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2)
제5장 해외유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충격
12. 한산한 영미의 캠퍼스 주변
대학교육과 관련, 한국은 입학이 어렵고, 영미국가는 졸업이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 준비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나 일단 들어가면 맘을 놓아버린다. 졸업은 웬만하면 하기 때문이다. 영미국가에서는 반대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학의 입학은 거의 자동일 만큼 쉽다. 그러나 졸업은 다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40%가 1주일에 강의시간 포함 35시간 이상, 80%가 30시간 이상 공부한다. 미국에서 중위권 대학 학생의 제때 졸업율은 평균 50-60%이라고 한다. 그만큼 학점 따기가 쉽지 않고 과목낙제가 흔하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서 졸업율은 명문 대학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럴만한 이유가 많다. 첫째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비싼 학비를 각오하고 들어간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그만큼 강하고, 둘째로 그런 학생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영국, 호주에서 지금은 등록금이 무상이 아니고, 졸업 후 일정액 이상의 소득이 생길 때 갚는 정부 융자제도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학점 따기의 어려움에 비하여 학비 부담은 크지 않으므로 본전 아까워 학교에 매달리는 학생은 드문 것 같다. 쉽게 중도 탈락을 결정하거나, 나중에 돌아와 졸업하는 학생이 많은 이유다.
영미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보다도 분명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영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대학생활 동안 동료 학생간의 교류와 친목, 그리고 놀이문화에 보내는 시간과 스타일을 비교한다면 우리 쪽이 더 자유분방하다고 볼 수도 있다.
영미 대학에서는 한국에서처럼 학생들끼리 미팅이니 동아리 활동이니 하면서 밤새 술 마시거나 노래 부르며 밀착되어 몰려다니는 일이 적다. 얼마 전 필자는 서울을 다녀왔다. 시내 어느 지역에 가보니 해가 지면 그곳에 꽉 찬 음식점에서 밤늦게까지 5-10명 구릅별로 모여 먹고 마시며 노는 대단히 많은 대학생들을 거의 매일 보았다.
알고 보니 거기가 모 대학의 후문이 있는 곳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공부 안하는 대학생을 일컫는 ‘먹고 대학생’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미국, 영국, 호주 큰 대학 근처에 가면 캠퍼스 안에 몇 개 간이음식점과 생필품을 파는 가계들이 있을 뿐 한국에서처럼 정문과 후문 가까이에 번화한 상가와 술집 뒷골목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다른 데 보다 한산하다.
한 가지 예외라면 옥스퍼드대학의 수십 개 칼리지들로 된 옥스퍼드 시(市)와 같은 곳이 아닌가 한다. 호주에서 공부해 본 한 한국 학생은 외국과 한국의 대학생활간의 큰 차이를 말하면서 “여기에서는 한국의 대학생활에서 맛볼 수 있는 낭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대학의 낭만이란 MT, 대학 축제, 신입생 음주 환영회, 합숙훈련, 졸업여행, 갖가지 캠프, 농활, 사은회, 학생 데모 같은 것이었다.
한 캐나다 교포는 “이곳의 대학 생활은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좀 삭막하다. 낭망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영미 학생들은 그런 것을 학창시절의 귀한 추억으로 여기는 것 같지 않다. 누가 뭐라고 하든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다. 대학이 운동선수나 인기 연예인의 배출로 이름나지 않는다. 이런 대학생들의 행사와 과외활동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자칫 학업에 대한 열의와 집중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에서처럼 대학생 한총련연합과 같은 정치활동 단체가 없고, 선후배간 군기 잡기와 같은 전통은 더군다나 없다.
‘나는 가난해’
서방의 젊은이들에게 스포츠는 일반화되어 있다. 지역마다 고르게 있는 운동장과 그곳을 중심으로 조직된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운동을 생활화한다. 그게 주된 동아리 활동이다. [짐/gymnasium]에 가서 개인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학생도 많다. 예외가 없지 않으나 대학에서의 운동은 모든 학생들이 즐기는 일상생활이지 대학의 홍보수단이 아니다. 우리처럼 대학 간의 친선 경기를 위해 선수들을 특채하고, 그들이 대학의 스타 노릇을 하고 일반 학생들은 수업을 제치고 경기 응원에 동원되는 그런 불합리성은 없다. 일부 미국의 중서부 대학과 경기연맹 회원 대학들간 럭비 등 경기가 요란하지만 관심 있는 학생들만의 잔치다.
영미 대학생들은 집단으로 식당, 다방, 카페, 나이트클럽, 극장, 노래방 등을 이른바 1차, 2차 3차로 몰려다니는 일이 드물다. 밤만 되면 매우 조용한 대학 주변의 분위기가 그것을 말해 준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의 중소도시는 말할 것 없고 뉴욕 같은 대도시의 대학가에도 유흥가가 없다. 물론 동숭동 같은 만남의 장소도 없다.
왜 이들은 우리와 다른가?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학교가 요구하는 과제를 해내자니 놀 시간이 없다. 여학생들도 멋을 내지 않는다. 한 미국 교포 부모의 말대로 “공부에 시달리니 자신들의 외모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부분 교포 학생들의 피아노 레슨, 교회 출석이나 그 밖에 일반 사회활동이 현저히 줄어드는 까닭도 그것이다. 말하기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한인교회에 나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1.5세 교포 학생들 가운데 학업에 실패하는 일이 많다.
둘째로 영미인의 개인주의를 들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은 우리가 보기에 외롭다고 할 만큼 각자 따로 논다. 셋째, 한국의 인구 밀도다. 도시는 물론, 어디로 가든 사람들이 교류하는 빈도가 높으며, 그런 이유로 어디를 가든 유흥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번성한다.
넷째로 영미 대학생들은 용돈을 자기가 벌어 쓰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런 학생들은 잘 놀러 다닐 시간과 돈이 없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인색한 것을 수치로 안 여긴다. 한국에서 흔한 졸업기념 여행 등 상당한 돈을 내고 하는 단체 행사나 활동에 참여하라고하면 “나는 돈이 없어 못 한다”고 말하기 일쑤다. 학생들은 [나는 가난해요/I am so poor…]와 같은 말을 서슴지 않는다.
졸업식도 초라하다. 대학 졸업식장이 우리처럼 꽃다발을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상업화되는 장면을 볼 수 없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이민자 가족 가운데 더 많은 것 같다. 대부분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없거나 있으나마나한 실정이다. 명문 사립학교는 다르다. 학교마다 전통을 내세우며 색 다른 행사들을 벌인다. 하지만 우리처럼 학생들이 교수를 레스토랑으로 모셔가 저녁 대접을 하는 그런 문화는 없다. 물론 사은회도 없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