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그 이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가 남이가?’에서부터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까지, 가족의 의미와 주제는 정치와 지식문화산업에서도 빠질 수 없는 컨텐츠다. 꼭 피를 나눈 부모, 형제, 자매가 아니더라도 ‘누가 뭐래도 영원한 내 편’이 되어줄 가족 같은 존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모두에게 ‘가족’ 또는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 있는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맺히는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가? 아무래도 5월은 그런 생각을 해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듯하다.
하지만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mother’s day),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세계 가정의 날’, ‘로즈데이’ 등 여러 가정적인 기념일들이 연이어 있지만 최근 한국의 세월호 사고는 5월 가정의 달 여러 가정에 관련한 기념일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흔히 가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랑, 화목, 행복, 포근함 등일 것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느낌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대가족이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가족간의 유대감이 끈끈했던 예전과는 달리 핵가족이 주를 이루는 현재에는 가족의 해체, 존속살인 등의 사회적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가족 구성원 사이의 소통 단절을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한 갈등과 애정결핍 등의 문제가 심화되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2014 어머니보고서, ‘어머니 되기 좋은 나라’ 발표
국제 구호개발 NGO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5월 6일 발표한 ‘2014 어머니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78개국을 상대로 어머니와 아동이 살기 좋은 나라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여성과 아동이 살기 좋은 나라 3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해 31위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00년부터 각국 여성의 보건ㆍ경제ㆍ교육 수준과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여성과 아동의 생활환경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어머니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 1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핀란드가 차지했으며, 노르웨이(2위), 스웨덴(3위), 아이슬란드(4위), 네덜란드(5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호주 9위, 싱가포르가 15위를 기록해 호주와 싱가포르가 상위 20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이어 각각 31위, 32위를 기록했다. 반면 최하위권은 소말리아(178위), 콩고민주공화국(177위), 니제르(176위), 말리(175위), 기니비사우(174위) 등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로 나타났다.
‘싱글맘의 날’이 된 ‘입양의 날’, 한국 ‘국내 입양’ 늘려야
지난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자 ‘싱글맘의 날’, 그리고 호주는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입양된 지 3개월여 만에 입양부의 구타로 숨진 세살배기 00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입양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한국의 국내 입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 사회는 미혼모에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입양이나 베이비박스를 먼저 권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싱글맘이 되기로 결심하고 살아가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다.
5월 11일은 한국 정부가 정한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1가정이 1아이를 입양해 새로운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06년부터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입양인과 싱글맘, 입양인 원가족 등 입양 당사자들은 2011년부터 이날을 ‘싱글맘의 날’로 정하고 국내 입양 활성화하기 이전에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 1천880명 중 92.7%에 해당하는 1천744명이 미혼모의 자녀였다. 실제로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 중 다수는 출산 직후 당혹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입양을 결심했다가 미혼모단체 등의 도움으로 아이를 되찾아온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다.
미혼모들에게 현재의 대한민국은 생명을 지키고 함께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이전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렵다는 말로 생명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나 다름없다. 입양을 선택하면 “아이를 버렸다”고 손가락질하고, 양육을 선택하면 ‘비정상적’이라며 모든 짐을 미혼모 개인에게 지우는 무책임의 사회인 것이다.
호주 마더스 데이는 흰 국화로 기념
호주에서 5월 11일은 ‘어머니의 날’이자 여성 인권의 날로 지키고 있다. 한국의 ‘어버이 날’(5월 8일)처럼 호주에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한 날이 각각 있다. 올해는 5월 11일(매년 5월의 둘째 주일)이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다. ‘아버지의 날’은 매년 9월 첫째 주일이다. 호주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는 이렇게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있는데 날짜는 나라별로 다르다.
마더스 데이는 어머니는 물론 모성을 가진 존재에 고마움을 표하는 날이다. 기본적으로 어머니께 고마움을 표하는 날이란 성격이 가장 크지만, 여성 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
호주 ‘어머니의 날’ 전통은 1924년 시드니에 살던 쟈넷 헤이든(Janet Heyden)이 뉴잉튼 여성의 집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곳에서 쟈넷 헤이든은 자녀들에게 잊혀지고 외로운 어머니 환자들을 만났고, 선물을 보내 그들을 기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역 학교와 기업을 설득해 여성의 집 어머니들에게 선물을 기부하게 한다. 그래서 호주 아들, 딸들은 어머니의 날이 다가오면 어머니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 고민하곤 한다. 가장 기본적인 선물은 꽃인데, 한국에서 어버이날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과 달리 호주는 어머니께 흰 국화를 드린다. 전통적으로 흰 국화를 드리지만 어머니가 좋아할 만한 데이지, 장미 등 다른 꽃도 많이 선물한다. 그리고 마더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도 많이 펼쳐지고 학교에서도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어머니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최근 수학여행단이 탑승한 세월호 사고로 ‘스승의 날’이 무색해
한국의 전국 대부분 학교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차분한 15일 ‘스승의 날’을 보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8-9일 전국 200개 초·중·고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학교가 정상수업을 하면서 감사편지 쓰기, 교사에게 카네이션 달아주기 등 조촐한 기념만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양소를 찾거나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백일장을 여는 등 추모행사를 열었다. 또 일부 중·고등학교는 지역 소방서와 함께 소화기 사용법 등 재난안전교육을 했다. 한국 교총은 1982년 ‘스승의 날’ 부활 이후 처음으로 기념식을 열지 않았다. 대신 스승주간인 12-18일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주간으로 보냈다. 각 시도 교육청 역시 스승의 날 기념행사로 준비했던 각종 행사를 취소했다.
‘세계 가정의 날’, Families Matter for the Achievement of Development Goals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세계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이다. ‘세계 가정의 날’은 변화하는 현 세계에서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연합이 제정한 날이다. ‘세계 가정의 날’은 점증하는 가정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각 나라의 정부에서 가정과 관련된 정책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유엔 내부에서 가정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3년 UN경제사회위원회는 UN사회개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개발과정에서 가정의 역할에 관한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 결의에는 가정 문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관한 정책결정자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을 UN사무총장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989년 UN총회에서는 199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지정할 것을 결정했고, 1993년에는 UN총회에서 결의하여 매년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UN은 세계 가정의 날 지정을 통해 가정과 연관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사회적·민주적 과정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고 했다.
‘세계 가정의 날’은 가정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날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는 워크숍, 회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등을 통해 가정 문제에 관한 프로그램을 개최하거나 방영하고 있다. UN은 1994년에 이어 200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정했고, 해마다 가정 문제에 관한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무관심, 인류 멸망의 시작
아무리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극을 달리고, 사랑에 대한 정의가 인색할 대로 인색해진 무미건조한 사회이더라도 가족에 대한 관심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람, 사회, 관계, 사랑 그리고 존중 이 모든 ‘사회적 인간의 조건’을 가장 먼저 그리고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가정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무관심은 인류멸망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제작 ‘인간실격’에서의 요조,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 그리고 ‘상실의 시대’에서의 와타나베는 사실 우리 모두의 아바타일 수 있다. 부조리한 세상은 부조리한 가족 관계, 인간관계 그리고 메마른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공기와 같다는 이유로, 잔소리만 한다는 핑계로 무관심했던, 한동안 안부를 전하지 않았던 우리 ‘가족’들의 목소리를 오늘 서로 전해보자.
에듀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