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4장 주거와 문화체험
3. 홈스테이의 신화 – ‘영어는 커녕 배곯고 마음 고생만’
영어수출에 열을 올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학교들이 외국의 영어 연수생들 위하여 이용을 권장하는 제도 가운데 홈스테이라는 게 있다. 홈스테이는 간단히 말해서 외국 학생들을 위한 현지 원어민 가정 하숙이다. 민박이라고 해도 좋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하숙이나 민박과 다른 점이라면, 첫째 이 제도의 목적은 숙식 해결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둘째 홈스테이를 알선하는 학교와 전문 업체가 일부 감독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 모든 영어학교가 판촉용으로 배포하는 화려한 브로셔에는 홈스테이의 자랑 섞인 설명이 꼭 들어 있다. 그 가운데 호주 아델레이드 소재 한 대학부설 영어학교의 것을 인용해 보자.
“홈스테이 프로그램은 아델라이드에서 공부하는 동안 호주 가정과 함께 머무는 경험과 즐거움을 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가정은 높은 기준에 따라 엄선되기 때문에 고객인 학생들에게 질 높은 숙식과 함께 일상 가정생활 환경에서 영어 회화를 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란한 현지 원어민 가정에 머물면서 숙식도 해결하고 영어와 현지 문화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러니 단기 영어연수를 온 학생들에게 홈스테이의 이상은 큰 매력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없다. 영어 사용 지역으로 나가는 한국 유학생의70-80%가 영어 연수생들이다. 조기유학과 성인 정규 유학의 경우도, 처음 단계에서는 영어학교에 가서 얼마 동안 지내게 되는 게 보통이다.
장미 빛 꿈은 사라지고
그럼 홈스테이는 과연 그렇게 장미 빛 “외국 체험”인가? 대부분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경험하는 삶 자체가 그런 것처럼, 여기에도 많은 허상이 실상을 가리고 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서양인들(특히 미국인)은 부자여서, ‘후하고 친절하고 자상하게 남을 배려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요즘은 많은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해보지만, 아직도 그렇다. 이런 꿈에서 깨어나는 때가 바로 현지에 나가 살게 되는 때인데, 홈스테이도 마찬가지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학교가 정해준 홈스테이 가정을 처음 찾아가 보거나 얼마 동안 살아보고는 실망한다. 문화적으로 느끼는 일반적 불편 말고, 주인과 겪는 오해와 마찰, 영어 실력이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는 등 실망 하고 거처를 옮겨 다니기 일쑤다. 결국은 비슷한 처지의 한국 학생들끼리 방을 얻어 나가, 될 수록 영어를 쓰면서 산다는 원래 계획과는 딴판인 해외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숙식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크게는 문화충격의 일부로서 유학의 성패를 결정짓는 한가지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지만 유학에 관련된 그 많은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그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불행한 경험을 한 학생들은 벙어리 냉가슴으로 지내다가 떠나오면 그만이고, 이런 문제를 전체 유학교육의 틀 안에서 책임 있게 모니터하는 기구가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세대가 홈스테이로 외국인 가정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과 결과는 유학이나 홈스테이라는 좁은 이슈를 떠나 국제화라는 국가정책 속에서도 심각하게 평가돼야 할 일이지만, 아무도 그런 문제에 착안하지 않는다.
필자는 [국제교육연구/international education research]의 일환으로 호주에 와 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홈스테이 실태를 지켜보고 사례를 모아 왔다. 이들의 친척이나 대리인을 자청, 여러 학교의 홈스테이 담당자들과 가정들을 찾아가보기도 했다. 아래 쓰는 내용들은 그런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인심 좋다는 호주의 경우
여기 먼저 내 놓는 사례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사례지만, 물론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또 문제의 경우도 책임의 상당 부분이 유학생 쪽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성공보다 실패의 예가 많은 것은 사실이며, 나쁜 사례를 들어 얘기를 이끌어 간다면 장래 해외 영어연수를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아 그렇게 한다. 더욱 호주의 사례는 다른 영미국가로 나가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고가 된다. 그래도 호주의 인심이 미국, 영국, 캐나다보다 나은 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학원(또는 편지, 팩스, 이메일 등 직접)을 통해서 학교 등록과 함께 홈스테이를 신청한 학생은 현지 공항에 내려 미리 팩스나 이-메일로 받은 주소를 가지고 알선 업체나 해당 학교와의 사전 약속으로 마중 나온 사람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가정을 찾아간다. 그런데 처음 찾아간 가정은 주거환경, 학교와의 거리, 가족 상황, 출신 나라와 배경 등의 면에서 학생이 마음속에 그렸던 그림이나 홈스테이 본래의 목적과는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 필자가 학생을 도우면서 직접 경험한 두 사례를 먼저 들어보자.
(사례1) 대학 2년 재학중 군대를 다녀와서 1년간 영어교육으로 온 P씨. 대전 거주, 전공 컴퓨터과학. 학교가 정해준 가정은 시드니에서도 경치 좋고 부자들이 사는 프렌치 포리스트 지역. 그러나 기차가 없어 버스로 다녀야 하는데, 버스 연결이 좋지 않아 그는 첫날 시내 학교까지 2시간 반을 소모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버스를 바꿔 타지 않고 직행으로 조금은 더 빠르게 오는 길이 있지만, 역시 1시간은 넘어 걸린다. 그나마 밤 9시 가 지나면 버스는 끊긴다.
필자가 학생을 대신하여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건네면서 대화를 해보려니까 다짜고짜 [불싵/Bull shit/닥쳐]하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국학생을 직업적으로 많이 두어본 가정 가운데는 학생을 대신해서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현지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을 자기대로만 다루고 싶어 그런 것이다. 그는 남자 독거노인이었다.
(사례2)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여름방학 동안 2개월간 영어연수로 온 H양. 학교가 정해준 홈스테이 가정은 시드니 중심에서 약 20킬로 서쪽의 덜위치힐 지역, 기차역에서 멀지 않으나 비교적 으슥한 아파트촌에 있었다 (호주의 아파트는 대개 3층, 근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집을 포함, 낡은 아파트 베란다에는 이불과 옷가지 빨래가 널려 있어 호주 수준으로는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임이 틀림없었다. 한국에서 온 16살짜리 여학생을 머물게 하기는 불안했다.
노크를 하고 혼자 산다는 주인 여자를 만나 대화를 시작하면서 아직 마음 결정을 못했다고 하니까, 화를 벌컥 내는 것이다. 학교에서 꼭 들어온다고 돈도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공식으로 항의하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학교에서 팩스가 왔는데, 필자가 그 여자 앞에서 난폭하게 굴어 그녀는 지금도 큰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여주인은 유색 혼혈 그리스계인 것 같았다. 그 지역은 그리스계가 많이 사는 곳이다 (호주에서는 인종차별금지 정책에 따라 언론의 보도나 양식 기입에 있어 인종을 묻는 일은 일반적으로 금기로 되어 있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홈스테이 주인으로는 이미 실격이다.
왜 이런 사례가 흔한가? 각 학교는 1, 2명의 홈스테이 전담 직원을 두고 있다. 그는 평소 홈스테이 희망 가정을 찾아 명단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신청자인 유학생의 요구 조건을 참작, 짝을 맺어주는 것이다. 대부분 신청자의 필요가 그렇지만, 학교가 정하는 기준도 기차로 40분 이내 통근 거리에 있고 홈스테이의 취지에 맞는 원어민 가정이다. 신청한 학생에 대하여는 학교는 추천하는 가정의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취미, 애완동물의 유무, 직업, 주소, 전화번호 등 정보를 정해진 양식에 기입, 팩스로 보내준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