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60)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9장 동과 서, 어떻게 다른가? – 문화충격
18. 친절해도 까다로운 영미인들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남의 행동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자기가 조심하는 만큼 상대에게도 같은 기대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게 바로 영미인들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무례에 대해서 우리식으로 좋은 게 좋다며 너그럽게 봐 주지 않는다. 얼른 말을 안할 뿐이다.
영미 사람들은 우리보다 감정이 예민한 편인데, 교육수준이 높고 여자(특히 할머니)일수록 더 그렇다고 보면 된다. 이 사회에서는 자기 집 마당의 풀을 안 깎고 두어도 이웃의 불평을 듣게 된다. 대개 해당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알려 경고 편지를 받게 한다. 한국인 관점으로 보아서는 매우 박절한 일이지만, 백인 거주 지역에서는 거의 예외가 없다. 그러므로 잔일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집을 얻을 때, 아파트나 마당이 없는 집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이 사회에 와보면 관할 동과 구청이 정해 놓은 우리와 다른 거주와 환경과 생활 관련 규칙이 많아 유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를 위반하게 될 확률이 크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위반을 꼭 지켜보고 있다. 주거라면 대개 이웃에 사는 노파가 그런 사람이다. 한가한 이런 노인들이 옆에 사는 외국인들의 일거수일거동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호주 한인들 가운데 한가한 해변에 나가 전복을 따오다가 걸려 비싼 벌금을 낸 사례가 허다했다. 늘 보이지 않는 제보자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morning person/일찍 자고 일어나는 사람]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night person]이 있다. 대도시 유흥가 지역 거주자나 일부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의 영미 사람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저녁 9시 정도면 주택가는 완전히 조용해진다. 때문에 밤늦게 떠들거나 텔레비전과 피아노 소리를 크게 내면 불평을 듣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지인들 중에도 휴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이 되면 파티를 열고 늦게 까지 떠들어대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이때는 이웃들도 봐준다. 이점은 유학생들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19. 침묵은 금이 아니다
웃음과 침묵은 때로는 말보다 더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다. 웃음은 어느 나라 문화에서나 친근과 양보의 표시이므로 생대의 호감을 산다. 그러나 침묵의 의미는 웃음과 미소만큼 분명치 않다.
우리 문화에서는 대부분 대화를 하면서 말을 아끼는 사람을 더 쳐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동양문화에서는 수다보다 과묵한 것을 더 낫다고 본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대로다. 윗사람, 또는 나이든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말을 많이 하면 덕이 없다는 평을 듣기 쉽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시할 때도 직접보다 중간 부서장을 통해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은 아끼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이유다.
서양에서는 좀 다르다. 침묵은 적극적인 가치가 아니며 비협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수줍은 것은 때로 무례가 된다. 서양인들은 자리를 함께 할 경우 서로 대화를 이끌려고 노력하고, 모임에서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참여시키려고 노력한다.
필자가 대학시절 외부강사로 만났던 선교사 부인인 미국 할머니가 생각난다. 그녀는 첫날 강의를 시작하면서 100여명쯤 되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질문하면서 참여를 유도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모두 쥐죽은 듯 가만히 앉아 있자 당황했다. [제발 협조해 주세요/Please cooperate with me]를 연발하더니 그 다음 강의부터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한국의 대학 강의실과 모임에서 하던 그대로였는데, 이 미국인 할머니는 그들이 비협조적인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한 일본학자 조사에 따르면 같은 조건에서라면 미국인이 일본인보다 대화를 두 배나 더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미국가에 유학한 사람이라면 현지인과 명랑한 대화를 많이 나누어 손해 볼 일이 없다. 그들은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한국 유학생들은 너무 말을 하지 않아 참여의식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고 그 때문에 현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웃음은 어느 나라에서나 친근감의 표시지만, 웃어야 할 때와 그러지 말아야 할 때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현지인이 어떤 설명을 바라고 있는데도 정작 설명은 않고 웃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또 웃거나 밝은 표정을 보여야 할 때 묵묵히 앉아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인들은 보통 다른 사람 앞에서는 무표정이지만, 직장 상사 등 윗사람을 대할 때 불필요하게 웃음이 많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서양인들의 관찰이다. 권위주의적인 계층사회에서 약자는 강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였는데 맞는 관찰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