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암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21세기북스, 2010년
카톡! 카톡! 카톡카톡! 빨리! 빨리! 사람들도 몸과 마음이 바쁘고 스마트폰도 쉴 새가 없다.
스마트폰 카톡음이 여기저기에서 시·공간을 넘어 울린다. 우리의 일상은 카톡세상이 되어 시간의 공백을 갖기가 어렵다. 스마트폰의 스크린도 손과 눈과 생각을 사로잡고 우리를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제 스크린이 없는 세상은 재미가 없으며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전철이나 트레인을 이용하다 보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인 채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승객들과 너무 다른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다양한 정보의 바다에 빠진다.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이 한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한 스마트폰으로 면허증 갱신, 각종 보험료, 에너지비용, 은행업무 등을 인터넷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며 스마트한 시대를 실감하였다.

스크린은 개인과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에 필요한 업무를 손쉽게 해결해주었다.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한 걸음 더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린을 통한 네트워크가 촘촘해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로 인해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잃고 말았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깊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고와 감정의 깊이, 인간관계의 깊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깊이가 사라지고 있다. 충만하고 의미있는 삶의 핵심인 깊이가 사라져간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19쪽)
디지털 중독의 문제는 3가지 측면에서 발생했다. 첫째, 개인의 내적인 삶이다. 전문가들은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정신적, 정서적 장애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가족을 비롯한 개인적인 인간관계이다. 스크린을 사용하는 시간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을 대신하고 있다. 셋째, 기업을 비롯한 조직적인 측면이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원들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기 시작했다.(76쪽)
컴퓨터를 끈다. 휴대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이 말은 바로 구글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가 2009년 봄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축사에서 한 말이다.(108쪽)
옛 기술은 예전부터 수행하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면서 살아남기도 하고 아주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살아남기도 한다. 1950년대에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가 곧 자취를 감출 거라고 생각했다. 소리와 영상이 동시에 나오는 새로운 도구가 있는데 누가 소리만 나오는 구식 라디오를 듣겠는가? 텔레비전은 뉴스와 오락을 제공하며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라디오를 대체했다. 하지만 라디오에게는 곧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예를 들면 운전 중일 때는 텔레비전 대신 라디오를 듣는다. 정보가 넘쳐 나는 현대사회에서도 많은 사람이 글도 이미지도 영상도 없이 소리만 나온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라디오를 즐긴다. 미디어의 홍수를 완화해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204쪽)
일주일에 한 번 4시간 동안 직원들은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이메일을 작성할 수는 있다). 인스턴트 메시지는 “방해하지 마세요” 상태로 하고 걸려 오는 전화는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시켜 놓는다. 회의도 없고 사무실 문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지판이 걸린다.(231쪽)
소로가 월든숲으로 가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우리 시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월든에서 소로의 임무는 세상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다시 내면을 살피고 일상생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깊이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는지 보는 것이었다.(252쪽)
스크린과 인간 사이의 공백은 인간의 의식을 물질세계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뇌, 두 눈,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육체로 이루어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살아 있는 인간이다. 스크린이 내 삶을 주도하도록 내버려두었을 때 나는 내 육체의 나머지를 무시했으며 그로 인해 내 자신의 온전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삶의 충만함을 느끼지 못했다. 깊이가 없는 삶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삶에서 깊이가 없어지면 일터에서, 학교에서, 정부와 사회 구석구석에서 집단적으로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개인의 깊이가 사라지면 사회의 깊이가 사라지고 세상 모든 곳에서 깊이가 사라진다.(280쪽)
밴저민 프랭클린은 긍정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규범으로 혼란스러운 삶에 질서를 부여했다. 스크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에 대한 보상을 마련하라. 점차 나아질 것이고 스크린 사용시간은 줄어들 것이며 뜻밖의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290쪽)
이 책에서 쓰인 스크린이라는 단어는 데스크탑, 노트북, 휴대전화, e-리더, 태블릿pc 등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 장치를 통틀어 지칭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디지털 시대에 스크린을 통하여 네트워크가 확장되어가는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의 삶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는 옛 철학자들의 사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시간의 공백을 제거하는 스크린안의 세상도 의미가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세상에서 깊이가 있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7명의 철학자들은 각자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플라톤은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산책, 휴가, 외딴 곳을 즐길 것을 강조했고 세네카는 마음의 거리를 확보하고 디지털 군중을 걸러 내고 다정한 이웃을 만나라고 하였다. 구텐베르그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세익스피어는 오래된 도구인 레코드판이 사색에 잠기는 데 매력적임을 알게 되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스크린 사용의 제한보다는 보상을 마련하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소로는 집안이나 집밖에 나만의 월든 존을 만들면 디지털 세상에서도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맥루한은 현관에서 디지털도구를 압수하는 파티를 열어 보라는 제안을 하였다.
이 책에서 철학자들의 사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그들의 통찰력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큰 소득이었다. 특히, 소로의 삶의 방식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스크린과 현실세계의 의미에 대하여 공감하였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모든 집들의 벽이 디지털 스크린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집은 정보의 홍수로 넘쳐나는 공간이 되어 사람들은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세상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디지털 도구에 대한 환상적 관심을 더 강하게 갖게 할 것이다. 코로나펜데믹은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기술혁신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스크린을 넘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디지털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도구를 통해 외부와 연결하고자 하는 욕구와 내면세계에 대한 욕구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발제자 : 구본영 (시드니시나브로 지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