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윤석영 목사 칼럼
이미지로 소통하는 셀피(Selfie)시대
내 일상이 오로지 나만의 일상이 아닌 사람들. 나의 경험과 기분을 공유하기 위해 연출된 매 순간을 캡쳐해 SNS에 업로드 하는 셀피들의 전성시대다. 연애인이고 일반인이고 모두 자신의 모습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 싼 공간, 자신이 마시고 있는 음료, 신고 있는 신발, 함께 있는 칭구 등을 수시로 찍어 사진으로 전시한다. 오죽하면 더욱 자연스러운 셀피를 위한 셀카봉이라는 것이 등장했을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막대기를 누가 사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이 기다란 막대기는 자연스러운 셀피 연출에 일등공신 노릇을 하고 있다.
셀피(Selfie)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빈번해진 ‘자기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셀커(셀프카메라)’라고 쓰이던 시대와 가은 의미에서 확장되어 셀피를 찍는 사람까지 지칭하게 되었다. SNS 사용자의 증가와 함께 셀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그 화제성에 걸맞게 2013년 옥스퍼드 출판사에서는 셀피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시간이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셀피들의 시각적 욕망은 매 순간 근사한 이미지들을 생성해내며 ‘타임라인’을 화려하게 정식하고 있다.
셀피에는 자신의 얼굴사진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고 싶은 잇 아이템(it item)을 적어두고 돈을 모아 살 때마다 지워가던 위시리스트는 이제 왠지 건조하다. 생동감 넘치는 셀피세대는 ‘살 것’이 아닌 ‘누릴 것’을 정해두고 발 빠른 기동력을 발휘한다. 버킷리스트에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는 물론 공연, 캠핑, 쇼핑, 봉사까지 갖가지 미션이 즐비하다. 록 페스티벌 하나쯤은 가서 즐기며 손목에 두른 티켓 팔찌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 친구와 유명 뮤지컬 관람 후 포토존에서 역시 인증샷을 찍고, 유기견 돌보미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뿌듯한 미소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다. 모든 활동은 인증샷의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활동 역시 SNS를 통해 접하고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아 성사된 것들이다. 셀피는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태생적 동반자와 같다.
연출된 일상을 업로드 하는 셀피가 주요한 트랜드가 된 첫 번째 사회구조적 원인으로는 이미지 세대의 서장을 들 수 있다. 사실 셀피라는 단오는 낯설지 모르지만 셀피는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하거 보편화된 행위다. 1990년대 말 큰 붐을 조성했던 스티커 사진기에 익숙한 지금의 30대,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의 캠코더 렌즈에 익숙한 지금의 20대, 그리고 모든 렌즈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10대들까지 카메라 앞에서는 저마다 베스트 포즈와 소위 얼짱 각도로 무장해 능숙하게 셀카를 찍어왔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물결이 일기 전 2000년대 중반에는 전 국민이 싸이월드의 개인홈피라는 공간에서 셀피를 전시하며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온 역사가 같다. ㅇ;러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셀피를 터득했다. 초기에 셀피를 찍는 이유가 예쁘게 나온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 셀피를 찍고 전시하는 진짜 이류는 내가 오늘도 건재하다는 인증이자 SNS 공간 속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기 우한 일종의 제스처가 되었다.
셀피에 능숙한 SNS유저들은 즉각적인 정보. 즉각적인 사진, 즉각적인 영상에 익숙하다. 이들의 즉각성은 SNS의 인터페이스를 점점 간편하게 만들었고 더 많은 이미지 세대들을 집결시켰다. 깊이가 없는 감정일지언정 첫 눈에 달콤한 즉각성에 셀피들은 자기도 모르게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이들은 글을 읽는 것보다 사진을 보거나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오타 천지인 문장 대신 재기발랄한 이모티콘으로 대화한다. 이른바 ‘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소통의 한 방식이 되었다. 장황한 설명보다 촌천살인의 짤, 즉 사진 하나가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대부분의 소통을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모바일 무료 메신저를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모티콘은 필수다. 요즘 좀 뜬다 하는 인물은 곧바로 이모티콘으로 등장할 정도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에서는 TV화면에 나온 인기인의 얼굴을 캡쳐해 말풍선을 달거나, 두 가지 이상의 표정을 캠쳐해 움직이는 사진(움짤)을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사람들은 저금해 놓듯 새로운 이모티콘을 다운받고 채팅시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을 선택해 창에 띄운다. 이모티콘이 의사소통의 보조 도구이던 몇 년 전과 달리 이모티콘이나 움짤이 하나의 완벽한 데답으로서 약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의 네트워킹이 아는 사람들과의 친목 중심이라면 인스타그램은 친분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센스가 곧 권력이다. 멋진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에게는 SNS를 지배하는 힘이 생긴다. 치밀하게 세팅된 사진도 궁극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러움은 셀피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콘셉트이다.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것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는 것만큼 당연시되던 풍토가 서서히 사라지고 웨딩 스튜디오 사진 대신 스냅 사진을 찍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틀에 박힌 사진이 아닌 웨딩 당일 생동감 넘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앨범을 선호한다. 스냅사진의 인기는 웨딩뿐 아니라 첫 아이의 돌잔치에서도 각광받고 있으며 요즘은 일반 커플들의 데이트 스냅사진과 여행사진꺼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셀피들은 기대 이상의 멋진 컷이 나오면 배가 부른다.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페이스북 등 많은 공간에 자신이 방금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다. SNS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셀피는 감정표현 및 의사소통의 도구로 군림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소셜’이라는 형용사가 개인적 감정이 아닌 공동적 유대에 초점을 맞추고 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의를 지킨다. ‘좋아요’ 버튼으로 점철된 감정표현과 긍정적인 댓글은 SNS만의 문화이자 SNS인의 매너가 되었다. 게시자가 자랑을 목적으로 사진을 올리지 않았어도 뎃글들이 인정과 부러움을 표현하는 좋은 댓글들이 달리면 게시자도 모르는 사이에 자랑심리가 생긴다. 칭찬과 인정의 댓글들이 과시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미지 세대들은 이미지로 소통하며 과시하는 법을 배워간다. 셀피는 과시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달라지는 과시의 개념이 마케팅의 새로운 컨텐츠가 될 것이다.
윤석영 목사(다음세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