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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우울감의 원인과 해석 오랫동안 우울한 감정을 더 이상 많이 느끼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생리 증후군이 있어서 생리전만 되면 기분이 우울하고 작은 일에 짜증이 쉽게 난 적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나를 이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울한 감정이 거의 없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오던 날이었는데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는 데 왠지 많이 우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월요일이기에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모임에 참석을 하고 공원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우울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의 연속인 듯 침대에서 나오는데 눈이 잘 떠지지 않고 온 몸이 피곤한 듯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마음으로 “오늘 아이들 도시락을 그냥 돈을 주고 사 먹게 할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일어나다가 “그래도 이러면 엄마가 안돼지!” 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여 가며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아들이 부엌에 들어오면서 “엄마, 나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너무 너무 일어나는 게 힘드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말하자 아마도 알러지 때문일 수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서 조금 있다 일어난 딸도 “엄마, 어제, 오늘 진짜 피곤하고 힘들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도 지난 주부터 꽃가루 알러지(hay fever)로 인해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내려진 결론은 극심한 알러지가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온 가족이 신체적으로 지치고 지금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입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침에 사무실에 가니 사무실 직원도 출근을 안 했는데 새벽 한 시에 남겨진 메시지에 의하면 알러지가 심해서 출근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브리스톨 의과 대학 연구팀은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 건강 장애와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 사이의 유전자 인과관계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알레르기와 우울증은 강력한 상관 관계가 있고 꽃 가루 알레르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경험한 꽃 가루 알러지와 우울한 감정이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일을 계기로 어제부터 일어난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귀인(사건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 과 해석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울함의 감정에 대해서 나름대로 귀인을 찾고 해석을 하게 되는데 필자의 경우 우울했던 감정에 대해서 먼저는 내적인 것에서 찾고 답을 찾으려고 애를 썼었다. 최근에 해결되지 않는 개인적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스트레스와 우울질의 기질적 소인이 우울감을 느끼게 했다고만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근에 일어난 스트레스를 일으킨 사건들에 원인을 찾고 이런 것들을 잘 극복해내지 못함으로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다고 해석을 하자 우울감이 깊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내적인 소인에 무게를 많이 싣지 않고 꽃가루라고 하는 외적인 환경적 소인이 현재로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마음이 가벼워졌고 내 자신을 비난하고 우울의 감정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원인을 어디에 두고 또 어떤 해석을 하느냐 에 따라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 감정을 누군가를 해치는 것에 사용하기도 하고 그 감정에 깊이 빠져서 감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석을 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적 소인을 연약한 자신의 기질로만 본다면 자신을 탓하여 자신의 연약함을 비난하는 자기 증오를 낳게 된다. 또는 낙심을 하고 우울함에 처함 자신을 불쌍하게 연민으로 바라보면서 우울함에 더 깊이 빠져 들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불우한 예술가처럼 우울한 음악을 듣고 침대에 오래 머물러 있으며 창문 밖을 멍하게 바라보며 우울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또한 우울한 감정의 원인을 나의 감정을 몰라주고 위로해 주지 않는 가족 또는 배우자에게 둘 때는 어떻게 될까? 자신을 비난하는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면서 타인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원망을 마음에 쌓아 놓고 그들의 무관심과 배려 없음을 탓하고 그들 때문에 나의 우울한 감정이 증폭이 되고 지속되는 요인이라고 믿으며 나는 희생자, 그들은 가해자라고 하는 프레임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변화되지 않는 프레임속에 나는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의 덫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우울의 원인을 사회적 제도나 불합리한 세상과 불특정 다수인 타인들에게 돌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 히꼬모리처럼 방안에만 쳐 박혀서 세상을 두려움으로 또는 증오의 대상으로 대하게 될 수 있다. 그 억압된 분노가 때로는 자신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자신을 모르는 세상의 특정 다수에게 칼을 휘두르거나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될 때 그들은 이제 가해자가 되어 세상에게 원망을 쏟아내는 반 사회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이런 사건들이 수시로 생겨나는 일을 보게 되는데 어제도 호주국립대학 운동장에서 무고한 두 여학생이 누군가의 소행으로 칼에 찔려 중상을 겪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인관계 심리 치료 (interpersonal psychotherapy)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다른 것에 두지 않고 우울증이라고 하는 질환에 둔다. 그래서 누군가를 원망하기 보다 나타나는 증상들의 모든 것이 우울증이라고 하는 질환이 가지고 있는 증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서 환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행사할 수 있게 한다. 많은 경우 우울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기에 우울한 사람이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그것을 질병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게을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