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0)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5장 해외유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충격
9. 책을 맛있게 먹는 법
영미와 아시아 사이 공부방법의 차이는 당연히 학생들의 [독서 분량/reading workload], [독서 방법 및 기술/reading skills]의 차이로 나타난다. 영미식 공부가 지식의 전달과 전수가 아니라 응용, 개발, 탐구를 위주로 한다면 학생은 먼저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학문의 지평선을 넓힐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강의 초에 논문 과제를 내주면서 읽을 긴 도서 목록도 함께 주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들의 전공 서적 독서량은 영미 대학생들에 비하여 많이 떨어진다.
매번 몇 십 권에 이르는 외국어 책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이것은 유학생들이 겪는 엄청난 부담이다. 부래들리의 조사(Bradley D, Problems of Asian Students in Australia -Language, Culture, Education 1984)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공부하는 아시아 유학생들에게 독서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독서는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학에는 [지식습득의 격차라는 가설/knowledge gap hypothesis]이라는 게 있다. 많은 지식을 축적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로운 지식을 더 빠르게 습득하게 된다. 머릿속에 이미 지식이 있는 사람은 새롭고 어려운 지식을 쉽게 흡수 하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못한다. 그래서 지식의 불균형이 생긴다. 여기에 문화적 차이도 크게 작용한다. 아시아 학생들이 전문서적을 읽을 때는 대개 글자에 얽매인다는 것이 영미 교수들의 관찰이다.
이 또한 앞서 말한 공부방법과 관계가 있다. 재생산식 방식에서는 될수록 많은 내용을 훑는 독서법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때 [속독법/speed reading]이라고 해서 책을 빨리 읽는 방법이 권장된 적이 있다. 그러나 속독법은 눈으로 글을 빨리 처리하는 요령이지 내용을 빨리 많이 흡수하고 처리하는 두뇌 연습은 아니다. 빠른 독서보다 효과적인 독서가 중요하다.
더욱이 외국어로 된 책을 무조건 빨리 읽었을 때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외국어 원서를 읽는 한국 학생들은 속도가 아니라 오히려 읽는 시간을 늘려 보충해야 할 형편이다. 문제는 어떤 독서를 하려는가이다. 이에 따라 독서방법도 조금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방법을 안내하는 인쇄물을 마련해놓는 대학이 많은데 아래 독서의 목적과 독서방법에 대한 일곱 가지는 거기서 발췌한 것이다,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① 내용(지식과 정보)을 충분히 이해하고 흡수 [reading to master information and content]하기 위한 것으로, 이때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정독(精讀)이다.
② 책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기 위한 독서, 즉 [탐색적 목적을 위한 독서/exploratory reading]다. 원하는 정보가 있는가를 우선 빨리 [흝어 보기 위해 읽는/scanning] 것도 여기에 속한다. 이 때 독서방법은 빨리 대강을 훑어 나가는 방식이다.
③ 이미 읽어서 아는 내용과 사항을 복습하기 위한 독서인데 정독할 필요가 없고 확인만 하면서 빨리 읽어 나가면 된다. 시험 준비를 할 때나 이미 읽었던 내용을 재차 확인할 때 쓰는 독서 방식이다.
④ 특정 정보를 좇아 선택적으로 하는 독서이다. 관계가 있는 부분과 내용만을 [훑어서 읽는 것/skimming]이 여기에 해당된다. 가령 어떤 에세이를 쓰기 위해 15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읽는 것이 아니라 쓰고자 하는 에세이 계획에 따라 거기에 이용될 수 있거나 또는 [관련성/relevancy] 있는 부분을 찾아서 중점적으로 읽어 나가야 할 것이다.
독서의 목적에 맞게 관련된 이론과 아이디어를 빨리 추출하는 방법이다. 체로 거르듯 중요한 알맹이만을 읽어 나가는 것이다. 능동적인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서평을 위한 독서다. 당연히 정독이 되어야 한다.
⑥ 취미를 위한 독서다. 소설을 읽는 것이 그런 예이다. 차를 기다리면서 또는 잠자리에서 잡지를 읽는다면 마찬가지다. 영어로 [reading for pleasure/재미로 읽다]라고 한다면 그것이다.
⑦ 교정, 수정 등을 위해 읽는 것.
학교에서 내준 논문과제에 필요한 독서는 ①, ②, ④가 될 것인데, 이 때 어떤 독서방법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당연히 어떤 에세이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미 말한 대로 많은 영미 대학들은 공부방법 안내의 일부로써 독서방법을 논하는 소책자나 브로슈어를 강의 교재와는 별도로 준비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방면의 안내서가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떠나기 전에 읽고 원서(原書)에 대한 독서 훈련을 해 둔다면 가서 공부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독서를 위해서는 도서관을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위논문, 에세이 등 과제는 도서관의 책을 주로 읽어야 하는 것과 밖에 나가 자료 수집을 주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전자를 [도서관 중심 조사·연구/library research], 후자를 [현장 중심 조사·연구/field research]라고 부른다.
어느 경우에나 유학생은 먼저 공부하게 된 대학의 [library skills/도서관 이용법]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이것도 공부방법에 적응하는 한 가지이다. 대체로 영미의 큰 대학의 도서관들은 한국의 대학 도서관보다 자료와 시스템 면에서 앞서 있다. 도서관 이용이 전자화 되면서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영미 대학의 도서관에 가 보면 학생들이 자료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같은 에세이를 숙제로 받은 학생들이 똑같은 자료를 복사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영미사회에서는 취업을 위한 공개시험이 별로 없으므로, 취업시험을 준비하느라 도서관을 드나드는 학생은 드물다.
같은 숙제를 받은 많은 학생들이 같은 책과 자료를 한꺼번에 찾는 경우를 대비해서 [특별 자료 대여/Special Reserve] 지역을 만들어서, 그 책과 자료는 짧은 시간 동안(예컨대 당일 하루)만 대출하고 그 지역에서만 읽게 하는 제도도 있다.
10. 교수와 면담, 이렇게……
학생이 강의나 연구와 관련해서 교수를 면담하는 제도는 한국에서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사제지간의 관계가 비교적 동등한 영미 대학에서 더 보편화되고 활발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기가 힘들다. 현지 학생들은 강의가 끝나면 얼른 교수를 둘러싸고 얘기를 시작한다. 이 때 언어에 불편을 느끼는 유학생은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예의 바른 영미 대학생들이지만 공부에 관한 한 매우 이기주의적임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은 아랑곳없다.
교수와 시간약속을 하는 것도 그렇다. 교수들은 이미 시간약속을 한 학생들 때문에 늘 바쁘고, 먼저 면담에 들어간 학생은 뒷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자기가 와 있음을 알리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수줍어하고 교수를 어려워하는 한국 학생들은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는 이메일이 출현한 요즘은 교수와의 면담약속이 쉽고, 실제로 면담하지 않고도 메일로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교수가 바로바로 회답을 해 줄만큼 부지런하고 성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학생, 교수, 유학을 보내는 나라, 유학을 받는 대학이 토의 주제로 삼을 만한 사항들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