
노래
Song
기억
Remembrance
상상력에게
To Imagination
사랑과 우정
Love and Friendship
위문
Sympathy
자문
Self-Interrogation
희망
Hope
백일몽
A Day Dream
해가 지자
The Sun Has Set
밤바람
The Night-Wind
별
Stars
과거, 현재, 미래
Past, Present, Future
경고와 대답
Warning And Reply
연인이 기타에게
The Lady To Her Guitar
―에게
Stanzas To―
자, 같이 걸어요
Come, Walk With Me
몽상가
The Visionary
마지막 말
Last Words
격려
Encouragement
늙은 금욕주의자
The Old Stoic
장로의 꾸지람
The Elder’s Rebuke
죄수: 단편
The Prisoner: A Fragment
명예의 순교자
Honor’s Martyr
나는 내 영혼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I Cannot Live Without My Soul!
오, 내가 잠들 시간이 올 때까지는
Oh, For The Time When I Shall Sleep
제 영혼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No Coward Soul Is Mine
부록: 에밀리 브론테의 삶과 문학 이야기
○ 저자소개 : 에밀리 브론테 (Emily Jane Brontë, 1818 ~ 1848)
에밀리 제인 브론테 (Emily Jane Brontë, 1818년 7월 30일 요크셔 손턴 ~ 1848년 12월 19일 요크셔 하워스)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목사인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랜웰 사이에서 여섯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중 셋째 딸이 『제인 에어』로 영국 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품을 쓴 샬럿 브론테다. 아버지는 목사였지만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남매들은 10대 초반부터 산문과 시로 습작을 한다.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하워스 교구에서 자라났는데, 세 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고 청소년기에 세 명의 언니들도 병사했다. 월터 스콧, 바이런, 셸리 등의 작품을 좋아했고, 이야기를 짓고 일기 쓰기를 즐겼다. 에밀리는 1847년 엘리스 벨이라는 남성의 가명으로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다. 목사의 딸로서 교사 생활을 잠깐 한 것이 전부인 평범해 보이는 그녀가 모든 사람에게 강렬한 충격을 주는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1846년 샬럿이 에밀리의 시를 발견하고는 출판사에 시집 출판을 문의하여 세 자매의 가명을 제목으로 한 공동 시집 『커러, 엘리스, 액튼 벨의 시 작품들』을 냈다. 1847년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그리고 샬럿의 『제인 에어』가 출간되었다. 언니 샬럿이 쓴 『제인 에어』가 출간 즉시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폭풍의 언덕』은 출간 당시 작품 내용이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에밀리는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폭풍을 맞은 듯, 작품을 출간한 이듬해인 1848년, 폐결핵에 걸려 30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한 권의 대작으로 국내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으나, 영미권 대학의 영문학과에서는 중요한 시인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에밀리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잇따른 죽음을 경험해야 했지만 상상력을 통해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렀”으며, 피아노와 외국어를 독학하면서 좁은 집에 머물렀지만 “성스러운 목소리로,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였다.
○ 출판사 서평
평범함을 거부하고 윤리 도덕적인 삶의 한계들을 뛰어넘어 보다 완전하고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갈구하고 갈망하는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
– 기억 (Remembrance) 일부
흙 속에서 차갑게, 열다섯 번의 사나운 십이월이 저 갈색 언덕들에서 녹아 봄으로 바뀌었건만― 그리 많은 변화와 고통의 세월이 흘러갔건만 기억하는 마음은 정말 충실하기도 하네요! 청춘의 다정한 사랑이여, 세상 물결이 나를 싣고 떠가는 사이에 당신을 잊는대도 용서하시기를. 다른 욕망 다른 희망들이 나를 따라다니며 잊게 한대도 당신께는 해롭지 않을 희망들이니. 당신이 떠난 후로 내 하늘을 밝힌 빛 하나 없었고, 또 다른 아침이 나를 위해 밝은 적도 없었어요. 내 삶의 모든 축복을 당신의 귀한 생명에서 받았고 내 삶의 모든 축복이 당신과 함께 무덤에 묻혔으니.
Cold in the earth, and fifteen wild Decembers From those brown hills have melted into spring: Faithful indeed is the spirit that remembers After such years of change and suffering! Sweet Love of youth, forgive if I forget thee, While the world’s tide is bearing me along: Sterner desires and other hopes beset me, Hopes which obscure, but cannot do thee wrong! No later light has lightened up my heaven; No second morn has ever shone for me: All my life’s bliss from thy dear life was given, All my life’s bliss is in the grave with thee.
– 희망 (Hope) 일부
희망은 두려우면 잔인했다. 어느 울적한 날 그 창살 사이로 굴 밖의 희망을 내다보았는데, 그녀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부실한 문지기처럼, 허술히 지키면서, 다툼이 일면, 늘 평화를 속삭였다. 내가 울면 희망은 노래했고, 내가 들으면, 희망은 멈추었다.
She was cruel in her fear; Through the bars one dreary day, I looked out to see her there, And she turned her face away! Like a false guard, false watch keeping, Still, in strife, she whispered peace; She would sing while I was weeping; If I listened, she would cease.
– 별 (Stars) 일부
커튼이 물결쳐서, 깨어난 파리들이 내 방 여기저기서 웅웅대는 통에, 그대로 갇혀 있다, 일어나 놈들한테 방을 내주고 배회할 수밖에 없었다. 오 별들아 꿈들아 고결한 밤아, 오 밤아 별들아 돌아와라! 저 적의(敵意)의 빛으로부터 나를 가려다오 따듯이 품지 않고, 그저 태워서― 괴로운 사람들의 핏기를 없애버리고, 이슬 대신 눈물을 마시는 빛으로부터. 그 해의 눈부신 치세 내내 잠들었다가, 너희와 함께 깨어나게만 해다오!
The curtains waved, the wakened flies Were murmuring round my room, Imprisoned there, till I should rise And give them leave to roam. O Stars and Dreams and Gentle Night; O Night and Stars return! And hide me from the hostile light That does not warm, but burn That drains the blood of suffering men; Drinks tears, instead of dew: Let me sleep through his blinding reign, And only wake with you!
– 제 영혼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No Coward Soul Is Mine) 일부
널리 얼싸안는 사랑으로 당신의 성령은 영원한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두루 미치고 품어주며 변화시키고 떠받치고 해체하고 창조하고 길러줍니다. 지구와 인간이 사라지고 태양과 우주도 없어져서 당신 홀로 남는다 해도 모든 존재가 당신 안에서 살아 있을 것입니다. 죽음이 설 장소는 없습니다, 그는 무(無)에서 원자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니까요. 당신만이 존재요 생명입니다 당신의 본질은 절대 파괴되지 않으니까요.
With wide-embracing love Thy Spirit animates eternal years, Pervades and broods above, Changes, sustains, dissolves, creates, and rears. Though earth and man were gone, And suns and universes ceased to be, And Thou were left alone, Every existence would exist in Thee. There is not room for Death, Nor atom that his might could render void Since thou art Being and Breath And what Thou art may never be destroyed.
1824년에 에밀리 브론테는 세 언니와 코언 브리지 스쿨 (Cowan Bridge School)이라는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학교는 가난한 목사의 자녀들에게 저비용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던 애초의 그럴싸한 말과는 정반대로 학생들을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게 하고 상급생과 교사들의 학대와 폭력을 조장·묵인하는 악의 소굴―에밀리의 언니 샬럿 브론테 (Charlotte Bronte, 1816-1855)의 ‘제인 에어’ (Jane Eyre, 1847)에 등장하는 로우드 (Lowood) 같은 곳이었다. 1825년에 에밀리는 두 언니 마리아, 엘리자베스 (Maria, 1814-1825, Elizabeth, 1815-1825)와 연달아 사별하는 아픔을 겪는데, 이 둘의 사인이 영양실조와 폐결핵이었다. 결국 이 학교의 열악한 환경들로 인해 언니들이 세상을 뜨자, 아버지의 개입으로 에밀리는 입학한 지 대략 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부터 남은 세 자매와 오빠 브란웰의 교육은 주로 아버지와 이모의 몫이었고, 또 이때부터 네 남매는 광활한 히스벌판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놀며 이따금씩 각자 또는 공동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어서 서로 들려주며 저마다 문학적·예술적 재능을 갈고 다듬어간다. – 옮겨 엮은이의 ‘에밀리 브론테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