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칼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당신은 지하철을 밀자고 외치는 누군가가 될수 있다.
오래전 상영했던 영화 ‘포세이돈’은 위급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배가 바다에서 침몰하고 서서히 물이 차올라 죽음이 눈앞까지 오는 상황에서 가라앉은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여러가지 였다. 어떤 이들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또 어떤 이들은 극악의 상황에서 분노에 차올라 나에게 이런일이 왜 생겨야 하냐고 누군가에게 애꿋은 화풀이를 하며 당황하는 모습만 보여주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그 와중에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탈출할 길을 찾거나 사람들의 협조를 구하는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였고 반면에 어떤 이들은 사람들을 돕고 함께 탈출을 하려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오직 자신만 살겠다고 먼저 서두르고 꾀를 부리다가 외려 먼저 죽음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재난 영화에서 언제나 보이는 사람들의 부류들, 사람들의 반응들을 보면서 필자는 생각했었다. 내가 저 위급한 상황 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하였을까? 아마도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쪽은 아니였을 것 같다. 누군가를 돕는 영웅은 되지 못하여도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쪽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또한 나의 상상이고 생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지 사실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다. EBS 의 심리 프로젝트 다큐 ‘인간의 두얼굴’ 에서는 몇가지 실험을 하였다. 대학생 몇명을 모아놓고 간단한 설문지 작성을 부탁한 다음 5분 후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진행자는 나간다. 그리고 문틈으로 화재가 일어난 것처럼 보이도록 연기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한 실험 대상자를 제외하고 다른 학생들은 제작진과 사전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아무리 연기가 가득차도 그 방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설문지 작성을 한다. 이때의 실험대상자의 반응들이 재미있다. 모든 실험 대상자들은 방에 연기가 가득차고 틀림없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거라 생각을 하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들 눈치만 살피며 그냥 그 방에 남아서 끝까지 설문지 작성을 하였다. 실제 대구 지하철 참사 역시 이러한 실험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겠다. 참사가 터진후 올라온 몇 사진은 매우 충격적이였다. 지하철에 연기가 차오르고 위험한 상황임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속의 사람들은 코와 입을 가린채 지하철이 곧 출발한다는 방송을 믿고 가만히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려대 허태균 교수는 말한다. 관찰자와 당하는 사람은 입장이 다르다고 ….모두들 나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혼자일 떄와 여럿일 때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나라면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필자가 영화 포세이돈을 보며 생각하듯 판단하는 것은 사실 오만한 생각이다. 평범한 모든 이들은 상황에 휩싸인다. 연기가 가득 차오르는 상황에 혼자 있었다면 바로 위험에 대처하였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 .,…즉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 사람들은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상황의 힘이며 이에 굴복하는 것이 인간의 연약함이며 인간이 가진 두얼굴인 것이다.
세상에 잘 알려져 충격을 던진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은 이를 슬프게 증명한다. 24명의 참가자들이 동전을 던져 교도관과 죄수로 나누어 스태포드대학 지하 감옥에서 실험을 시작하였다. 단지 실험에 참가하였고 동전을 던져 서로의 상황을 나누었을 뿐인데 실험 첫날부터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교도관은 진짜 교도관처럼 악랄해지며 죄수를 함부로 다루기 시작하고 죄수들은 교도관들의 말도 안되는 대우를 감당하고 굴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신체적 학대는 물론 성학대까지 일어나 실험 6일만에 중단하게 된다. 이는 인간성의 슬픈 증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평범한 모든 이들도 상황에 휩싸이면 넘지 못할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슬픈 증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3년, 2005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었다. 지하철 레일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밀고 사람을 구해내는 사진이였다.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었다. 이것이 이른바 상황의 힘이며 사람이 가진 또 다른 힘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전동차를 밀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하다가도 누군가 밀어보자고 외치고 한사람 두사람 세사람이 함께 모이게 되면 군중의 힘 즉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제 3의 법칙이라 한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2사람이 함께면 상황을 바꿀수 있다. 인간의 악랄한 본성을 여지없이 증명한 슬픈 스탠포드 대학의 실험에서 3사람만 이러지 말자고 이러면 안된다고 정신차려야 한다고 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먼저 누군가 일어나 탈출을 시도하고 두사람 세사람이 처음 몇분내에 행동을 시작했다면 그토록 큰 비극은 조금은 막았을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오늘도 상황에 휩싸이고 있다. 무엇을 결단하고 무엇을 실천하며 살것인가? 무엇이 당신의 의지인 것인가? 이 글을 읽는 평범한 당신도 그리고 나도 상황을 바꾸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어떠한 의지와 어떠한 결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에 따라 우리는 다른 상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지하철을 밀자고 …사람을 구하자고 외치는 누군가가 …..우리는 될 수 있다.
김은희(시인,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