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5)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1장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
4. 21세기 유학 환경 – 많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쎌러스 마켓
1950년대와 60년대의 한국인의 유학 대상지는 거의가 미국이었다. 그때 미국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세계 1등 부자고 강대국이었다. 가난한 한국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 또는 접시 닦이라도 하면서 유학을 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었다.
그때 유학을 해본 사람들의 애기를 들어보면 모두 비슷하다. 언어와 공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우리 유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지금만 못했겠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아마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의식과 미국 돈으로 가르친다는 자신감에다가 유학생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들의 일방적인 태도가 크게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필자가 컬럼비아대학 언론대학원에 공부하러 간 70년대 초에도 그런 기미를 엿볼 수 있었다. [기사 쓰기/reporting/writing]과목의 담당 교수는 필자보고 한국 관련 기사는 쓰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었다. 이 학위과정이 현지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사실을 감안하고라도 당시 미국 대학들의 경향이 어땠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뿐 아니다. 80년대 초 필자가 시드니의 매콰리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 분위기도 비슷했다. 한국 유학생은 전교에서 필자뿐이었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오는 호주인은 하나도 없었다. 논문 토픽을 한국 관계로 하겠다고 말한다면 지도교수는 왜 유학 왔느냐고 할 것 같았다.
요즘을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사회과학과 인문학분야에서는 한국사회 문제를, 경제학, 경영학 등 분야에서는 거시적 한국경제 아니면 한인 관광산업, 재벌기업 사례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학위논문을 쓰는 것을 보게 된다. 지난 20여 년 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 측면을 연구, 박사학위를 한 한국 유학생들도 많다. 사회학분야에서는 이 지역 한인들의 미국사회 진입과정 등 실태를 연구한 논문도 여러 개 나왔다. 한국 유학생이 한국 관련 논문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는 물론 자료수집의 용이성과 자기 사회에 대하여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통찰력 때문이다.
당연히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 등을 이유로 유학생들이 한국에 가 있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한편 영어 강사로 일하거나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가 한동안 지내다가 돌아간 외국인들이 한국 관련 제목으로 학위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필자가 호주에서 공부 할 때 도중 집안 사정으로 한국에 6개월 정도 가있겠다고 하니까 학과장은 학칙을 거론 하면서(학생은 정기적으로 지도교수와 만나야 한다는 조항) 난색을 보였고 결국 동정적 이유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했었다.
한국 대학의 교수들이 방학 때와 1년 정도 휴직 기간을 이용, 나가 외국 박사학위를 해내는 일이 흔해졌다. 대부분 해외 대학들의 학칙을 엄격히 따른다면 이게 불가능하리라 보는데 예외를 인정해준 게 틀림없다.
국제간 비교 연구
이러한 유학환경의 변화는 첫째로 이미 언급한 세계화의 물결을 따라 대학들의 관심과 역할과 활로가 과거의 국가 중심에서 세계 중심으로 확대되어 간 결과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세계 수준의 큰 대학들의 관심이 19세기의 [국가적 필요/nationalism]로부터 금세기에는 [세계화 필요/globalism]로 바뀌고 있다.
이 세계화과정에는 한국 등 제2, 3세계 국가들의 국제사회와 국제시장에서의 지위와 역할 상승과 저력 확대가 들어간다. 이 지역이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과거 원조 대상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새로운 상품 교역과 투자 대상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신흥 개발 지역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연구도 국제관계의 테두리에서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각 학문분야에서 [국제간 비교연구/cross-cultural studies]와 국가간 [공동연구/joint research]에 대한 필요와 관심이 커진 것은 그런 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하여 다른 나라들이 갖는 관심 하나만 봐도 그렇다,
그간 일어난 다국적 기업의 제3세계로의 진출과 반대로 선진국으로의 후개발국 인력의 대거 이동 또한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영역을 제공하고 있다. 인구 200만 명에 육박한 미국 안 한인사회는 자민족 사회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활용 할 수 있는 한국 유학생과 해외 거주 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이유는 유학은 거의 전액 자비로 바뀐 사실이다. 유학은 더 이상 후진국 원조의 일환이 아니다. 유학을 받는 나라는 이것을 돈벌이로 보게 됐다. 또 유학 대상국도 미국에서 일본, 중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 다양화되어 이 나라들이 유학을 받는데 경쟁을 하게 되었다.
유학생 환영 행사 여는 도시
이와 같은 여건 변화와 함께 생각해볼 점은 유학은 [쎌러스 마켓/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는가이다. 유학도 하나의 산업이라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처럼 공급자의 필요가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 맞게 교육 내용을 맞추어 나가게 한 것 같다. 그리하여 교육 거래도 [맞춤형/custom tailored]으로 발전할 것인가이다.
그런 변화는 유학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 유학을 보내는 나라뿐만 아니라 유학을 받는 나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쌍방향 모델이 될 때 가능하다. 아직까지 그게 확실치 않다. 유학생을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중·고등학교와 명문 대학들의 경우야 더하다. 기준은 완전 저쪽이 결정한 대로다.
학원 시장개방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대학은 쌍방향 모델을 가지고 들어와야 할 것이다. [창의력/innovative]과 신축성에 있어 앞선 해외 대학들은 이 점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테지만, 그럴 때는 교육의 질 저하의 논의에 말릴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이미 감지된다. 언어연수와 문화체험 분야에서는 보내는 쪽의 필요를 좇아 저쪽이 특별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예가 늘고 있다. 시드니에는 한국 교수들에 의한 한국어 강의를 받고 호주 학위를 받게 하는 신학대학이 몇 개 생겨났다.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한국인이다. 분명 달라진 유학 현상이 아닐 수 없는데 이러한 사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쉽지 않다.
다른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호주 남부 도시인 아델라이드의 대학들은 유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잘 섞일 수 있도록 돕는 프로를 만들고, 시 자체와 제휴 유학생 환영과 환송 행사 등을 벌인다. 이 행사에는 시장과 이 지역 유지들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양자 협의 아래 절충 및 개선이 필요한 몇 가지 예로 유학생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일부 대학 학칙 규정, 초·중·고등학교 기숙사 음식 개선 등을 들어보고 싶다.
필자가 아는 한 호주 유명 초·중·고등학교는 상당수 아시아 학생들이 있어 식단에 쌀밥을 넣어 제공하고 있으나 한국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밥이 늘 몹시 설익어 있어 못 먹겠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쌀밥을 맛있게 짓는 방식을 잘 모른다. 이런 문제도 누군가 이쪽에서 지적하고 알려준다면 개선이 되겠지만 서로간 그런 대화 통로가 없다.
논문 표절 시비
자비유학생을 대거 받는 나라에서는 유학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는 논의가 분분하다. 그런 주장의 첫째 근거는 수(受)유학국이 서로 다른 교육제도와 상황 아래 배운 학생을 선발함에 있어 일관된 엄격한 기준의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돈이 걸린 문제여서 엄격한 교육평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학교 재정 면에서도 그렇지만, 비싼 돈을 내고 등록한 유학생들을 무더기로 낙제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주에서 많은 교수들이 유학생들의 채점을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호주 텔레비전 채널 9의 일요 시사프로인 [Sunday/선데이]는 일부 교수들이 유학생들의 채점을 완화하도록 위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대학에서는 학점을 따지 못한 유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한 일도 생겼다.
셋째로 과거에 비하여 영미 대학에 늘어난 유색 이민자 출신 교수들이 지도를 맡게 된다면 자기 실적을 위하여 학생들을 잘 보살피거나 느슨하게 할 확률이 크다는 우려다. 대개 학생 유무를 중심으로 교수 자리가 유지되는 현행 대학제도에서는 그렇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의리와 정이 덜 작용한다는 영미사회에서도 사제지간의 관계가 좋고 교수가 인간적이라면 어렵게 와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 대하여 온정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로 인터넷의 출현으로 자국 학생도 그렇지만, 유학생들의 [논문 표절/plagiarism] 사건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워크가 없는 영국식 박사과정에서는 학생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교수가 느슨하다면 논문의 전부나 상당 부분을 남으로 하여금 쓰게 하여 과정을 마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와 부분적 사례를 들어 교육의 질 저하라고 일반화기는 이르다. 재정이 튼튼하고 지원자가 넘쳐나는 명문 중·고등학교나 대학의 학사 규정과 기율의 적용은 엄격하고 학생들의 학구열은 높다. 한국에서는 별게 아닌 비행으로 한국 유학생이 제적된 사례도 많다.
이런 몇 가지 예외와 3류 학교 사례가 아니라면 유학은 아직도 쎌러스 마켓이다. 외국어를 잘하고 그쪽 학교의 학업 기준을 만족시켜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쪽 사정을 내세워 될 수 있는 여지는 적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