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8)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1장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
해외 어느 지역, 어느 학교를 가도 한국 학생이 있다. 대도시의 일부 지역에는 한국 학생이 절반인 학교와 학급도 있다. 그만큼 널리 많이 나가 있는 것이다. 유학의 목적은 학위와 지식 취득만이 아니다. 현지 사회에 섞여 외국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나가서 한국인 학생끼리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온다면 어떻게 되는가.
학부모들은 당연히 자녀 유학을 동포가 없는 곳과 학교로 보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해달라고 유학원에 주문한다. 하나 이런 부모와 학생들에게 명쾌한 해답이 없다.
한인이 없는 곳에 갔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외국 사람과 사귀어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귄다고 해서 그들하고만 맘대로 지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해외 유학 간 학생들의 실정이다. 첫째로 성인 영미 백인들은 우리와 달리 외국인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다. 일부 개인주의 생활양식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들끼리도 우리처럼 밀착되어 지내지 않는다.
하물며 언어도 잘 안통하고 불편한 외국 학생들과의 관계라면 더 그렇다. 스포츠클럽이나 다른 활동에 억지로 끼는 등 이쪽에서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늘 남남이다. 신상 문제를 물어오는 일도 드물다. 방학이 와도 같이 어디에 놀러가자고 제의해오지 않는다. 그러니 농촌에 간 유학생이 도시에서보다 더 고립되고 현지인 친구를 더 못 만들 수도 있다.
영어공부를 위한다면 될수록 의도적으로 한인들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겠지만 이 또한 맘대로 안 된다. 주말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자진해서 한인교회를 찾아 나가고, 한인이 적은 지역과 학교에서도 일부러 동포 학생들을 찾아 밀착되어 지내는 유학생을 보게 된다. 농촌에 간 유학생이 주말이면 가까운 도시에 나가 한국 비디오를 한 보따리 빌려다 놓고 보는 행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 성행하는 한국 비디오 가게의 손님은 현지 교민과 유학생이다.
뿐만 아니다. 영미지역 시골은 시골대로 지방문화가 있으나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곳은 역시 번화한 도시이다. 막상 큰 결심을 갖고 시골 쪽으로 갔다가도 한국 친구와 음식 등 한국적 환경을 제공하는 한인사회가 그리워 도시로 자주 나와야 한다. 그리고 한국과의 항공편이 쉽게 닿는 곳은 대도시이다.
그렇다면 유학생에게 어디를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어떤 선택적 대인관계를 하느냐이다. 마음의 결단과 노력이다. 한국인이 많은 곳에서도 외국인을 많이 만나 사귈 수 있고, 시골에 살면서도 많지 않은 한국 사람들과 밀착되어 세월을 보낼 수 있다.
영어는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많은 도시에서도 찾아다니면 슈퍼마켓, 각종 행사장 등에서 원어민의 말을 듣고 대화를 해볼 기회는 널려 있다. 현지 텔레비전의 좋은 다큐멘터리, 국제방송, CNN, BBC 방송 뉴스 등을 듣고 배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동료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생생한 영어교육의 기회가 된다.
이상은 물론 일반론이고, 시골에 떨어져 있어 재미를 본 경우도 있다. 시드니에서 내륙 쪽으로 약 5시간 자동차 거리인 아미데일은 뉴잉글랜드대학이 있는 교육도시다. 이 대학에서 공부한 시드니의 김지은 변호사는 아이엠에프로 몇 명 있었던 한국 학생이 떠나버린 대학 기숙사에서 “호주인들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어 한국말을 쓸 기회가 없었고, 덕분에 미국식 영어에서 호주 액센트를 갖게 될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한적한 도시의 학교에 다니다보니 사제관계가 친구관계 같아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 가지 결점이라면 호주에서도 지방대학 졸업 후 대도시로 나와 큰 로펌에 진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미국가에서도 대도시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지 않다. 산업과 상업 중심이라 사람들은 바쁘다. 거기다가 생계를 위하여 뛰어야 하는 여러 인종 출신 이민자가 많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필자는 과거 뉴욕에서와 최근 런던에 가 지내면서 그 점을 철저히 느꼈다. 이에 비하면 농촌의 백인들은 아직 순박하고 여유가 있다. 호주 6개주의 하나지만 멀리 떨어진 섬인 타스마니아는 18세기 영국 농촌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지역 작은 도시의 거리나 공원에 나가 말을 걸면 묻지도 않는 일을 알려 주는 등 대화에 적극적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유학생들이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으로 가서 지내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현지 외국인도 그렇고, 한국인의 경우도 비교적 살벌한 대도시로 나오는 이유는 학비를 일부라도 벌어야 할 필요와 이름 있는 학교와 학과를 찾아서가 아닌가.
농촌 대 대도시 관련, 마지막으로 거론하고 싶은 문제는 어느 쪽이 인종감정이 더할 것인가이다. 대도시에서 이민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인종보다도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하거나 뒤떨어져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제8장 인종충격, 291-294쪽 참조).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어디를 막론하고 [정원도시/garden cities]라고 불리는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에 가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순진하고 친절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외국 사람들과 접촉이 많지 않았고 해외에서 생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하여 소극적이고 편견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보수적인 노인층은 자기들과 다른 이민자들에 대하여 관용이 없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에 비해 지리적으로 세계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같은 앵글로 색슨이면서도 국제적 감각이 덜하고 [지역적으로 편협하다/parochial]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