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14)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2장 조기 유학 부모들을 위한 조언
5. 부모와 가디언
조기유학은 혼자가 아니라 적어도 부모 중 하나(특히 어머니)가 동반할 때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점은 전문가와 부모들간 정설이 된 것 같다. 어린 자녀들은 부모 슬하에 있어야만 정서적 안정감을 갖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해외에 나오면 어른도 고독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재정문제, 한쪽 부모만 올 때 기러기 엄마, 아빠 등으로 회자되는 이산가족 문제가 따른다(흔하게 매체에 보도되는 이 문제는 엄격히 따져 유학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유학을 받는 모든 나라는 부모가 동행하지 않는 18세 미만의 유학생은 부모를 대신할 [가디언/guardian/후견인, 부모 대리인]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기유학의 성공은 좋은 가디언의 발견과 역할이 크게 결정한다고 말 할 수 있다.
가디언은 부모의 대리인이므로 그의 책임과 역할은 학부모가 학교와의 관계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자명해진다. 부모의 대신인 가디언이 학생과 같은 집에 거주하고 부모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이들은 대개 따로 직업이 있는 게 보통이므로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아래에서는 필자의 직접 경험하거나 관찰해온 학생과 대리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몇 가지 참고가 될 사항을 적고자 한다.
(1) 대리인이 홈스테이 호스트(하숙 주인)를 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의 의식주와 통근을 책임 질 수는 없다. 그러나 탈선의 길로 빠질 수 있는 가능성에 늘 관심을 두고 방과 후 생활에 신경을 쓰는 일은 가디언의 책임이다. 기숙학교에 들어간 경우는 생활에 대한 대부분의 감독은 학교가 맡는다. 그러나 가디언은 학생의 성적과 실태를 점검하고, 그와 함께 문제점이 발견되면 부모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기숙학교는 정기와 [중간/half-term, mid-term] 방학 때는 기숙사 문을 닫고 학생으로 하여금 나가 있게 한다. 이때는 가디언이 학생이 임시 거쳐할 곳을 알선하고, 일부 뒷바라지와 감독을 해야 한다.
기숙학생이든 통학학생이든 학교가 대리인에게 연락(편지, 이메일, 전화 등으로)을 하고, 필요하면 학교로 부른다. 그 경우는 대개 학생이 학칙 위반으로 벌칙을 받게 되거나, 사고를 냈거나(또는 당했거나), 그 외 돌발적인 사건이 생겼을 때다. 또 리스크와 비용이 따르는 장거리 여행, 특별 학교 행사 참여, 외박(기숙사 생활을 할 때)에 부모의 허락이 필요할 때, 학교는 편지와 서명용 용지를 보내온다. 이런 경우 바로 회답을 해야 한다.
그 외 학교는 1년에 한두 번 학생들의 성적과 공부 진도 등에 대하여 학부모에게 설명해주고 궁금한 점을 묻게 하거나 학교 운영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한 모임에 학부모를 초청하는데 그 때 대리인이 가봐야 한다. 안 가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좋은 인상을 남길 수는 없다.
가디언과 하숙 주인이 동일 가정이 아닌 경우가 많은 이유는 가디언을 할 만하거나 맡아줄 사람들은 하숙업보다 일반 가정이나 다른 전문인들 가운데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대부분 가디언은 현지 외국인보다 동포 가정이다. 부모들은 현지에 사는 친척과 지인, 아니면 그들을 통하여 소개를 받는 등 가장 접근이 쉬운 사람으로 낙점하기 때문이다.
현지에 있는 유학원들이 업무의 일부로 가디언직을 맡기도 하고 알선을 하는데 이 경우도 가디언은 거의 전부 한인이다. 외국인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도 하고 외국인이 잘 모르는 한인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리 부모 노릇을 선뜻 안할 것이다(홈스테이라면 다를 것이다).
한인교회가 많은 지역에는 하숙과 가디언을 겸하는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들이 적지 않아 편한 점도 있으나 이때는 교회를 나가 동포 학생과 어울려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어 공부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상의 설명에서도 짐작 할 수 있는대로 학생이 자기 일을 알아서 잘하고 착실하여 문제를 안일으킨다면 가디언이 할 일은 별게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사건과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 온다. 단 한번의 실수와 감독 소홀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가디언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겠다면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직책이다.
‘치맛바람’은 바보짓
(2) 교포 학부모, 유학생 가디언 할 것 없이 언어장벽, 바쁜 이민생활, 한국적 구습 등 이유로 학교의 초청이나 요청에 무응답이나 적절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는 사례가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초중등학교 레벨에서는 학교가 부모를 초청하여 모임을 갖는 경우가 흔한데 한인들은 거기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이해가 가는 이유는 언어에 자신이 없어 토론 참여와 교류에 느끼는 부담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참여라고 하여 특별한 용건 없이 학교를 찾아가 배회한다든가, 사전 연락 없이 수업을 관람하는 등의 한국식 극성 또한 금물이라는 점이다. 기숙생인 경우에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내 생활과 활동에 대하여 학교가 감독을 하고 있어 학교가 요청하는 일이 아니라면 부모나 대리인이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시드니에서 기차로 3시간 반 거리며 상당수 한국 유학생이 있는 호주의 사립초중고 [Scots School]의 간부들과 이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해봤다. 이 학교의 학사 담당관인 노엘 에버리 씨는 필자의 생각이 맞다고 말했다.
영미국가에서는 바보짓이 될 수밖에 없는 부유한 한국인 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제9장 참조). 한국에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말만을 듣고 가디언들과 마찰을 빚는 문제도 오래됐다. 그간 일어난 여러 가지 가디언 시비와 조기유학 탈선 사례를 줄이기 위하여 이들 나라 정부는 비자발급 조건으로 미리 지명할 가디언 자격을 강화했지만 대부분의 학교 자체는 까다롭게 점검하는 편이 아니다.
(3) 조기유학생 부모들은 학생을 위하여 밥만 해주는 기본 역할 외에 공부도 돌봐야 할까? 이에 대하여는 한국에서도 개인의 능력과 철학과 가정환경 및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능력이 있건 없건 부모가 자녀보다 딴 데에 더 정신을 쓴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인 부모들은 자녀 학업지도는 대부분 큰 도시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는 한인 경영 과외학원에 맡기고 있는 편이다. 해외에서도 한인 부모들의 1차 관심은 대학 진학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들은 남이 하는 과외 공부에 자기 자녀가 빠진다면 손해가 될까 불안해한다. 최근에는 돌아갈 학생을 위한 영수학원 마져 생겼다. 이렇게 해서 과외열풍이 해외에서도 재연, 나가서도 사교육비가 한국에서보다 덜하지 않다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영미국가에서도 오래 전부터 [coaching school]이라 불리는 여러 분야 과외 레슨을 해주는 곳이 있었으나 일류 대학을 목표로 하는 족집게 형 입시학원은 한국인들이 가져온 새로운 문화다.
(4) 부모가 동반할 수 없고 홀로 보냈을 때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 부모들은 사립 기숙학교에서는 외국인친구를 사귀기 쉽고 현지 문화에 빨리 통합될 수 있다. 독립적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생들에게 혼자 살아가는 법을 빨리 익힐 수 있다. 기숙사에는 사감이 거주하고 있어 감독이 철저하다. 따라서 거기에서 잘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생의 안전이나 탈선에 대하여 비교적 맘을 놓아도 된다.
다만 한국인 자녀들에게는 음식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고 편하게만 살았던 경우라면 적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