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칼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제비꽃은 민들레 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언제나 기도를 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마음 아픈 친구가 있다. 매우 심약하고 온순한 그 친구는 말 그대로 열등감이 매우 많은 친구였다. 살아온 환경이 그러하였고 성장한 양육 환경 역시 그러하였다. 그 친구는 수많은 거절감에 멍든 가슴을 껴안고 살아왔고 위축된 마음으로 세상을 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였고 두려움과 불안을 항상 느끼며 살아왔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대인관계를 바르게 이어나갈 수 없게 만들곤 했다. 친구들의 친절이나 애정은 그에겐 동정으로 여겨져 비탄의 대상이 되었고 친구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나 말 한마디는 독을 품은 칼처럼 여겨져 그 어떤 말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나와의 관계 역시 그다지 행복하게 마무리 되지 못하였다. 나의 진심은 전해지지 않았고 그는 내가 나를 드러내기 위해 그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품고 나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그런 마음이 아니라고 그를 설득하고 나의 마음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굳게 닫혀져 있어 그 어떤 진심도 전해질 수가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필자는 그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가 가진 극한의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성령님의 도우심이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었고 결국 연락은 하지 못하고 기도로 그 친구와의 인연을 부여잡고 있을 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상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발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마음 둘 곳 없이 다친 마음을 꼭 꼭 숨겨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아픔들은 중독과 우울증 강박증 또는 공황 장애와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정신 질환을 야기하곤 한다. 삶에서 경험하는 과중한 스트레스는 소외감을 불러 일으키고 상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을 풍선처럼 부풀리게 하였고 외로움과 거절감으로 인해 대인관계는 마른 사막처럼 건조해져만 간다. 이러한 현대인의 정서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자존감 즉 열등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존감(self-esteem, self-respect) 은 ‘자긍심’과도 같은 발로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자신을 사랑하는 수준을 의미하며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거나 현저히 열등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등감은 자기 자신을 무능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매우 위험한 만성적인 자기 개념이다. 개인 심리학의 아들러는 사람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열등감에서 벗어나 우월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열등감과 자존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이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며 성숙해가는 가에 따라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현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경 속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초대왕이였던 사울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하나님 앞에 범죄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무엘상 18:6-9 본문을 살펴보면 사울은 취약한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이스라엘 여인들은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사울 왕은 여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심히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울의 분노는 건강한 분노가 아니라 확대 해석된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된 분노이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함에 있어서 자기애적 상처를 받고 느끼는 분노이며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수치심에서 시작된 분노이다. 사울은 점점 병리화되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죄를 짓고 길보아 산 전투에서 전사한다. 사울은 자신이 낮은 자존감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약점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비극의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기란 쉽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다 강해 보이고 잘나 보이고 나만 초라해 보이는 때는 수없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정’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이다. 열등하게 해석하며 자신을 무가치하게 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며 우월하게 보려 하는 것도 아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인정이 이루어지면 보다 많은 것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진심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타인들의 필요 없는 비판에 so what? 하며 쿨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강단이 생기게 되며 더 성숙해지며 발전하는 길을 향한 의욕과 노력도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크리스챤인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 귀한 정체감을 가진 존재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부연하자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크리스챤은 하나님 앞에서 참된 자아상을 발견하게 되며 하나님의 귀한 자녀인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 민들레 꽃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냉이 꽃이 함박꽃이 크다고 하여 기죽어서 피어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을 부러워하고 다른 이와 비교하여 끝없이 자신을 질책하지 말자. 우리는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다. 곱고 고운 꽃인 줄 모르고 스스로를 잡초라 여기고 내가 가진 달콤한 향기도 모른 채 바람이 전해주는 다른 향에 취해 애달파 하지 말자 하나님의 사랑 안에 새로 거듭난 내가 얼마나 귀한지 얼마나 어여쁜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한숨만 턱턱 던지며 먼 곳에 시선을 던지고 살지 말자
그대도 나도 더없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임이 분명함이니…….
김은희(시인,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