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7 (중용)
Par 4 Blue Red
거리 356m 323m
인덱스 9/25 6/26/45
전반 6개 홀을 우여곡절 끝에 마쳤다. 결과에 상관없이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7번째 홀 356m par 4홀이다. 2번 만에 그린에 올려 2퍼팅으로 홀을 끝내기가 만만치 않은 홀이다. 이 홀에서 파를 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를 200m 이상 보내는 장타를 쳐야 하고, 나머지 150m에서 정확한 아이언 샷이 필요하다. 장타와 정확성.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골프 끝이다.
골프 샷에서 빠지기 쉬운 딜레마는 비거리와 정확성이다. 얼마나 멀리 공을 보내냐, 얼마나 정확하게 공을 보내냐에 대한 이해이다. 대부분의 남성 골퍼들은 드라이버 비거리에 목숨을 걸고 있다. 동반자보다 1m라도 멀리 나가야 어깨가 으쓱해진다. 대체적으로 드라이버 장타를 친 홀에서 par 세이브를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장타자의 장점은 상대방이 3번에 온그린할 때, 2번 만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척 골프를 쉽게 칠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단점은 통상 장타자들이 정교함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실수도 많고 오히려 장외 홈런, OB(out of bound)를 내기 때문에 더 타수를 잃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드와 라운딩 같이 하는 선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거리에서 오는 자신감 상실이다. 자기보다 30-40m 앞에 떨어진 공을 볼 때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이리 작아지는가” 노래 가사가 귓가에 윙윙거린단다.
아마추어들이 내기 라운딩할 때 장타자 보다 더 힘든 상대는 무리하지 않고 또박 또박 치는 똑딱이 골퍼다. 이 난적들은 짧게 짧게 치기 때문에 훼어웨이를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다. 거리보다는 방향성(정확성)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정말 같이 치면 왕짜증 나는 상대들이다.
비거리와 정확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의 간절한 소망은 거리도 멀리 나가고, 방향성도 좋은 샷을 원한다. 이 욕심은 마누라도 못 말린다.
강원도 산골 총각과 전라도 섬 처녀가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다. 신혼집을 정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총각 왈 “당연히 새 소리 들리는 산 자락에서 살아야지”, 처녀는 산이 싫다며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로 가자”며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의논이 조금씩 과열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싸움으로 번진다. 이러려면 왜 결혼을 했나 하는 자괴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섬 처녀는 바다, 산골 총각은 산,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수없는 설득과 다툼과 협박과 호소를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중용의 대가이신 임 선생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 자기 주장만 해 결론이 나지 않으니 서로 반씩 양보를 해서 중간 지점인 충청도 세종시에서 살면 어떠냐고 결론을 낸다. 이 결론이 최상일까? 다같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한동안 한국 사회에서 주요 화두로 각광받던 통섭이라는 발음도 어려웠던 단어가 있었다. 서로 대립되는 학문들을 분리하기 보다는 합쳐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문제는 이것 저것 합친다는 것이 여러 나물을 넣고 만들어진 맛 좋은 비빕밥이 아닌 정체불명의 새로운 음식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있다. 비거리와 방향성을 합치면 어떤 스윙이 나올까?
방향성과 비거리 문제는 골프채를 부러뜨리지 않는 한 만고의 숙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해결책은 방향성을 높이기 위해 스윙을 약하게 해 비거리를 줄이거나, 거리를 늘이기 위해 무리하게 스윙을 해 방향성이 나빠지게 되는 스윙 스타일을 시소타듯이 반복한다. 골퍼 개개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성격적 성향(전투형, 방어형)에 따라 본인에게 좀 더 편한 스윙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중용의 의미를 양쪽의 중간을 의미하는 Golden rule로 이해하면 오히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통섭의 노력으로 방향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갖으려고 두루뭉실 합쳐놓아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중용도 아니고 통섭도 결론이 아니라면 어떻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어느 선사의 중도의 정의를 생각해 보자.
‘중용, 中道란 이것과 저것의 중간의 도란 뜻이 아니다. 중도는 이것과 저것의 어정쩡한 타협이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분명하지 못한 회피도 아니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장벽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의 길을 보이는 것이 중도다.’
비거리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정확성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고 편안히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자.
마이클 림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