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카르페 디엠, Make my Day, 오늘을 즐겨라!
Hole 4 (카르페 디엠)
Par 3 Blue Red
거리 127m 112m
인덱스 18/36 18/36
오늘은 스테이블포드(Stableford) 게임에 대해 알아보자. 호주 골프 클럽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경기 방식이다. 홀아웃 할 때까지 매 스트로크를 계산하는 스트로크 게임은 경기도 오래 걸리고 한 두홀 실수만 해도 전 경기 스코어가 망가지는 방식이라 주말 골퍼들에겐 여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매 홀마다 점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한 두홀 잘못 치더라도 나머지 홀을 잘 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다. 프로 경기인 스트로크 게임이 주말에만 치는 아마추어에게 너무 부담이 되어 거의 모든 클럽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점수 계산하는 것이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인덱스를 이해하면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일단 보기 플레이어(핸디가 18)는 매 홀마다 보너스가 있기 때문에 파(par: 정해진 규정타수)를 하면 3점이 된다.
보기(규정타보다 1타 더침)를 하면 2점, 더블보기(규정타 보다 2타 더침) 1점, 트리풀(3타 더침) 혹 양파(규정타 2배) 이상일 경우에는 점수가 없기 때문에 스트로크 게임처럼 홀아웃할 때까지 계속 경기를 하지 않고, wipe out이라고 선언하고 공을 집고 다음 홀로 이동한다. 어차피 점수가 없는 빵점이다. 반대로 규정타 보다 더 잘칠 경우 버디는 4점, 이글 5점, 알바트로스 6점이 된다. 핸디캡이 18인 경우에는 모든 홀에서 보기를 한 경우에는 18×2=36점이다. 따라서 36점의 스코어를 얻게 되면 자신의 핸디캡(18)을 친 것이다. 38점인 경우에는 핸디캡보다 2타를 잘 친 것이니 two under 16타를 친 것이고 반대로 34점일 경우는 2타를 더 쳐서 20타 two over를 친 것이다.
이번 홀의 인덱스를 보면 18/36이다. 이 의미는 핸디캡이 18에서 36까지는 1타 보너스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파를 한 경우에는 2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보너스가 있기 때문에 3점이다. 반대의 경우 1타를 더쳐서 보기를 하게 되면 2점 더불일 경우 1점 그 이상일 경우는 빵점이 된다.
만약 핸디캡이 17인 경우는 18/36 인덱스 범위보다 잘 치기 때문에 보너스가 없어 파일경우 2점, 보기일 경우 1점이 되며, 반대의 경우 핸디캡이 인덱스 범위 밖에 있는 초보 플레이어일 경우 즉 핸디가 37이 넘는 경우는 1타가 아닌 2타 보너스가 있다. 따라서 파를 할 경우에는 4점 보기를 할 경우에는 3점이 된다.
4번째 홀이다. 죽을 사(死)라 해서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싫어하는 숫자이다. 숫자에 대한 선호에 있어선 각 민족과 문화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4, 13 숫자는 피하려는 숫자이고 7과 11은 대체적으로 반기는 숫자이다.
잠시 몇몇 숫자가 갖고 있는 의미를 한번 살펴볼까한다. 동·서양에 따라 선호도나 의미하는 바가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삼세번에 해당되는 숫자 1, 2, 3에 대한 숫자의 개략적 의미를 살펴보겠다.
숫자 1은 우주나 태극을 상징한다. 기독교의 하나님이라는 표현도 하나이신 으뜸의 의미에서 유일신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숫자 2는 반대와 공유를 포함하는 음과 양의 의미이다. 남성과 여성, 빛과 어둠 상반되는 두 속성의 대립뿐이 아닌 조화를 추구하려는 의지도 담겨있는 숫자이다.
숫자 3은 기독교에서의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나 힌두교의 브라마, 시바, 비슈누의 삼신사상이나 하늘-땅-사람의 천지인과 같은 3재 사상처럼 3이라는 숫자는 완벽한 균형과 절대적 조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4번째 홀 왠지 숫자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지 마음 편한 홀은 아니다. 죽을 4자가 불운의 상징이어서인지, 이 홀만 오면 저주의 마법에 걸린 선수들이 적지 않다. 숫자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서인지 항공사에서도 불운의 상징인 4, 13 숫자는 잘 쓰지 않고, 행운의 의미인 7, 11을 많이 사용한다. 숫자에 대해 조금 우려되는 점은 좋은 의미보다는 안좋은 의미로서의 해석이 우리의 삶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벗어나야 할 징스크 중의 하나이다.
4번째 홀은 파3홀이다. 인덱스에서 보여주듯이 18홀 중에서 가장 쉬운 홀이다. 거리도 127m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가장 연습을 많이 한 미들 아이언 7번이나 8번을 사용한다. 연습도 많이 하고 친숙한 골프채이기 때문에 운만 조금 따라 준다면 초보자도 쉽게 파를 할 행운을 얻을 수 있는 홀이다.
이처럼 쉬운 홀이지만 문제는 전홀에서 어떤 스코어를 얻었느냐에 따라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는 홀이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앞 3홀에서 줄파(연속에서 파 세이브를 함)할 경우 이 홀이 가장 쉬운 홀이기 때문에 당연히 파를 해야 하는 중압감이 느껴온다.
골프 스윙을 할 때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스윙을 해야 하는데 이 사(死)번째 홀만 오면 숫자의 징크스와 더불어 생각이 많아진다. 앞서 줄파를 하며 상승세를 이어온 플레이어들은 이 홀을 무난히 넘기면 싱글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보기 플레이어의 벽을 깰 수 있다는 기대감, 100타를 쳐 골프 입문 후 최저타를 기록할 수 있을 기대감으로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역시나 크나큰 중량감을 이기지 못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 티샷은 기대에 못미치게 벙커에 빠지게 된다. 큰 실망감을 갖고 무거운 발거·움으로 벙커로 향했지만 벙커 안에 놓인 공의 라이가 너무 안좋아 핀에 붙여 파 세이브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 결국 벙커 탈출도 실패 치명적인 더불보기(규정타 보다 2타 오버)한다. 아직 4홀밖에 경기를 하지 않았고 이전 홀 성적이 예상외로 좋았기 때문에 충분이 만회할 기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의와 열정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이 차갑게 싹 가시고 만다.
이런 상황이 되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단어를 꼭 기억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서 나온 구절이다. “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사실 이 구절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더 유명해진 명대사다. 존 키딩 선생으로 열연한 로빈 윌리암스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감동적인 대사다.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fe extraordinary!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그대들의 삶을 비상하게 만들어라.”
카르페 디엠은 영어로 “seize the day”로 번역되며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즐겨라” 등으로 번역된다. 그런 의미로서 또한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대사는 Dirty Harry라는 영화에서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Go ahead, Make my Day”이다.
한 샷의 실수로, 한 홀의 실수로 전 게임을 포기하려는 마음의 생길 때 잊지 말아야 할 구절이다.
초반 한홀의 실수로 아직 많이 남은 홀들 아니 하루 전체를 포기하지 말자.
카르페 디엠, Make my Day, 오늘을 즐겨라!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