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칼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영화 ‘명량’을 보고 와서
영화 ‘명량’은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 전투 중 하나이지만 거북선 없이 출전해 큰 승리를 거둔 전쟁으로 그 전술과 과정에 대한 기록이 분분한 전쟁이다. 이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화적 상상력과 전쟁의 스펙터클 한 볼거리가 조화를 이루어 멋진 해상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막연한 전쟁영화라기보다는 대한 민국 사람 모두가 알고 존경하는 위인이자 적장의 장수조차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추앙 받아온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에 관한 영화이며 왕을 모시는 신하이자 한 사람의 아버지 그리고 군사를 이끄는 장수이자 두려움에 번민하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면모를 묵직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이다. 그의 이러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교훈을 주고 싶으셨는지 시티의 위치한 이벤트 시네마에는 많은 교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주었다. 그러나 영화 명량은 분명 15세 이상의 관람가 영화이다. 어떻게 표를 끊고 통과가 가능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보조의자까지 들고 온 5-6,7세의 자녀들을 대동한 부모님들이 적지 않아 필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동적인 드라마이며 아름다운 교훈이 살아있는 영화이지만 이는 분명 전쟁영화이다. 시체가 굴러다니고 목이 달아나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잔인한 장면이 여지없이 나오는 영화이다. 내 옆자리 근처에서 보조의자를 깔고 앉은 5,6살의 사내아이는 목이 달아나고 일본군 적장이 보낸 목만 남은 시체를 껴안고 백성들이 통곡을 하는 장면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의 부모는 그 옆에서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해 하며 계속 영화를 보았다. 옆에 달려가 이러면 안 된다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를 치고 싶은 심정을 참으면서 필자는 내내 영화를 보는 동안 아이가 마음에 걸렸었다.
영화가 관람의 등급을 정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어린이들이 이러한 잔인한 장면에 노출되었을 때에 이는 그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각인이 되어 차후 성장이 되었을 때 몇 배 더 무서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무서운 힘이 되어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은 subconscious라고 하며 한 개인의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는 정신 활동의 복합체이다.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일련의 무의식 자용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더라고 그 사람의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은 꿈과 실언을 실제로는 너무 위협적이어서 직접 부딪치기 어려운 무의식적 내용이 은밀하게 드러난 실례라고 생각했다. 초기 실험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를 비롯한 일부 이론가들은 무의식적 정신 작용의 역활을 부인하고 심리학은 의식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으나 무의; 식 정신 활동의 존재는 충분히 입증되었고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여전히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을 설명할 때 빙산을 그려서 표현을 하곤 한다 표면 위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 즉 전체 빙산 크기에 1`2/10 정도에 불과하다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부분이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무의식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 치료란 결국 본인이 깨닫지 못하는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깨달아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의식은 우리의 삶에 수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유가 없는 반항과 공격성, 습관적인 도벽, 중독적인 성향, 무력감과 깊은 열등감 등의 심리학적 정신병적 문제들의 원인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무의식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어떠한 사건과 사례 등에서 기인한다. 물론 오랜 시간 차곡 차곡 쌓여진 부분들도 있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짧은 하나의 사건과 실례가 무의식 깊은 곳에 숨겨져 썩고 썩어 곰팡내를 풍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15세 이상의 등급 영화를 5,6세의 아이들이 보면서 고스란히 그 아이들은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에 대해 충격을 받고 이는 그들의 깊은 무의식 속에 숨겨지고 각인되는 것이다. 차후 사춘기를 지나 이 아이가 공격적이거나 심하게 반항적일 때에 잘 키우고 정성을 다했는데 아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할 것인지 필자는 그 부모에게 물어보고 싶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게만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 잘 보내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수학과 과학에 과외 선생을 붙여가며 뒷바라지를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과 정신을 지켜 주시기 바란다. 아이의 마음 밭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주고 믿음과 신뢰를 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한 것이다. 필자는 아이가 없다. 하여 아이들을 치료할 때 그들의 부모에게 이러한 조언을 하면 몇 어머니들은 그러한 말씀을 하시곤 한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없으시니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하지만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나는 부모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제발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아이로 아이를 키우시기 바란다.
김은희(시인,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