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6)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1장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
아시아권의 유일한 백인 국가인 호주는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는다. 오래전 호주정부가 호주국립대학의 로스 가나 교수에게 의뢰하여 작성한 2000년대 호주와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전망한 이른바 [가나 보고서/실제 제목은 Australia and the Northeast Asia Ascendancy]가 생각난다.
보고서는 멀지 않아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폴로부터의 호주 이민마저 줄어 중국 대륙이 이민의 주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므로 호주는 아시아와의 교역을 증대시키고, 이 지역으로부터 유학생을 많이 받도록 정책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6년 전의 예측이 호주뿐만 아니라 다른 영미국가들에게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호주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 대만, 한국, 싱가폴 등 신흥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자비유학생을 대거 받아 특수를 누렸다. 지금은 한발 더 나가 국내 부족직종 분야에서 학위와 자격증을 받으면 고용 전에 영주권을 받게 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와 함께 전문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한때 매우 드물었던 장학금 취득의 기회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부족직종 리스트 가운데는 회계학, 간호학, 호텔경영, 패션 디자인, 요리, 관광, 유아교육, 제과 등이 들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영미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F-4 비자를 늘려 이공계 취업이민 문호를 넓힐 전망이다. 비영국계 유럽인들의 이민 길이 끊긴지 오래인 이들 영미 국가들은 출산율 저하와 인구의 고령화, 전문 인력 부족의 해결을 위하여 겉으로는 뭐라고 하든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게 원하는 대로만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영미국가가 원하는 전문 두뇌와 인력은 자기 나라에서도 잘 살 수 있으니 굳이 떠날 필요가 없고, 떠나기를 원하는 층은 받는 쪽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인력이다. 이민을 나가는 전문인 가운데는 과거처럼 확실한 영구 정착이 아니라, 외국 영주권을 받아두고는 양다리를 걸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서 예외적인 국가가 가나보고서 예측대로 중국이고 최근 인도가 여기에 끼어들고 있다.
1950-60년대 미국은 학업을 마친 자국 내 우수한 외국 유학생들을 자국에 남게 해 후진국의 [두뇌유출/brain drain] 시비를 낳게 했다. 그리하여, 핑계일 수 있지만 미국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등 정부 장학금으로 공부한 외국 학생은 미국을 떠나 일정 기간 내에는 재입국을 금지하기도 했었다. 호주는 유학생의 학업 후 체류를 아예 금지 했었다.
그 결과 한 동안 선진국 진출의 길이 막히는 듯했으나 지금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가 형태가 다를 뿐 고급 전문 직종에서 우수성이 인정되고 든든한 고용 스폰서만 찾을 수 있다면 이래저래 못이긴 척 정착을 허용한다. 더욱 지금은 선진국의 인재유치 정책이 두뇌유출 시비 대상이 되지도 않고 있다.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후개발국이 고급인력 과잉과 고학력 청소년 실업문제 해결책으로 인력 수출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지금 대부분 개발국의 두뇌유출은 유출로 볼 수도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높은 보수와 자리를 찾아 떠난 행운아들을 본받아 더 많은 두뇌가 생겨나니 [brain drain이 brain gain]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백만명 이상의 전문인을 30여개 부자 나라로 내보낸 인도가 좋은 예다. 이 숫자는 인도의 대졸 인구의 4.3%로 앞으로 얼마고 더 진출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국제화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유학은 일부 1950-60년대 미국 유학처럼 이민과 해외취업의 기회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재빠른 한국의 유학원들이 영주권유학, 자격증유학, 취업유학과 같은 이름의 상품을 판촉하고 이 길을 통하여 많은 젊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6. 안되게 보다 되게 하는 영미국가 교육
과거 한국의 민원 행정은 민 쪽으로 봐 너무 까다로운 조건과 제출서류, 선택의 부재가 특징이었다. 교육행정이야 말로 그랬다. 모든 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하여 존재했다고 말하면 맞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국민을 고객이 아니라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관료주의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행정은 민이 아니라 관의 필요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영미국가의 교육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나 우리의 것보다 고객의 필요에 맞게 개발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일을 안 되기보다 되도록 고안된 제도들이 많다. 역시 민주주의 덕택이다.
민주화와 함께 한국이 도입한 많은 교육제도가 영미식인 것을 보면 그 점을 알게 된다. 한국에서 지금 고려중인 법관 등용제도로서 사법고시 대신 로스클의 채택도 그런 사례다. 서구 교육에 있어 선택의 폭과 기회가 많음은 원칙과 규정을 어겨서가 아니라 창의성의 결과인 게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제때 남과 같이 법과, 의과, 치과 등 인기학과를 들어가지 못하면 법관, 변호사, 의사가 되기 어렵다. 영미 대학에서는 점수가 좋다면 타과로 편입할 기회도 크지만, 일반학과 학부를 마친 후 대학원을 마쳐 변호사와 의사등 자격을 얻게 하는 길이 열려 있다. 서로 격이 다른 대학끼리도 전학의 길이 우리보다 더 넓게 열려 있다.
자연과학분야에서도 타과 졸업 후 일부 점수를 인정받고 나중에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영미국가에서 적령기에 대학에 못간 직장인이 늦게 대학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야간 풀타임, 파트타임 학생 제도를 널리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미 대학에 가보면 [mature ages student/만학도]라고 불리는 40대, 50대는 물론, 60대의 실버 학생이 많은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야간부를 나왔건 분교를 다녔건, 또 처음 어떤 이름 없는 학교를 거쳐 올라왔든 일단 학교를 마치면 졸업장도 같고 일반 사람들도 달리 보지 않는다. 모두 우리보다 넓은 교육의 선택과 기회를 의미한다.
처음부터 벅찬 학교를 갈 필요가 없다
미국에는 하버드, 예일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문 사립대학이 있는가 하면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라고 불리는 2년제 공립대학이 지역마다 고르게 있다. 이 대학들은 물론 들어가기 쉽고 학비가 싸며 원하는 시간에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돈 없는 많은 미국 학생들이 먼저 칼리지에 들어갔다가 거기에서 받은 학점을 가지고 원하는 대학으로 전입해 간다. 미국식을 따르는 캐나다에도 칼리지 제도가 있다.
외국 학생의 경우도 1년 등록금(2006년 당시 기준) 미화 6,000달러 정도로 들어갈 수 있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에서 커뮤니티 칼리지에 해당하는 학교는 [태프/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호주], [폴리텍/polytechnic이 없어진 후 남은 기술학교들/영국, 뉴질랜드]이다. 일부 대학과정과 대부분 단기 직업교육이 위주인 호주 [TAFE]는 몇 년 전부터 대학보다 싼 등록금을 받고 유학생을 받고 있다. 여기서 받은 많은 코스의 학점이 대학에서 인정된다.
영미 대도시에는 영어학교나 한국에서라면 사설학원 정도로 여겨지는 학교가 정부 인가를 받은 대학 입시를 위한 11, 12학년(한국의 고등학교 2,3학년에 해당/matricution 코스/용어해설, 383쪽 참조) 과정을 두고 있다. 이런 학교 가운데는 오지에 있는 지방 대학과 제휴, 경영학, 컴퓨터학과의 1, 2년 과정이나 디프로마 코스를 설치해놓고 있다. 그 과정을 마친 후 본교로 편입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이런 과정에 들어가면 교수들도 좀 더 너그럽고 학생 지도에 신경을 더 써주어 큰 대학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정신적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자신을 잃고 일찍 하차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이점은 유학생에게 특히 중요하다. 영미국가에서 학교간 전입학의 기회가 많다면, 유학생은 처음부터 벅찬 큰 학교보다 좀 못한 작은 학교에 들어가 편하게 지내며 실적을 쌓고 나중에 옮기는 방법이 현명하다.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영미 대학에서는 우리보다도 학생의 필요와 취미에 맞도록 학생 자신이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고, 이렇게 해서 따놓은 학점을 나중에 활용하는 [학점은행제도/credit bank]도 잘 발달되어 있다.
이렇듯 학교와 과정이 다양하고 학교와 학제 간 전입, 전출이 비교적 자유스러운 영미 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모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되듯’ 찾아보면 목표에 닿을 수 있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임을 알게 된다. 유학안내 책이 이런 길들을 [pathways 또는 routes/통로]라고 부르며 알려주고 있다.
다만 그 경우도 성적과 실적이 좋아야 기회의 활동이 용이하다. 이들 나라에서는 성적증명서 못지않게 중요한 게 [reference letter, supporting letters] 등으로 불리는 추천서다. 우리의 경우처럼 마지못해 틀에 박힌 말로 쓴 추천서가 아니라 학생을 직접 가르쳤거나 같이 지낸 적이 있는 전 학교 교수나 교사, 그 외 전문인이 쓰는 것이다. 그게 효력을 발휘하려면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해야 한다. 여기 책임 있는 교사나 기관장은 그런 편지를 적당히 쓰지 않는다.
파운데이션 코스
대부분의 대학들이 유학생을 위하여 [파운데이션 코스/foundation course]라는 과정을 두고 있다. 자격 미달인 학생을 1년간의 예비코스를 잘 마칠 것을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한국에서만 나온 학생이 좋은 영미 대학과 대학원에 지망하면 바로 받아주지 않고 이런 과정을 거치게 한다. 대학부설 영어학교는 상호협의 아래 일정한 과정을 마친 학생은 필요한 영어 실력 인정을 받아 그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런 잠정적인 길은 [access course, bridging course]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사람의 눈에는 어찌 보면 유학생 고객을 놓치지 않고 받으려는 상업적인 지략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역시 ‘되게 하는’ 교육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온라인 코스를 마친 후 점수와 실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입학과 편입의 길이 넓게 열려 있는 것도 그런 예다.
필자는 호주에 와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 얼마 있다가 다른 대학과 다른 학과를 옮기고 싶었지만 고만 두었다. 전입 허가를 받기 위하여 거쳐야 할 복잡한 절차와 제출해야 할 서류 준비가 겁나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주에서는 한 대학에서 박사 입학이 허가 됐으면 다른 대학으로 옮길 때 새롭게 절차를 되풀이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식의 고착된 관념 때문에 손해를 봤구나 하는 후회를 했다. 호주는 모든 대학들(하나 둘을 빼고)이 연방정부 관할로 일원화되어 있다는 점도 있지만, 역시 안되게 보다 되게 하는 교육제도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많은 주립대학간의 전입학이 편리하게 되어 있다.<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