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칼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솔직해보기
필자의 남편은 매우 내성적인 남자이다. 사람 많은 곳은 체질적으로 싫어하고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유난히 두려워하며 가능한 익숙한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내성적인 성격이다. 이러한 성격 탓에 호주에서의 결혼 생활 7년 동안 우리 부부는 외식을 서너 번 외에 해 본적이 없다. 워 낙에 그러한 성격이려니 이해를 하면서도 남편과 전혀 다른 성격의 필자는 서운한 감정을 가슴에 꽁꽁 묶여두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필자는 교회에서 여러 이유로 전혀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오후 3시가 넘도록 물 한 모금 커피 한잔이 섭취한 칼로리 전부였던 나는 매우 예민하고 피곤한 상태였다. 남편과 귀가 중 스트라스필드에 가서 순댓국을 먹고 가자고 청하였고 남편은 집에 가서 식사하라며 바로 내 청을 거절하였다. 서운한 마음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 필자는 신호등에 걸려 차가 정차하자 혼자 먹고 가겠다며 내려버리고 길에서 남편과 결국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한참을 냉전상태로 있었다. 결국 잠들 기전 필자가 폭발하여 솔직한 내 마음을 이야기 하였다. “여자가 외식을 하자는 데에는 단지 순댓국 한 그릇이 먹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그러한 마음 몰라주고 배고프고 지친 상태인 날 보아주지 않고 관심 가져주지 않아 서운하고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내 솔직한 말을 들은 남편은 그날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순댓국 한 그릇 먹고 가자는 내 말에 더 이상 거절은 하지 않는다……만약, 필자가 솔직하게 내 서운한 마음을 자존심을 이유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지금까지 남편은 왜 필자가 화가 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명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기 전에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주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이해하는 것은 신 외에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솔직함은 쉽지 않다. 두려움 때문에 걱정 때문에 우리는 솔직해야 할 때 많은 변명과 가식으로 치장을 한다. 다른 이유를 붙이고 다른 감정으로 진실을 외면하곤 한다. 이는 대인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도 솔직함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즉 때로는 나조차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기도 한 것이다.
최근 읽은 ‘watching’: 신이 부리는 요술은 25년차 MBC기자이자 앵커인 김상운이 들려주는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치료하는 심리학적 저서이다. 저자는 가족들의 잇단 사망으로 마음의 병에 걸려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힘든 시간을 겪은 후 watching을 통해 치유과정을 거치며 만물이 사람의 생각을 읽고 변화하는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양자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에 주목하고 인생의 모든 고민과 생각들을 살짝 바꾸어 바라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그 모든 과정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또는 착각에 빠져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마음을 비우고 제 3자가 된 것처럼 객관성을 가지고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면 마음의 정체를 보게 되고 영혼에 눈을 뜨게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watching은 비단 책과 문화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필자는 자주 듣는다. 그 중에서 심리 해부 토크쇼라는 마음 연구소에서 소장과 연구원들이 진행하는 방송이 있다. 이들의 방송을 듣다 보면 들여다봄 만남 부인하지 않음 깨달음 이러한 단어들이 매우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칠 만큼 동물을 보호하고 과잉 행동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나 얼마나 불쌍하냐고……그러한 주장을 하며 과잉 행동을 할 때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주면 그들의 주장과 과잉된 행동 이면에 말못하는 짐승들처럼 어딘가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적인 삶을 실천하지 못하는 겁많고 아파하는 모습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악플러들이 잔인할 만큼 악플을 달고 공격을 할 때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외롭고 결핍된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숨겨져 있고 외면된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만나주면 표면에 들어나 있던 문제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해결되곤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에 필자는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연약하여서 표면으로 나오는 것은 그를 포장한 껍질일뿐 뿐 전혀 다른 모습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숨겨진 마음을 누군가 읽어주고 인정해주면 그 마음은 해결되기 시작한다. 이는 비단 제 3자 타인을 통해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화해……그 또한 중요하다. 나조차 외면해온 내 마음 내 상처를 인정하고 들여다봐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들여다봄 만남 즉 watching에는 솔직한 인정……솔직한 표현 즉 문제와의 화해를 위한 정직이 요구된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가면을 벗고 솔직할 수 있을 때 많은 문제들이 외려 해결이 되는 것이다.
가끔은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watching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말과 행동 이면을 들여다 보고 숨겨져 있는 솔직한 마음을 만나보자 부끄럽고 초라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상처투성이 연약한 실체를 만나보고 인정하면 기대하지 못했던 다른 기적이 시작될 것이다.
자……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질문해보자……아픔아 너의 실체는 무엇이니/ 너는 무엇을 원하는 것이니 슬픔아 너는 누구니…..???/
김은희(시인,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