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근절 강조주간 특별기고
시드니북부지역 한인네트워크는 호주의 국가적 캠페인인 White Ribbon Day ‘Stop Violence Against Women’ <www.whiteribbon.org.au>를 맞아 한인사회내의 숨겨진 이슈 중 하나인 가정폭력에 대한 특별기고를 통해 가정폭력 근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_편집자 주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가정폭력 – 한인들의 고립으로 악화될 수도
호주사회는 작년의 충격적인 가정폭력 실태 보고에 따라 말콤 턴불 총리의 주도 하에 대규모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민간 주도로는 남성이 주도하는 캠페인 화이트 리본데이가 유명하며 매 해 11월말- 12월 초 시드니 각 지역에서 많은 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한인 사회는 어떠한가. 시드니북부지역 한인네트워크는 격월로 열리는 정기 회의에서 호주 주류 사회의 캠페인에 화답하고자 가정 폭력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장소 에핑 커뮤니티 센터, 10월 25일 화요일 오후 2시).
가정폭력은 익히 알다시피 칼로 물 베는 정도의 부부간 말다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심하면 스토킹, 살인으로도 이어지는 가정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은 한국이나 호주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이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가정폭력은 부부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자녀가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될 뿐 아니라 학대 받는 엄마가 자녀들을 학대하여 비극적인 악순환이 대물림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다(호주에서는 부모의 자녀 학대 또한 가정폭력으로 간주된다).
이스트우드 경찰서의 찬타 마우 다문화 연락관은 한인사회 내의 가정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비해 본격적인 신고 건수는 오히려 적다고 지적한다. 언어의 장벽, 경찰 방문이나 사법 제도에 대한 두려움, 가정이 깨지길 원하지 않은, 자녀에 대한 염려 등으로 초기 신고를 꺼리게 되는 것이 호주내 이민자 사회의 일반적인 풍경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주 동포들의 익명 온라인 모임에서는 가정폭력 사례가 많이 이야기 된다고 커뮤니티 이민자 자료센터의 미나김은 말한다. “특기할 만한 양상은 호주 시민권자와 한국에서 온 배우자의 경우에 발생된다. 배우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주 시민권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매력으로 결혼을 결심하지만 막상 결혼해 보면 이들은 몇십년 전의 한국의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 새 식구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갈등이 생길 때 폭력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특히 심각할 수 있는 것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느라 집에 머물러 영어나 기술 등 새 사회에 정착할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되며 남편과 남편의 가족의 테두리 밖의 자기만의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고립되어 폭력 문제 발생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혼스비 성당의 안젤라 장은 “가정폭력 보통 자녀 학대, 청소녀의 탈선, 어른들의 정신건강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며 많은 경우 문제의 근원에는 가정폭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윌러비 카운슬의 김선혜씨는 “모르는 나라에 와서 정착하느라 일하고 공부하는 동안 겪는 큰 스트레스가 가정폭력을 촉발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면서 “도움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언어 등 넘어야 할 장애가 많을 것을 우려하여 필요한 때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한인복지회의 앤김 매니저는 이것이 다만 젊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70대 여성노인, 이민 온 지 3,40년이 된 어르신도 여전히 남편의 폭력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복지회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노인의 경우는 영어로 된 서비스를 찾아 이용하는 것도 큰 난관이라 갈 곳이 없지만 설사 갈 곳이 마련되어도 언어의 장벽과 사회적인 위신 때문에 폭력적인 환경을 떠날 수 없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한다. 가정폭력 문제가 일개 ‘집안 문제’로만 여겨져 왔던, 고립된 한인 이민사회의 깊은 그늘이다.
토론에 임한 커뮤니티 기관의 일꾼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충고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체적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에는 되도록 꼭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000로 가까운 곳의 경찰을 부를 수 있는데 경찰은 필요한 경우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AVDO)를 내려 최악의 경우를 피하도록 해주며 다른 지원 기관에 도움을 의뢰해 준다. 경찰신고에 이어지는 도움은 피해자에게 유용하면서도 실제적이다. 피해자는 쉼터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정부주택을 우선 신청할 수도 있으며 법률 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배우자 비자로 가영주권인 상태에서는 추방의 염력도 폭력도 묵인하고 참는 경우가 있는데 안될 일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입증되면 영주권 신청은 가능하다. 영어를 잘 할 수 없어도 통역의 도움을 받아 경찰과 다른 기관과 의사소통할 수 있으니 꼭 신고를 하여 기록을 남기라는 것이 이스트우드 경찰서의 가정폭력 담당관 줄리씨의 말이다.
신체적인 폭력이 아니라 언어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모멸감을 주는 언어 폭력, 수입과 지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경제적인 억압도 가정폭력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이런 경우 폭력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격있는 상담사를 정기적으로 만나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상태를 기록하여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여성에 대한 폭력 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아동학대도 호주사회에서는 가정폭력으로 보고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한인사회 내에서도 혹시 부모나 보호자에게 얻어맞는 어린이들이 목격된다면 이웃들이 살펴서 관련 기관, 학교, 유치원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권장 사항이다. 이런 관심은 오지랖이 아니라 더 끔찍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일 수도 있다(가정폭력을 겪고 있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커뮤니티 이민자 자료센터 northernsydneykorean@gmail.com로 간단한 사연을 보내면 어떤 도음이 가능한지 정보를 구할 수 있다).
11월 25일 화이트리본데이는 199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남성들에 의해 주창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자’라는 슬로건의 캠페인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여기에서 폭력에 대한 관용은 없다. 자녀에게 매를 아끼면 자녀가 잘못된다, 말을 안 듣는 집안 구성원을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관념일 뿐이다. ‘술을 먹고 실수를 했을 뿐이다’, ‘남자는 그럴 수도 있다’라는 변명은 2016년 호주사회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폭력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인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 화이트리본데이의 정신을 한인사회에 일깨우는 길이며 주류사회가 내미는 손을 같이 잡아 화답하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제공 = 시드니북부지역 한인네트워크
※ 사진설명 – 시드니북부지역 한인네트워크 확대회의(10월 25일 화요일 오후 2시, 에핑 커뮤니티 센터) 참석자: 찬타 마우, 나탈리 스미스, 줄리 버톡도(이스트우드 경찰서), 김지현, 박주혜, 주은미, 장수지, 소이, 이세진, 박정민, 주은미, 조미영, 스레타 머킥(센터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