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구 목사의 걷는 기도

걷는 기도 (26)
따뜻한 봄볕 아래
파라마타 강물은 말없이 흐르고
나는 지나온 시간을 걷습니다.(전 3:1)
언젠가 나도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몸의 쇠약만이 아닙니다.(고후 4:16)
몸이 불편한 것보다
마음이 굳어지는 것이 두렵고(겔 36:26)
다리가 약해지는 것보다
타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두렵고,(롬 12:15)
귀가 어두워지는 것보다
누군가의 말을 더 이상
마음으로 듣지 못하는 것이 두렵고,
눈이 흐려지는 것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닫히는 것이 두렵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살아 있으면서도
삶을 포기하는 것입니다.(요 10:10)
주님,
몸은 늙고, 기억은 흐려져도
마음만은 끝까지
굳어지지 않게 하소서.
더 많이 가지려 하지 말고
더 많이 증명하려 하지 말며,
사랑했던 사람들과
사랑받았던 기억을 품고
감사하며 살게 하소서.(사 40:31)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삶을 붙잡고 발버둥치기보다
한 생을 다 살아낸 사람처럼
조용히 나를 내려놓게 하소서.(눅 12:15)
펠리컨이 넓은 날개를 펴고
바람을 거스르지 않은 채
물 위로 천천히 내려앉듯,
나의 마지막도
두려운 추락이 아니라
장엄한 하강이 되게 하소서.(눅 2:29)
사랑을 품고,
감사를 품고,
믿음을 품고,
마침내
강물처럼 조용히
당신께 내려앉게 하소서.(고전 13:13)
오늘도 당신과 함께 걷습니다.
아직 걸을 수 있으므로,
아직 사랑할 수 있으므로,
아직 기도할 수 있으므로.

글, 사진 = 전현구 목사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
*20260821 교회 서재에서, 匍越의 [걷는 기도] 중에서
배경음악/ J. S. Bach; Air on the G String/ HAUSER
https://www.youtube.com/watch?v=fwmFB4YB06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