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7)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6장 해외유학 공부 – 박사 따기 그렇게 어려운가?
4. 이런 지도교수는 곤란하다
(마) 어느 정도의 독창성?
어느 대학이든 박사학위 논문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드는 게 [독창성/originality]이다. 독창적이라 함은 새롭다는 말과 같다. 이미 있는 지식과 사상과 모델을 되풀이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런 것들을 모아 발표하는 논문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독창성이 결여되었다는 평을 받는다.
독창적인 연구는 기존의 것에 새것을 더 함으로써 해당 학문 분야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각 분야의 대표적 [학술지/academic journals]에 실리는 논문은 대개 이러한 유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기 분야의 학술지를 보고 해당 분야 학문의 발전 동향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원칙론이고, 박사학위 논문의 경우에 과연 어느 정도의 독창성이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누가 봐도 그 분야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틀림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면 좋은 데 실제에 있어서 대부분의 박사논문은 그렇지 못하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이 말은 성경에서 유래한다-구약 전도서 1장 9절]는 영어 구절대로 이 세상에서 이미 안 알려진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갈릴레오, 뉴턴, 프로이드, 아인슈타인이 낸 성과라면 모를까. 이러한 천재들도 기존의 지식과 이론에 도전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개발해 낸 것이다.
학문의 경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은 대개 불가능하다. 각 연구자는 다른 사람의 연구결과를 조금 넓히거나 그 깊이를 더함으로써 발전시키는 데 그친다. 그 과정은 마치 벽돌을 쌓아 가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이 쌓아 놓은 시점이 다른 사람이 시작 할 출발점이 된다. 인문과학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에서도 연구라는 게 대개 이미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찾아보고 새로운 것을 첨가하는 정도로 끝나는 게 더 많다. 이런 것을 두고 [약간 독창적/a little original]이라고 한 런던대학 에스텔 필립스 교수의 말은 재치 있다. 그는 호주국립대학에 와서 박사과정에 대한 공개강연 중 그렇게 말했다. 어떤 학자는 박사논문으로서의 연구란 기존의 것보다 바늘 끝 정도만 새로운 것이 있으면 된다고도 했다.
실제로는 여기에 무슨 새로운 것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논문들도 많다. 필자가 읽은 논문 가운데 하나는 호주에서의 핀란드계 커뮤니티의 성장과정과 현황을 적은 것인데 단행본 책으로는 몰라도 박사논문으로는 새로운 게 없다고 느꼈다. 어떤 것은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했을 뿐 자기 것은 없는 유도 있다. 그렇기에 어느 학자는 ‘여러 사람의 이론을 재치 있게 결합하면 리서치요, 한 사람의 것만을 그대로 옮기면 표절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것은 독창성이나 새로운 게 없어도 남이 손을 안 대었으니 기여인 게 있다. 역사학이나 인류학 분야에 그런 예가 많은데, 남이 가지 않은 지역을 탐사하여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든가, 오랜 문헌 속에 숨겨져 온 사실을 찾아 발표했다면 이론의 개발은 아니더라도 학문적 공로로 인정되는 게 관례다.
남이 한 것을 되풀이 하는 연구
세상이란 원래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학위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 어떤 제목을 택하느냐에 따라 고생을 더하거나 덜 하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학교와 교수가 논문의 독창성을 너무 까다롭게 설정하면 박사학위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반대로 이 기준을 느슨하게 잡는다면 석사와 박사간, 국내와 해외 학위간 차이는 없어진다. 여기에 100% 공정성은 없다. 외국의 박사학위가 국내의 학위보다 무조건 더 우수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의 박사학위를 철저히 더 우대했다면 심사기준에서 더 까다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는 외국의 학위가 더 나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아래는 여러 문헌에서 뽑아 종합해본 논문제목 선정의 한 가지 기준으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 각 분야의 연구결과는 대부분 완전하지 않다. 더 연구할 과제를 늘 남겨 놓고 있다. 또 새로운 응용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조사나 연구를 뒤져보면 새로운 연구과제를 얻기 마련이다. 이때 연구제목은 꼭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지식의 축적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각 연구 프로젝트는 기존의 이론체계 속의 일부로, 또는 그와 관련을 지어 계획되어야 한다. 기존의 지식체계와 무관하거나 동떨어진 조사연구는 타당성이 약하며 학술지에 발표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을 교육학분야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이 분야도 다른 분야에서처럼 기존의 연구와 문헌과 이론이 풍부하다. 그럼에도 그 연구 결과들은 더 많은 검증과 보충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때 새 연구과제로서 착안할 수 있는 것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a) 기존의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b) 이미 알려진 현상과 과정을 더 자세히 분석하여 설명하는 것, (c) 기존의 연구를 반복하는 [반복연구/replication studies], (d) 한 분야에서 발견된 이론이 다른 분야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 (e) 예기치 않은 사실을 발견했거나 기대한 연구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이를 다시 알아보기 위한 것, (f) 한 가지 연구과제를 위해 개발된 방법론이 다른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등이다.
(b)의 경우, 기존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더라도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명백하지 않거나 미흡하다고 생각될 때 이를 연구과제로 삼는 것이다. (c) 의 경우, 반복연구는 대개 이론의 과학적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자연과학도 그렇지만 과학화가 어려운 사회과학의 경우에는 한두 번의 조사연구로 최종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남이 한 연구를 되풀이해 같은 결과가 여러 번 나올수록 신뢰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d)의 경우는 언제나 새로운 조사를 필요로 하는 계기가 된다.
사회과학에서는 연구과제의 복잡성과 함께 자료수집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 제한된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의 고안과 이들의 병합 적용이 필요해진다.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고안 또는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학계에 큰 기여가 되며 좋은 박사학위 논문감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 방법론이 다른 분야 연구에 적용될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기여이다. (f)가 그것이다.
(바) 리서치 단계-자료수집과 분석
이때까지의 단계를 잘 넘겼다면, 예컨대 과정 2-3년차 학생은 교수에게 의지할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게 되었으므로 그 계획에 따라 열심히 해 나가면 된다.
자료수집 과정은 연구분야와 제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역사와 철학 같은 인문분야에는 기존의 문헌과 자료를 이용해서 하므로 도서관에서 살아야 하는 [도서관 리서치/library research, 도서관에 있는 책과 자료를 이용하는 연구]가 주가 된다.
실험실 연구는 물론이고 실증적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서는 [가정/hypothesis]을 정하고 자료를 모아 분석하여 그 결과가 가정을 증명하는가 여부를 보는 절차를 밟는다. 이때 연구의 방향과 수집해야 할 자료의 내용, 자료의 분석방법은 연구의 목적 대개 (가정을 증명하도록)을 따라 일관성이 있게 짜여야 한다. [리서치 설계 또는 계획/research design]이다.
[설문지/questionnaire]를 가지고 수백 명의 응답자를 만나 자료를 구하는 [현장조사/field research]는 시간이 걸린다. 또 설문지가 응답자의 지식이나 태도를 목적에 맞게 측정할 수 있도록 샘플의 크기, 질문지의 내용과 구성이 잘 되어야 한다. 자료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사회조사? 방법론을 가르쳐 주는 좋은 책들이 영미국가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간 많이 나왔지만 필자가 한때 즐겨 읽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원서는 [Research Methods in Social Relations, C. Selltiz, L. Wrightsman, S. Cook 공저]와 [Foundations of Behavioral Research, F. Kerlinger]이다. 1950-60년대에 나와 고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오래 됐지만 언제 봐도 타당한 설명으로 쓰여져 있다.
실험연구와 실증적 연구에 따른 자료 분석은 통계분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통계학 지식이 없거나 어느 정도 통계학을 공부하고도 통계분석을 혼자서 처리할 할 만큼 실무 능력이 모자라는 경우가 보통이다. 지도교수도 직접 도울 만한 지식을 갖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통계를 처리하는 능력도 박사과정 이수의 필수조건인가를 묻는 것과 같은데,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런 능력이 있는 지도교수도 [통계전문가/statistical advisor, statistical consultant]에게 분석을 의뢰해서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므로 학생도 자기가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못할 때는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 특히 그런 일을 하는 컴퓨터가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된 오늘날, 통계분석은 기술로 여겨질 뿐이다.
이런 요령에 대해 솔직히 말해 주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속수무책인 교수도 허다하다. 대학 안에 통계분석 전문가가 없다면 대학 밖에서 찾아야 하는데, 작은 대학이나 도시에는 그게 어렵다. 해야 할 통계분석이 고차원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