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28-1)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5장 해외유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충격
강의 계획표
교육효과는 피교육자의 학습과정 참여도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강의야 말로 그렇다. 필자의 대학 시절, 강의 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았던 이유는 일방적으로 지루하게 듣기와 적기만 해야 했던 데 있었다. 지금처럼 교재와 교육 수단이 많은 시대에 강의가 아직도 그런 식이라면 엄청난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영미 대학 교수들은 강의할 주요 내용을 요약한 [유인물/hand-outs, outline notes]을 미리 배포하여 학생들의 필기 부담을 덜어 준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강의 중 노트 필기를 새로운 착안, 사례 등을 적는 데 그쳐도 될 것이다. ‘히어링’이 어려운 외국어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유학생들에게 이 점은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세 가지 공부방법 가운데 분석적이고 탐구적인 쪽을 중요시한다면, 교수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도록 강의를 계획해야 하고, 필기도 그런 쪽으로 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과 영미 대학의 또 다른 차이는 교수들의 엄격한 강의시간 지키기다. 교수들은 학기의 시작에 앞서 [강의계획표/course guides, course outline, course information]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거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진행해 나간다. 휴강, 조기 종강은 매우 드물다. ‘적당’이라는 것이 없다. 논문제출도 마감일을 넘기면 감점을 하는 등 까다롭다. 학원 소요와 교내 행사 등을 이유로 결강(缺講)을 밥 먹듯이 하고, 짧은 리포트나 짧은 답안지로 한 학기의 학업성과를 평가받던 과거 우리의 경우와는 너무 다르다.
강의계획표 정도는 한국에서도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으나 일반화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가 [강의 정보제공제]를 학교에 공식 요청했다는 보도가 한국의 신문에 났었다. 학기초 수강신청을 하기에 앞서 교수들이 구체적인 강의 계획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여 수강 신청을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는 것인데 위에서 말한 코스 아웃라인이나 가이드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도 그게 일반화 안 되어 있길래 뉴스가 되는 게 아닌가.
영미 대학에서는 강의계획에는 관련 분야의 외부 인사를 초청하여 하는 특강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호주 대학에서는 과목을 책임지는 교수를 [course chairman]말고도 [convenor]라고 부르기도 한다. 강의 전부를 맡는 게 아니라 강의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대학에 튜토리얼 제도는 없으나 강의시간에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관례가 최근에 생겼는데, 외국의 것을 도입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미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할 때 보면, 각 개인은 우리보다 훨씬 자유스럽게 행동한다. 강연회 같은 모임에 참석해 보면, 참석자들은 우리처럼 굳어져 있지 않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강의실도 그렇다. 연사도 장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청중 가운데 누가 뭐라고 하면 얼른 화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영미 대학의 분위기와 학습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학생들이 강의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장벽과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던 과거의 습성의 복합된 결과다.
거의 모든 영미 대학에서는 파트타임으로 학위를 이수하는 제도를 인정하고 있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나이 많은 학생들이 많다. 제때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늦게 서야 학사, 석사. 박사 공부를 하는 이른바 [mature ages student/만학도]들이다. 이런 기성인 학생들과 영미 대학의 교수들은 해당 분야 다양한 현장과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강의 도중에 벌이는 토론의 소재가 풍부하다. 미국의 앞 선 대학 MBA과정 교육방법으로 강의뿐만 아니라 [peer group learning system/학생간 상호교류 속에서 배우게 하는 교육]이 거론되고 있다. 학생들이 이미 직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서로 나눔으로써 지식을 넓히자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은 이런 점에서도 소외되고 손해 보기 쉽다.
영미사회에서도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자기표현 훈련 같은 것을 정규 교과과정과 무관하게 두어 학생들로 하여금 수강하게 하는 대학도 많다. 대인관계에서 자기의 주장을 잘 피력하는 사람이 강의에도 참여를 잘 한다.
우리 유학생들에게도 외국에 나가기 전에 이런 유의 자기발표 또는 강의에 참여하는 훈련이 절실히 요청된다. 전혀 다른 문화환경에서 강의와 일상생활에서 의사 표시를 제대로 못하여 많은 심리적 갈등도 생기고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