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4장 주거와 문화체험
수요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이런 절차가 있는데도 차질을 빚는 큰 이유는 이 분야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 가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영미 사람들도 불경기를 만나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야단들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나 사실이다. 홈스테이의 이상대로 외국 학생들의 필요에 맞게 품위있는 영어로 대화를 하고, 대표적인 호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규격품’ 가정이라면 적어도 중산층 가정이어야 한다. 예외가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몇푼 더 벌기 위하여 외국 학생을 받는 그런 삶을 안 산다. 그러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비교적 좋은 가정은 언제나 ‘팔려나가’ 있고 새나기에게 안 걸리는 것이다.
[IDP호주교육위원회] 시드니 지사의 전 직원으로 많은 한국 유학생들을 오랜 동안 학교와 홈스테이에 보내 본 교민 구현모씨의 말도 근본적으로 공급부족론을 뒷받침한다. 그에 따르면 홈스테이에 맞는 구조의 집과 주인은 따로 있는데, 그런 가정은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드물다. 구씨는 홈스테이에 맞지 않는 구조의 예로서 방이 지하나 외진 곳에 있어 학생은 밥먹을 때를 빼고는 주인과 별로 접촉이 어려운 집을 들었다. 여인숙 구조에다가 카페트가 더러운 집도 많았는데, 대개 그런 집 주인은 사람도 엉망이라고 말한다.
(사례3) 역시 방학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영어연수를 온 고등학생 자매의 경우. 이들이 들어간 홈스테이 가정의 위치는 시내 학교에서 가까운 [노스/The North Shore)]로 고급지역이며, 40대의 주인아주머니도 상냥한 편이다. 다만 그는 원어민 영어사용자가 아니어서 그의 영어는 액센트가 많다. 불란서에서 호주 남자를 만나 여기로 이민왔으나 지금은 이혼한 듯 혼자 살고 있다. 또 그는 한쪽 건물에 탁아소를 운영을 하면서 자기 건물 방 하나를 홈스테이로 내놓은 것이므로 이상적인 홈스테이 가정의 표준은 아니다.
(사례4) 시포스라면 시드니 동쪽 태평양 연안을 바라보는 백인 중심의 고급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장차 대학진학을 향하여 먼저 1년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하여 이곳에 온 N씨가 정한 홈스테이 가정의 주거환경은 예상대로 좋았다. 그러나 40대인 이 집 여주인은 칠레 출신으로 호주 남편과는 헤어져 중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와 살고 있었다. 아마도 전남편으로부터 받는 자녀양육비와 정부가 주는 과부수당으로 사는 그는 부업으로 홈스테이를 하는 게 틀림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편은 아닌 듯 취미로 그림도 그리는 등 겉으로는 평온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았지만, 학생에 따르면 그는 안정된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를 사귀어 지내느라 외출이 잦고 영어도 완전 원어민의 것이 아니어서 (칠레 출신) 홈스테이 가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 그는 4주정도 있다가 나왔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모두 인구의 20-30%가 해외 출생자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영어권 출신 백인으로 영어를 하긴 해도 원어민 같지 않다. 그런 가정이라면 홈스테이 가정으로는 애당초 적합하지 않으나 흔하게 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이민자 출신들이 이들 나라 서민층을 주로 이루며 홈스테이 같은 부업을 원한다.
대부분 배운 영미사람들이 그렇지만, 영어학교나 대학의 홈스테이 담당자인 젊은 여성을 만나 보면은 성실하고 상냥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이 꼬이는 것은 역시 수요공급 사정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기업체인 이들 홈스테이 직원은 신청이 쇄도할 때 좋은 가정이 없다며 사절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점은 한국과 외국 같다. 신청 케이스들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담당자는 한건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될 수 있으면 고객이 양보해주기를 바란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의사 표현을 자유스럽게 못하는 유학생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런 관례는 굳어지는 것이다.
담당자는 의례히 지금 정해진 집 주인인 아무개씨 가정은 ‘나이스’하다고 말한다. 어떤 30대 중반의 한국 여성은 레드펀에 거처가 정해졌다. 레드펀이라면 시드니 시내 중심가에서 가깝지만 원래 호주 원주민들이 많이 모인 곳이어서 나쁜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내가 담당자에게 왜 그런 위험한 곳에 해주었느냐고 말하자, ‘요즘 시드니에서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애교 있게 반문한다. 잘 알려진 대학부속 영어학교라고 다르지 않다. 영어학교는 대학 부속일지라도 독립채산으로 운영되는 기업일 따름이다.
이런 틈새시장을 찾아 홈스테이만을 전업으로 알선하는 기업체가 시드니에 4-5개 생겨나 있다. 그 가운데 대표격인 [홈스테이 네트워크/Homestay Network]의 크라디아 콜러 사장은 사업취지를 과시하듯, 공급부족을 부인한다. 시드니 근교에 2000개 가정을 회원제로 관리하고 있다는 콜러씨는 학교로 봐 홈스테이는 전업이 아니고 부수적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트워크는 홈스테이 가정을 신문 광고보다는 개인간 네트워크를 통하여 찾고, 또 직접 가서 보고 면접을 한 다음 선발한다는 것이다.
한 한인 유학원 대표자도 공급부족을 부인한다. 그에 따르면 학교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같은 큰 신문에만 광고를 내고 쉽게 응해 오는 희망자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가 인원을 늘려 한국문화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가정, 한국인 고아를 둔 양부모, 외출 할 때 어린 아이와 함께 집에 있을 사람을 원하는 젊은 엄마 등을 찾아 나선다면 사정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가정이 받는 주 홈스테이비(호주화 190-220불)는 그대로 두고라도 학교나 업체가 받는 알선비(호주화 100-150불)를 조금 올려, 좋은 가정을 찾아내는 노력을 개선한다면 그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돈에 포함된 하루 세끼(어떤 가정은 주말만 하루 세끼, 그 외는 두끼)는 우리 식사에 비하면 초라하다. 아침은 냉장고에 저장해놓은 우유와 씨리얼, 점심은 센드위치와 과일 한 개 정도(주중은 도시락으로), 저녁 메뉴는 대개 매일 다른데 스파게티 정도가 흔하다. 한식에 비하여 외형으로 봐 이와 같이 빈약한 서양 음식 또한 유학생들에게 불만족 가운데 하나가 된다.
계약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이지만
영미사회가 계약중심이라는 것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집을 임대해 보면 실감하게 된다. 집의 상태를 세목별로 적은 ‘체크 리스트’에 쌍방이 서명하고, 계약서 안에는 서로의 권리의무, 임대료 지불방법, 위반시 대처방안, 손상에 대한 배상 등이 깨알처럼 자세히 적혀있다.
홈스테이에도 계약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나 실제는 주택 임대에 비하여 일방적이거나 없다고 말해야 맞다. 당사자인 학교와 가정과 고객인 학생이 함께 서명하는 계약서가 없다. 학교는 홈스테이를 할 학생이 낼 돈 내역과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자세히 적힌 한장짜리 인쇄물을 내주므로, 엄격히 말해서 그것은 계약서가 아니며 학생의 의무를 주로 적은 문서이다.
그 문서에는 기물을 파손하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등 학교와 가정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항과 학생이 가정생활을 하면서 [Do’s and Dont’s/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더 많이 적혀 있다. 홈스테이 주인이 지켜야 할 의무는 학생에게 적절한 숙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정도이다. 홈스테이 네크워크도 홈스테이 학생들이 지켜야할 예의와 준수 사항들을 자세히 적은 [스튜덴트 핸드북]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주인 가정이 지켜야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는 언급이 별로 없다. 홈스테이 네트워크의 회원 가정의 스티브 문지씨(에핑 거주)는 학생 관리와 관련, 어쩌다 회람을 받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물론 유학생은 호주의 주류 문화와 생활양식을 배워야할 학생 신분이고, 홈스테이 주인은 호주 어른으로서 늘 바르다는 맨털리티를 반영한다.
주택임대 때와는 달리, 홈스테이의 경우 예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영어학교는 양식으로 기본 정보만 제공할 학생이 가정을 돌아봐고 (인스팩션), 주인도 만나 본 후 결정하도록 해주지 않는다. 홈스테이 담당직원 설명에 따르면 가보고 거절하는 것은 실례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그런 식으로 일일이 보여주고 결정하게 한다면 담당 직원에게는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 뻔하다. 그러니 학생의 이익은 도외시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홈스테이 룰에 따르면 학생은 처음 간 가정이 마음에 안 들어도 최소 2주간은 머물러야 한다. 결정해 놓고 가지 않으면 벌칙으로 1주일분 홈스테이비를 물어야 한다.
대부분 학교의 담당직원은 가정을 직접 가보지도 않고 전화 면접과 팩스를 통한 서류 교환으로 후보자 선정을 한다. 그리고 지내 본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 어느 가정이 괜찮은가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이다. 그러니 앞서 예로 든 홈스테이 광고의 ‘높은 기준에 따라 엄선되기 때문에’라는 표현은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