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9)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6장 해외유학 공부 – 박사 따기 그렇게 어려운가?
5. 논문의 유형을 알면 박사가 보인다
학문은 자연과 사회 현상을 줄여서 설명하기 위한 지적 활동이다. 자연현상은 우주만큼 넓고 사회현상은 인간이 서로 모여 하는 일과 관계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렇게 넓고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을 밖에 나타나는 대로만 말하거나 쓰기만 한다면 문제해결에 도움을 못준다. 현상을 지배하는 원칙을 줄여서 제시하는 게 [이론 모델/theoretical model /이고, 학문이다. 이론 모델이 그 일을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과학성의 발견이다. 과학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다. 같은 조건 아래에서는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오는 관계다. 수소 2와 산소 1이 같은 조건에서 합해지면 물이 될 때 언제는 그렇게 되고, 언제는 안 된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때 [H2+O=H2O]로 정리되는 간단한 공식은 현상을 과학의 원리로 최대한 줄여서 설명한 예이다. 이론 모델이다.
과학성은 사회현상에도 적용된다. 사람은 배가 고플 때 도둑질할 확률이 크다. 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높은 성적을 낸다. 거기에 과학성이 있다. 그러나 그 과학성은 위 자연과학의 경우처럼 완전하지 못하다. 지조가 있는 사람은 굶어 죽을망정 도둑질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때 설명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Other things equal], 또는 그럴 ‘확률이 높다’와 같은 전제를 달아야 한다, 예컨대 지조가 없는 사람이 배고프면 도둑질을 한다고 말해야 한다.
사회현상의 경우, 한 결과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개의 복합체인 것이 보통이므로 그럴 때 하나만을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 복합체를 일일이 격리시켜 투명하게 보일 수 있을 때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 그게 어렵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좋은 성적과의 관계도 그렇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철저한 과학적 분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회과학의 어려움이다.
비 자연과학분야에서도 가치와 영적 세계와 정서 등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신학, 철학, 문학, 미학, 정책 등의 분야는 과학화가 불가능한 쪽에 속한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고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철학과 신앙의 문제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정책도 그렇다. 부의 균등한 분배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정책은 이념의 문제인데 과학적으로 설명될 일이 아니다. 필자는 이런 분야를 사회과학과 구별하여 [인문학/humanities]이라 부른다.
앞에 든바 변수의 격리가 어려운 것 말고도,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어려운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사람의 마음속을 알아보기 위하여 실험실에 동원할 수는 없고 질문지로 조사 하여야 하는데 그게 철저할 수가 없다. 둘째로 사회현상은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와 관련을 맺고 있는데, 과거에 있었던 현상을 재현시켜 분석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박사 연구과제 선택과 논문 계획을 위하여 대단히 중요하다. 연구대상이 과학적 접근과 분석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그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제목이라면 대개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하는 논문 설계를 하게 된다. 그렇지 못할 때는 일부 과학적으로 접근하거나 여러 가지 다른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논문의 유형이 여러 가지일 수 있는 이유이며, 이것을 모르면 연구과제의 결정이 잘 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혼란과 시간낭비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다음은 몇 가지 연구 유형을 예로 들고 그 점을 더 구체적으로 보이도록 해 보겠다.
(가) 설명적 연구 [explanatory studies]
과학적 설명은 앞서 물의 예처럼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causal relations]를 밝히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문제의 해결책이 나온다. 독감은 특정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침투함으로써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면 그 예방책과 치유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용성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연구방법 가운데 으뜸이다.
감기의 경우 원인은 확실히 바이러스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원인인 변수는 복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으려면 모든 변수들을 서로 분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실험/laboratory experiment]이 하는 일은 주로 그런 분리 작업이다. 앞서 사회현상을 실험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런 분리작업이 어렵다는 말이다.
사회과학에서도 실험실 연구와 유사한 방법을 쓸 때가 많다. 가령 같은 여건에 있는 아동들을 두 실험집단으로 분리하여 수용하고, 한쪽은 그대로 놓아둔 채 다른 한쪽에는 한가지 원인을 제공한 후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때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한, 변수의 완전 분리는 어려워 결과에 대하여 절대적인 단정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등 분야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시험을 하기 어려울 때는 비교를 위한 적합한 여건을 갖춘 두 집단의 사람들을 찾아 설문지로 물어 그 결과를 분석하여 유사한 효과를 얻어야 한다. 그때는 결과에 대하여 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사회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적 연구도 그 결과를 보고하는 논문의 형식은 실험실 연구의 경우와 같이 일정하다. (a) 연구의 의미, (b) 기존의 관련 문헌개관(literature review), (c) 가설의 설정, (d) 자료수집, (e) 자료 분석방법 설명, (f) 분석결과 보고와 해석 등의 순서로 한다. 사회과학분야 학술저널에 실리는 설명적 연구 논문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포맷을 따르고 있다.
가설은 연구에 앞서 미리 내린 결론이다. 검증되기 전의 결론이다.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그 가설이 맞는가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이 바로 연구다. 수소 둘과 산소 하나가 합쳐 물이 된다 [H2+O=H2O]는 이론은 실제 그런 가설을 전제로 실험을 해본결과 나온 결과다. 이때 가설의 검증은 연구의 목적이며 가설이 있기 때문에 연구가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자연과학분야 연구는 거의 대부분이 설명적 연구다.
(나) 상관관계 연구 [correlational studies]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변수를 서로 격리하기가 어려워 한 변수를 유일한 원인은 아니고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라로 추정하든가, 그런 정도의 인과관계마저 인정하기가 이르지만, 적어도 두 변수간 어떤 관계가 나타날 때 상관관계라고 부른다.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 연관성은 일부 인과관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의 초등학교 흑인과 백인 학생 간 학업성적을 비교한 결과 백인의 점수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자. 이 때 인종과 성적 간에는 상관간계가 있지만, 그게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 두 집단간의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여건(상류층인 백인 가정의 자녀는 영양 섭취도 잘 하고 과외공부도 했다는 등)이라는 밖에 얼른 안 나타나는 제3의 변수가 요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으려면 흑인과 백인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같다는 전제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차이를 통제(분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안마시는 사람보다 돈을 잘 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 더 극단적인 사례다. 이때 술 그 자체가 돈 잘 버는 능력이나 그렇게 만드는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텔레비전의 폭력장면을 많이 보는 아동이 난폭하다고 해서(두 변수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텔레비전을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텔레비전 폭력을 아무리 많이 보아도 난폭해지지 않는 아동이 있다. 성장과정에서 얻은 다른 요인이 숨어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는 텔레비전 시청과 난폭 행동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끝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관관계 연구는 연구의 성격, 자료 수집과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더 나가지 않고, 정확한 원인까지는 아니나 그 가능성과 연관성의 존재를 입증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연구다. 그런 의미에서 원인 쪽에 위치하는 변수를 독립변수가 아니라 [선행변수/antecedent]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상관관계 연구도 설명적 연구와 마찬가지로 [실증적/empirical studies]이며 [수량적 연구/quantitative studies]이다. 관계의 유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변수를 [수량적으로 잴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수량적 분석은 당연히 통계적이 된다. 따라서 상관관계 연구도 설명적 연구와 대충 같은 절차와 논문 쓰기 형식을 따른다.
아래 논문 제목들은 모두 성격 상 상관관계 연구의 사례들이다.
(a) [집단압력이 개인의 판단의 수정 및 왜곡에 미치는 영향/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 and distortion of judgments]. 한쪽인 집단압력이 원인(또는 일부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b) [북쪽 도시지역 서민층 결혼에 있어서 흑백인종간 차이/Negro- white differences in blue-collar marriages in a nothern metropolis]
(c) [멕시코계 미국인과 기타 인종적 정체성의 함수로서의 사회적 거리감/Social distance as a function of Mexican-American and other ethnic identity]
(d) [IQ논쟁: 인종, 지능, 교육/The I.Q. argrument : race, intelligence, and education]
(e) [교육과 소득의 격차로 본 사망률/Education and income differentials in mortality]
(f) [교육, 읽고 쓰는 능력과 발전과정에 참여행위/Education, functional literacy, and participation in development]
(g) [신문구독 행위의 예측요인으로서 정보의 유용가치/Information utility as a predictor of newspaper readership]
(h) [어머니의 취업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Effects of maternal employment upon children]
(i) [감정이입과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의 관계/The relation of empathy to effective communication]
(a)의 연구는 앞의 선행 변수인 집단압력과 뒤의 결과인 판단 행위 간 상관관계가 있어 그게 일부 또는 중요한 원인일 확률이 클 것임을 보여준다. 위의 다른 연구들도 모두 인종, 결혼, 지능, 교육, 소득 차, 어머니의 취업여부, 정보 습득 능력, 신문구독, 사망률, 발전과정에의 참여행위, 자녀의 장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변수간의 관계를 모두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때 그 관계가 한쪽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만큼 검증이 과학적이라면 설명적 연구이고 그렇지 않다면 상관관계 연구가 된다. 그러나 위의 연구제목들의 성격으로 볼 때, 이 선행변수가 일부 원인일 가능성이 큼을 예측케 하는 연구들이다.
(다) 탐색적 연구 [exploratory, formulatory studies]
과학적 연구에서 설정하는 [가정/假定]은 아무렇게나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가정을 내릴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문헌과 이론, 문제와 실태에 대한 연구결과 얻은 기존의 지식이 그런 근거가 된다. 앞서 말한바 논문의 일부가 되는 관계 문헌에 대한 개관은 바로 근거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연구가 없거나 빈약하여 가정마저 내리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탐색적 연구는 그런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설명적 연구에 가기 훨씬 전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 현상, 관계, 역사적 배경, 해당 분야 전체에 대해 일차 탐색을 하는 연구이다. 이런 기초 조사와 연구를 거쳐 자료를 얻은 다음에야 설명적 연구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여기서 탐색은 제1장에서 공부의 한 가지 접근방법으로 말한 탐구와는 좀 다르다. 제1장의 탐구는 지식의 수동적 습득이 아닌 능동적인 탐구란 뜻이었다.
상관관계 연구도 넓게는 탐색적 연구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설명적 연구로 이어지는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실증적 연구에 필요한 개념규정을 위해 하는 조사도 탐색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원인을 찾는 설명적 연구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불평등에 대한 개념마저 애매할 정도여서 먼저 [불평등의 이해/Toward Understanding of Inequity]와 같은 연구를 하겠다면 탐색적 연구의 한 가지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 가족의 성격/The Nature of the Korean Family]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와 가족 관계에 대한 어떤 가정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자 할 때, 한국의 가족제도에 대한 개괄적인 연구가 전혀 없다면 이것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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