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62)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10장 한국에 정책과 유학 리서치가 전무하다 – 후기
‘영어마을’과 교육시장 개방 등 산적한 리서치 이슈들
서양 사람들이 우리보다 리서치란 말을 더 잘 쓴다. 이들이 리서치의 중요성을 더 안다는 증거다. 영미국가에서는 이빨 빠진 할머니에게도 리서치 어쩌고 하면 얼른 알아듣는다. 리서치의 한국말은 조사. 연구다. 나이든 한국 어른들에게 리서치는 물론, 조사. 연구하면 잘못 알아듣거나 관심이 없다.
서양사회가 동양사회보다 근대화가 빨랐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東)으로 갈 것인가 서(西)로 갈 것인가의 결정을 서양인들은 자료와 정보를 중심으로 할 때 한국인들은 점쟁이에게 물어 했었다. 지금도 그런 사례가 많다. 문제를 미신이나 주먹구구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러니 근대화가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대국 10위권에 가까워지고, 과학기술에서 세계의 첨단을 걷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얼른 보이는 경제와 과학기술은 몰라도, 그러지 못하나 더 중요한 사회와 인간관계 분야는 엄청나게 뒤쳐져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리서치 부재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부분 이 분야에서 대학 강의를 하자면 외국에서 나온 책과 학술 잡지를 읽고 준비해야 한다. 이 분야에 실증적 리서치가 없어 우리대로 내놓고 인용할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따금 우리 학자들 가운데는 미국 이론을 수입할 게 아니라 우리대로의 학문을 하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학과 국문학이라면 몰라도, 철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분야에서 박사논문을 쓰겠다면 우리 학자가 내놓은 이론을 적용하여 할만한 게 거의 없다. 가치와 사회정책은 몰라도 실증적 이론 분야는 나라가 다르다고 다를 수 없다. 미국의 의학이나 심리학 이론이 다른 나라에서 응용 가치가 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유학 안 보내기 잘했다.
리서치란 무엇인가? 제6장 박사학위 과정을 다루면서 설명한 학술 발전을 위한 연구가 모두 리서치이다. 그러나 여기 이 장의 유학 관련 리서치라면 순수 이론이나 학술 목적보다 유학 정책을 위한 실천적, 정책적 연구가 주종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해외로 유학을 많이 보내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유학을 받는 주요 나라 유학생 수를 보면 한국은 대부분 지역에서 상위권에 있다. 그리하여 유학으로 지출되는 외화는 천문학적이다.
앞으로는 나가는 유학만이 아니다. 받는 유학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화의 추세에 따라 교육분야도 외국 자본에 문을 열어야 하니 그렇다. 그 새로운 시장 규모도 막대하다. 그렇다면 국제교육의 일부로 자국 학생이 해외에 나가 겪는 경험과 문제와 함께 교육개방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변화와 혜택과 새로운 문제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분야 한국의 어떤 대학과 연구소들이 어떤 연구를 했고, 하고 있는지 따로 조사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분야 현안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으로 이어지게 할 만한 이렇다 할 리서치가 있다면 간단하게나마 대중매체에 보도될 텐데 보지를 못했다. 다른 해외 주요 도시와 함께 시드니에도 교육인적자원부 소속인 한국교육원이 상주해 있다. 교육원의 주임무는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과 실태 파악이라고 듣고 있다. 그렇더라도 한국 유학 대상지인 호주에 교육부를 대표하여 나와 있는 기관에 연구 실적들을 알려주는 간행물 하나라도 있을만 한데 없다.
이점은 한국에서 나온 책이 거의 모두 진열되어 있는 서울의 교보문고에 가 봐도 금새 안다. 교육 섹션에는 교육개론, 교육철학, 교육방법론, 육아교육, 발전단계론 등 학점을 따는데 필요한 대학 교과서 성격의 서적만 빼곡하다. 국제가 붙은 책이 딱 한권 있어 보니 유학 관련 법령과 유학 통계를 중심으로 한 자료 정도로 그치는 것이었다.
그간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온 유학에 대한 풍부한 언론 보도는 유학의 폭발적 증가, 조기 유학에 따른 부모의 보호와 감시를 떠난 미성년자의 해외 탈선 사례들을 흥미 중심으로 다룬 것 들이 주로였다. 따라서 대중은 물론, 대학과 교육기관마저 나가 있는 유학생에 대한 관심은 언론이 보도한 흥미 중심이고, 유학 관련 국민들의 화두는 “유학 안보내기 잘했다,” “유학 보내 자식 잃어버렸단다,” “나가 한국말만 하다가 돌아온다,” “가정 파탄으로 끝난 기러기 엄마 (또는 아빠) 이야기” 등 가십과 자기 이익 중심이 전부가 아닌가 한다.
이는 한국의 다른 주요 공공분야에서 널려 있는 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실천적 리서치가 과잉이라고 할 만큼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 정치, 사회, 통일, 국내교육 분야에서 그 많은 국책과 민간 연구소나 연구원들이 내놓는 연구 결과들과 그에 따른 풍성한 대 정부 건의서들이 그것이다.
한국에 아직까지 국익에 맞는 이렇다 할 뚜렷한 유학정책의 부재는 이 분야 연구 부재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문제의 실태와 그 해결책을 찾는 연구, 무엇이 국익에 맞는 유학인가 등에 대한 연구가 없다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지식이 없고, 지식이 없다면 정책이 있을 수 없다. 한편 리서치가 없는 것은 정책이 없는 당연한 결과다. 사재를 털어 유학 리서치를 할 사람은 없다. 정책이 있어야 리서치를 위촉할 돈이 생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