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화이트헤드와의 대화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 궁리출판 / 2006.12.1
화이트헤드는 수리논리학자, 과학철학자, 그리고 형이상학자로 여러 분야에 걸쳐 경탄할 만한 업적을 남긴 석학이지만, 그의 풍성하고 정밀한 학문적 업적의 밑바탕에는 온화한 인간미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었다. 영국에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활동하던 그는 1924년 예순세 살의 노령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초빙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생애 후반기를 미국에서 보내게 된다. 이때 그는 주변의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 책은 43회에 걸친 화이트헤드와의 대화를 루시언 프라이스가 정리한 것이다. 대화는 화이트헤드가 여든여섯 살에 숨을 거두기 한달 전까지 13년 반 동안 계속되었다.
대화의 중심무대는 1932년부터 1947년까지의 미국 하버드, 케임브리지이고, 때때로 런던과 케임브리지, 그리고 화이트헤드의 고향인 영국 켄트의 람스게이트가 등장한다. 종종 유명한 학자들도 참석하여 예리하고 열정적이면서도 활기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의 주제범위는 화이트헤드 어린시절의 성장환경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처칠경과 맥아더 장군의 인물평, 혹은 지난 3,000년 동안 인간 정신에 활력을 북돋아준 위대한 사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관점도 피력된다. 그래서 다양한 철학, 문학, 과학, 종교, 미술, 음악, 교육, 정치, 문명비평, 인물평 등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화이트헤드와 주변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이 소개되어 있다.
○ 목차
프롤로그
43편의 대화
1934년 4월 6일
1934년 4월 22일
1935년 1월 24일
1035년 3월 25일
1935년 4월 5일
1935년 8월 25일
1936년 3월 19일
1936년 5월 8일
1937년 4월 19일
1937년 5월 24일
1938년 3월 17일
1938년 4월 28일
1939년 1월 17일
1939년 2월 27일
1939년 7월 17일
1939년 7월 18일
1939년 12월 15일
1940년 4월 22일
1940년 11월 2일
1941년 6월 17일
1941년 6월 28일
1941년 8월 30일
1941년 9월 10일
1941년 11월 9일
1941년 12월 10일
1942년 4월 5일
1943년 5월 5일
1943년 6월 3일
1943년 6월 10일
1943년 6월 19일
1943년 7월 27일
1944년 1월 13일
1944년 5월 9일
1944년 8월 29일
1944년 11월 14일
1945년 1월 19일
1945년 5월 25일
1945년 5월 29일
1945년 6월 6일
1945년 6월 19일
1945년 8월
1945년 9월 11일
1947년 11월 11일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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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
20세기의 대표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였고, 그 후에 동 대학의 특별연구원 (Fellow)과 수석 강사 (1885~1911), 런던대학의 임페리얼 칼리지 응용수학교수 (1914~1924), 그리고 미국 하버드대학 철학교수 (1924~1937)를 역임했다. 그는 수학자였지만 고전에도 정통했으며, 새로운 물리학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철학을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 왔다.
그의 수제자 버트런드 러셀과의 공저 『수학 원리』(전 3권, 1910~1913)와 같은 수리논리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 논리학자로서도 높이 평가된다. 또 한편으로는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등 현대 자연과학의 발전을 계기로, 현대 과학설을 철학에 도입시켜 철학 사상사에 새로운 국면을 전개한 과학철학자 그리고 “유기체 철학” (philosophy of organism)의 철학자로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화이트헤드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진리를 그 가장 깊은 뿌리에서 부터 탐구” (본문 제2장 중에서) 하는 작업을 평생 멈추지 않았던 사상가였으며, 오랫동안 수학의 전문가였다. 그의 최초의 철학적 저작인 『과학과 근대세계』(1925)는 그가 63세 때, 대표작 『과정과 실재』(1929)는 68세 때에, 그로부터 4년 후에는 『관념의 모험』(1933)이 출간되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사멸된 것으로 알았던 형이상학이 우주에 관한 상상적 사유라는 형태로 당당하게 부활하고 있는 데 놀랐다. 그의 형이상학 체계는 사물의 유동(流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체계라는 형태의 우주론으로서, 어디까지나 개방된 체계였다. 형이상학을 싫어했던 존 듀이도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 대하여 “철학에의 혁명적 공헌” 이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철학자였던 허버트 리드는 화이트헤드를 “20세기의 데카르트”라 평하기도 했다. 현대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기수로 불리는 질 들뢰즈 같은 이는 화이트헤드를 가리켜 “영미권의 마지막 위대한 철학자”로 평하였다.
– 저자 : 루시언 브라이스
1907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보스턴 이브닝 트랜스크립트> 에 입사해 음악평과 연극평, 그리고 뒷날 논설을 함께 썼다. 1914년 <보스턴 글로브>의 논설위원이 되어 1964년 타개할때까지 장장 50여 년 동안 주필을 지냈다. ‘저널리즘 문학을 이루어냈다. 신문 지면에 설교대와 교실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듣는 루시언 프라이스는 신문 기사를 쓸 때 필요한 비범한 기억력과 함께 논설을 쓸 때의 폭넓은 사고력으로 화이트헤드의 사회관, 정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는 이 책을 정리했다.
– 역자 : 오영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거쳐 네덜란드 라이덴 (Leiden) 국립대학교 철학대학원을 졸업 (Drs. Phil.)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브리디시 카운슬 펠로우 (1983~1984),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객원 교수 (Visiting Fellow, 1991~1992), 일본 교토대학교 초빙 교수 (1993),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1972~1997)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 한국화이트헤드학회 고문, 미국 학술 전문지 Process Studies의 International Advisory Board 자문 위원 (1994~현재)이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 『문화의 전략』, 『과학과 근대세계』, 『과정과 실재-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상-』, 『열린 사고와 철학』, 『관념의 모험』, 『두 문화』, 『화이트헤드와 인간의 시간경험』, 『교육의 목적』, 『화이트헤드와의 대화』, 『과학과 근대세계』가 있고 공저한 책으로는 『과학과 형이상학』, 공역한 책으로는 『열린 사고와 철학』, 『사고의 양태』가 있다. 제4회 서울철학상과 2006년 · 2007년 대한민국 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도서”상을 받았다.
○ 책 속으로
“정신이라는 것은 대학 동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단순히 분류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우등생에 대해 매우 의문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시험에서 묻는 것을 즉각 대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험이라는 것은, 하나의 음미 수단이기 때문에 그가 답을 내놓으면 그에게 A라는 평가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술술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어떤 천박성이나 피상성 같은 것을 입증하기도 합니다. 평균 수준의 학생은 다소 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둔한 머리는 자율적 사고에 선행하는 조건이며, 실제로는 초기 단계에서 자율적이며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머리가 우둔하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을지 모르지만, 나의 동료 가운데는 그들이 바라는 것 이상으로 내가 학생들에게 평점 A를 주어 후한 인정을 베푼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이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싹트는 재능에 내 편에서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그들의 부모들이 자신의 신념을 상실하고, 자기자신은 이미 그런 양식을 믿지 않는데도 아이들만은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죽은 행동양식을 계속 고집한 데 원인이 있습니다. 아이들 편에서는 결국 그것을 간파하고 이번에는 부모를 속이게 되죠. 그 결과 서로가 서로를 속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낡은 종교가 공허하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에게 정직하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정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열여덟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대한 필연성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어떤 행위의 사회적 귀결에 대하여 전혀 무지한 채 방치되었던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화이트헤드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
그 누구보다도 독단적인 사고를 경계하는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를 읽어보고 그 난해함에 좌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화이트헤드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가장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의 사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 하나는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언어로 표현한 전문적인 우주론과 한편으로는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현대적 삶과 문명의 중요성에 관한 비전을 보여주는 양면성이다. 예를 들면 그의 ‘연장적 추상화의 방법’이라는 이론은, 직접적인 구체적 경험과 자연과학적 추상개념 간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법을 전개한 것인데, 매우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그에 반해 그의 『종교와 그 형성』, 『관념의 모험』, 그리고 『교육의 목적』과 같은 저작은 중요하고도 직접적인 문제들에 관해서 상당히 평이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화이트헤드의 교육관, 현대 세계에서의 과학의 위치, 경험 속에서의 미학의 역할, 그리고 문명의 의미 등에 관한 견해는 모두 그의 유기체 철학을 형성하는 학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쉽게 이해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문가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 두 양상은 서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예를 들면, 교육에서 상호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부문으로 나누는, 이른바 구획화(區劃化, Compartmentalization)에 대한 화이트헤드의 예리한 비판 근거는 그의 추상화의 이론에서 직접 나온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정한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할 때 추상화에 기초해서 주의해 보아야 할 하나의 초점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때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경험적 요소는 배제해야 한다. 정밀 지식이란 항상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략된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당초의 직접 경험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경험의 전일성(the integrity of experience)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러한 배타적인 추상화를 거부하라고 요구한다. 또 하나의 적절한 예로는 화이트헤드의 문명 개념을 들 수 있다. 문명은 전진하든가, 아니면 쇠퇴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실재(實在, reality)를 항상 과정(process)에 있다고 보는 그의 형이상학 원리에 의존하고 있다. 창조적 전진(creative advance)이란 모험으로 학문의 정통파를 뛰어넘어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며, 새로운 이상의 관점에서 현재의 문제와 씨름하는 것이다. 지난날의 성공을 영속화하는 데 만족하고, 이미 충분히 시도된 바 있는 방법을 안전하게 반복하기만 하면서 과감한 새로운 모험을 거부할 때 쇠퇴의 길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21세기의 문화 생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며, 그 영향은 전반적으로 여러 경험의 국면에 미치게 될 것이다. 그의 철학적 시야를 총체적으로 추적한다는 것은 전 우주를 상세히 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과제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철학에는 하나의 중심적인 특색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정밀 사상은 추상적이라는 것이며, 모든 과학적 설명 체계는 형이상학적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화이트헤드로 하여금 근대 과학의 한계를 드러내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변적 사고(speculative thinking)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가장 훌륭한 독일 책이 거기에 있다”라고까지 선언했다는 에커먼의 『괴테와의 대화』가 이 책의 모델이 되었는데, 에커먼의 『괴테와의 대화』가 거의 괴테의 독백에 가까운 체제를 택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화이트헤드의 사상뿐만 아니라 그의 인품, 평소의 소박한 생활 모습과 집안 환경, 주변 사람들, 그리고 당대의 사회·정치 정세에 이르기까지 가감없이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 그의 철학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