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칼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취해야 한다.. 미쳐야 한다
꼬맹이 시절 난 달고나 에 미쳐 있었다 십자가 또는 별 모양의 달고나 소위 뽁기 라고도 불렀던 거 같은데 결대로 똑같이 잘라 먹어서 가지고 오면 하나를 더 주곤 했었다 난 침을 바르고 옷핀으로 찔러 가며 모양 그대로 먹으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거의 대부분은 마지막에 끝부분이 망가지고 실패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엔 집에서 해먹는다고 난리를 치다가 국자며 냄비까지 까맣게 태워버리고 매를 꽤 벌기도 했었다. 그리고 불량 식품들.. 쫄쫄이가 있었고 별 사탕이 있었고 정말 귀를 막고 아슬 아슬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펑이요 소리와 함께 얻어가던 뻥튀기가 있었다
그리고 어린 나의 용돈을 뺏어가던 몇 가지가 있었다 소풍 때마다 사이다 사먹으라고 주신 용돈을 병아리 사는데 쓰고는 이틀 만에 죽은 병아리를 보며 꺼이 꺼이 울어대곤 했고 기다란 고무줄을 뽑으면 준다는 이층 필통에 욕심이 나서 몇 백 원 용돈을 홀랑 날리곤 했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덤블링을 타다가 내려와서 땅에서 뛰면 몸이 무거워지는 이상한 느낌에 깔깔거리기도 하였고 어린이날 사다 준 스카이 콩콩 을 망가트리고는 앞뜰에 김칫독을 묻느라고 갖다 놓으신 삽으로 스카이 콩콩 흉내를 내고 앞마당을 엉망으로 만들고 꽤나 회초리를 맞아야 했었다
초등학교 때는 예쁜 것들에 반하기 시작했었다 20원짜리 종이 인형에 미쳐서 온갖 종이에 그림을 그려 옷을 만들어 입혔고 생일날 먹고 버린 케이크 상자는 내 종이 인형의 훌륭한 성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날 열광시키던 은하철도 999그림이 들어간 빨간 운동화와 독수리 5형제의 그림이 있던 책가방 그리고 뽀빠이 그림이 들어 있던 신발 주머니를 곧잘 잊어먹고 엄마에게 혼나곤 했다
내 나이 열 살이 넘어 가면서부터는 책에 미치기 시작했다 매일 집으로 날라오던 매일 학습지의 산수는 매일 틀리면서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데도 신통 방통하게 글을 깨우쳤던 난…유달리 책을 좋아 하는 아이였다 소년 소녀 문학전집 50권을 한 달을 꼬박 밤잠을 설쳐가며 읽어 치웠고
어린이 한국 위인 전집 어린이 세계 위인 전집 그리고 안데르센 동화집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집들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고 그런 나를 보며 울 엄마는 내가 뭔가 큰 인물이 될 거라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 기도했다
그리고 정말 쥐를 먹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영화 V의 다이아나에 반하기 시작했고 전설의 고향만큼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꼬박 꼬박 보고 화장실을 갈 때마다 엄마를 깨워야 했다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보며 너무 울어서 탈진까지 간 기억이 있고 엄마의 기다란 월남 치마를 입고 엄마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을 보며 공주 흉내를 낸 기억 또한 생생 하다 중학생이 되고 소녀가 되면서 김영숙 황미나 이 현세의 만화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재인에어 여자의 일생 데미안 죄와 벌 등을 읽으며 사춘기를 맞이 하기 시작했었다 이해인수녀님의 시와 서정윤님의의 홀로서기에 미쳐있었고
너무나 고운 여자 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와 시와 그림이 있는 일기장에 비밀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난..그저 파김치가 되기 시작했다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 등등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위해 그저 대학이라는 명제 앞에서 새벽부터 보충수업으로 시작해 야간 자율까지 성문 영어와 정석 맨투맨 등에 나의 모든 정신을 집중시킨 시간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참고서 밑에 숨겨 놓고 읽던 하이틴 로맨스가 있었고 단발머리 귀 뒤로 이어폰을 숨겨 끼고 듣던 별이 빛나는 밤이 있었다 남학생보다는 씩씩한 리더인 선배 언니를 보며 가슴이 떨렸고 걸스카웃 RCY활동을 하고 연극을 하면서 어른들의 세상에 끼고 싶어 안달을 했었고 단짝 친구와 가끔씩 절교도 선언해가며 우정과 사랑에 그리고 시에 내 사춘기는 무르 익어가곤 했었다
20대가 시작되자 난 친구와 애인의 중간쯤 관계에 미쳤다 10년된 고물차를 모는 그 친구와 시드니 구석 구석을 늦도록 돌아다니며 연애란 걸 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된 질투로 싸우기도 하고
장미꽃다발에 마음이 풀어져 어색한 화해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된 어설픈 연애는 그렇게 또 끝을 보았고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웠던 연애를 끝내면서 난…세상을 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열한 글들은 아주 오래 전 수필로 썼던 글이다. 오래 전 글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며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미쳐있던 것들, 내가 집착하고 내가 열정을 가지고 열심을 가지고 만나왔던 많은 일들. 그 경험과 그 삶의 흔적들이 지금의 내 안에 차곡 차곡 쌓여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42년의 삶을 떠올리면 후회할 일은 물론 넘치도록 많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 방법이 틀렸던 일들 아니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그와 반대로 더 미쳤어야 했던 일들 더 열심을 보였어야 했던 일들 조금 더 참고 인내하며 끝을 보았어야 했던 일들……수많은 내 삶의 파편들이 후회라는 이름밑에서 부끄러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미쳐보고 미련조차 버리는 것 미쳐보지도 못하고 미련을 안고 있는 것 무엇이 현명한 것일까? 물론 삶에 대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우선은 미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선은 열정을 다해 보라고 취한 것처럼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것은 뱉어버린다 하셨다. 우선은 우리가 할 수 잇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 다음은 주님께 맡겨야 하는 것이다. 당신께 맡긴 탈란트를 혹 잃어버릴까 손해를 볼까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땅에 묻어두었다가 고스란히 다시 주님께 드릴 것인가? 그러면 주님께서는 착하고 선한 내 자녀야 잘했다 칭찬하시리라 생각되시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성경은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는 우선 시작해야 한다. 주님께서 맡기신 내 삶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목숨 나의 모든 것을 걸고 한걸음을 떼고 걸어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대충대충 적당히 가 아니라 취한 듯 미친 듯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삶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신앙이든 말이다.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미쳐야 할 몫이다 함께하는 거 함께 흘러가는 거 그 안에서 그저 맡기 우는 것이 아니라 좀더 미칠 듯이 열정으로 나의 오늘이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 한 시간조차 아껴가며 타오르듯 살아햐 한다…… 열정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보고
그리고 나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김은희(시인,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