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 문학과지성사 / 2011.1.31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사람들에게 가장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고, 돈이 많으면 많은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돈은 언제나 커다란 관심사가 된다. 매스컴에서 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일상에서 돈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지만, 돈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는 언어는 익숙치 않다. 이 책은 그 공백을 겨냥한다,
‘길거리 인문학자’로 불리우는 김찬호 교수의 『돈의 인문학』은 한국에서는 돈이라고 하면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고, 인문학은 경제학과 늘 일정한 거리를 두어왔던 ‘돈’의 실체를 규명한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돈을 물질로 규정하며 오해해왔던 여러 사례들을 되짚으며, “돈은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사회는 돈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물음들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복잡한 돈의 실타래를 풀어 보인다.
– 목차

[서문] 돈은 물질이 아니다
제1부 숫자의 현혹: ‘가격’과 ‘가치’ 사이에서
제1장 돈의 매력, 이것이다
1. 힘의 원천 또는 블랙홀
2. 돈이 좋은 일곱 가지 이유
3. 불멸의 환상을 위하여
제2장 화폐의 정체
1. 지폐가 통용되기까지
2. 돈은 어디에도 없다
3. 화폐는 곧 언어다
제3장 가격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1. 달을 분양해 떼돈 번 사나이
2. 사람의 몸값이 천차만별인 까닭은
3. 연봉과 보상금의 계산법은?
4. 가치에 무지한 인간
제4장 숨겨진 비용
1. 엉뚱한 손익 계산
2. 화폐 환상이라는 것
3. 모두가 손해를 보면 괜찮다?
4. 숫자의 함정
제5장 돈이 무용지물이 될 때
1. 재난 상황에서 돈의 운명
2. 통화의 남발과 인플레이션
3. 백만장자들끼리만 모여 사는 세상이라면
제2부 대안 경제의 모색: ‘소유’에서 ‘관계’로
제6장 투기 경제의 사필귀정
1. 금융공학, 위험 전가의 무한 연쇄
2.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
3. 파국이 불가피한 까닭
제7장 ‘쩐의 전쟁’에 휘말리는 삶
1. 카지노형 머니게임의 얼개
2. 노동자, 소비자, 투자자 사이의 삼각 충돌
3. 화폐, 또 하나의 ‘이기적 유전자’
제8장 얼굴 있는 돈을 찾아서 : 소액금융과 지역화폐
1. 그라민은행, 빈곤 탈출의 길잡이
2. 미소금융의 결정적인 맹점
3. 레츠(LETS) :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화폐
4. 부(富)를 매개하는 돈으로
제9장 우애(友愛)의 경제를 디자인하자
1. 시장 규칙과 사회규범
2. 비시장 부문이 탄탄해야 시장도 건실하다
3. ‘돈맹’과 ‘MQ’의 새로운 정의(定義)
제3부 돈의 주인이 되려면
제10장 아이들에게 돈은 무엇인가
1. 일찍 돈맛을 알게 되는 환경
2. 구체적인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3.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마음
제11장 남녀 관계를 시험하는 물신(物神)
1. 사랑에 속고 돈에 웃고
2. 경제력, 연애와 결혼의 지렛대
3. 사랑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주는 것
제12장 품위 유지의 비용은 얼마인가
1. 돈을 밝힐 수 없는 인간관계
2. 위세의 두 얼굴 – 위엄과 허세
제13장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1. 타인에게 종속된 욕망
2. 돈이 아무리 많아도, 돈이 하나도 없어도
3. 유능함과 무능함의 다른 기준
제14장 돈과 나, 관계의 리모델링
1. 결핍과 풍요의 역설
2. 노후 준비 자금, 3천만 원이면 된다는데
3. 부(富)의 원천을 찾아서
[후기] 우리는 다시 존귀해질 수 있다
– 저자소개 :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사회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모멸감』 『눌변』 『생애의 발견』 『사회를 보는 논리』 『도시는 미디어다』 『문화의 발견』 『휴대폰이 말하다』 『교육의 상상력』 『돈의 인문학』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작은 인간』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공역) 『학교와 계급재생산』(공역)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돈에 대한 욕망은 왜 끝이 없는가.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갑이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은 분명히 물질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돈의 표시일 뿐 돈 그 자체는 아니다. 돈을 숭배하는 풍조를 가리켜 ‘물질만능주의’라고 표현하는데, 본질을 놓친 개념이다. 우리가 만일 물질을 추구한다면 음식이나 옷을 끝없이 확보하고 비축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무한히’ 축적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 세상 누구도 비정상이라고 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욕망은 맹목적이다.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의 본질은 무엇인가?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 (Georg Simmel)은 『돈의 철학 (Philosophie der Geldes)』이라는 책에서 “추상적이고 보편타당한 매개형식”이라는 개념으로 그 핵심을 통찰했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동물로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익명적인 환경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빈번하게 교섭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킨다. 전통사회에서라면 오랫동안 맺어온 교분과 신뢰가 그 바탕이 되겠지만, 현대의 도시에서는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도 교환과 협업이 이뤄진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돈이다. 점점 더 많은 상황에서,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돈으로 얻을 수 있다.
돈은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시스템이다. 근대사회 이후 그 작동의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돈의 힘이 점점 막강해졌다. 우리는 그 무형의 기호를 통해 유형의 물질을 획득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조차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인간적으로 굴복시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돈은 인류가 만들어낸 매우 희한한 발명품이다. 그것은 외부 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제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과 존재에 심층적으로 얽혀 있는 에너지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돈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캐묻고자 한다. — p.6~7
돈은 개인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는 문제다. 돈의 액수만 숨기는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한 나의 느낌이나 욕망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돈이 자신의 삶과 마음에 어떤 모습으로 깃들어 있는지, 스스로에게도 명료하지 않다. 매스컴에서 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일상에서 돈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지만, 돈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는 언어는 익숙하지 않다. 『돈의 인문학』은 그 공백을 겨냥한다. 돈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대면하고 직시하는 것은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름길일 수 있다. 사랑 내지 섹스, 그리고 죽음과 함께 돈이 인문학의 핵심 주제가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돈에 대한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꺼내놓고 비춰보면서 우리는 자아의 내밀한 세계를 포착할 수 있다. — p.9
인문학은 자아와 세상을 성찰하도록 지성과 감성을 연마하는 수행(修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언어는 그러한 시야를 열어주는 핵심 매체가 된다. 이 책은 돈을 둘러싼 경험과 마음을 묘사하면서 거기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려 한다. 점점 더 많은 가치들이 돈으로 수렴되어 우리의 궁극적 관심에 대한 질문을 봉쇄하는 시대에, 그 벽을 깨고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려 한다.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사회는 돈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인문학적 사유가 지금 당면한 금전적인 어려움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쩐의 전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사치로 보일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융자금이 지구촌을 휘젓고 다니면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뒤흔드는 세상에서 성찰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생각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는 더욱 무기력하게 돈의 위력에 휩쓸리고 빨려들게 된다. 삶의 필요를 냉정하게 헤아리지 않으면 한없이 증식되는 욕망의 포로가 되어 생활은 계속 고비용 구조로 치닫는다. 대다수가 패자일 수밖에 없는 머니게임에 헛되이 뛰어들지 않으려면, 세태가 부추기는 대박의 환상을 직시해야 한다. 마음을 투명하게 읽어내야 한다.
인문학은 당장의 상황을 바꾸어주는 데 큰 힘이 되지는 못하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거기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돈과의 관계를 리모델링하는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빗나간 화폐 질서,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꾸어가는 초석이 된다. 사회의 변혁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실천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성찰은, 삶의 바탕을 더듬으면서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운동의 시발점이다. 이 책이 그 작업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p.110~111
우리는 그동안 돈을 최대한 획득하는 방법에만 골몰하느라, 그 돈으로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소홀했던 편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빈곤을 벗어난 것은 커다란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근면과 성실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취다. 그러나 너무 짧은 시간 동안에 부(富)가 막대하게 불어나면서 삶의 균형이 무너졌다. 상승 이동의 기회가 무한히 열리는 듯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 한국인의 노동 시간은 세계 최고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은 개발도상국의 귀감이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식구들끼리 대면하는 시간이 부족하여 가족관계가 서먹하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대가가 있다. 삶과 사람의 가치가 점점 돈으로만 환산되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노동을 통해 부(富)를 창출하는 상황에서는 사람을 어느 정도 귀하게 여겼다. 그런데 냉전 해체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어 발흥한 ‘금융자본주의’가 범지구적인 지배력을 강화하고, IMF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에 그 위세가 한국에서도 맹렬해지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 돈이 돈을 낳는 세상에서, 부가가치의 원천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진다.— p.267~268
맹신하던 시스템을 의심하고 불신하던 사람을 신뢰하기 시작할 때, 돈으로 매개되지 않고도 이어지는 관계의 회로가 열린다. 거기에서 타자의 숨겨진 욕망과 나의 잠재된 능력이 접속하여 멋진 신세계를 빚어갈 수 있다. 금융공학이 거는 마법의 주문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는 삶의 연금술이 거기에서 터득된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존재의 위대함을 배우며 ‘정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돈의 인문학인가. 나를 끊임없이 모독하는 힘에 굴복하지 않는 얼은 어디에 있는가. 천박함과 난폭함으로 치닫는 세계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항체를 갖고 싶다. 생애의 드넓은 기쁨을 누리는 시공간을 만나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러한 소망을 더듬으며 질문하고 상상했다. 경제의 숫자와 시인의 언어가 닿는 접점을 모색했다. “가난한 사람은 책의 힘으로 부유해질 수 있고, 부자는 책의 힘으로 귀해질 수 있다.” 타이완의 어느 서점에 붙어 있는 문구다. 인문학은 삶의 부유함과 존귀함을 발견하는 공부다. 돈과 사람의 관계를 되묻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가치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을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 — p.270~271
– 출판사 서평
.인류가 만들어낸 희한한 발명품, 돈 : 돈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 돈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누구나 돈을 좋아하고, 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별로 없다. 그토록 중대한 관심사가 돈이지만 누구도 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는 않고, 심지어 개인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는 프라이버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인류가 만들어낸 희한하고 오래된 발명품, 돈. 대체 돈이란 무엇인가?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 원을 번다면 부패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중고생이 17.7퍼센트였고,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뿐”이라고 대답한 대학생이 무려 44퍼센트였다는 설문조사도 있다(190쪽). 서민들은 ‘88만원 세대’나 ‘사오정’ ‘오륙도,’ 그리고 ‘하류사회’ ‘프레카리아트’ ‘파라사이트 싱글’ 같은 비참한 용어들에 익숙해진 반면(32쪽), 어떤 투자의 귀재에게는 눈덩이를 굴리기만 하면 되는 일처럼 쉬운 일이 돈을 버는 일이기도 하다(26쪽). 그러니, 대체 돈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인문학자’인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초빙교수)가 펴낸 『돈의 인문학: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문학과지성사 발행)는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국내서라 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돈이라고 하면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고, 인문학은 경제학과 늘 일정한 거리를 두어왔”기 때문. 그간 돈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점점 더 활발하고 다양해진 반면, 인문학에서는 돈을 본격적으로 다룬 저술이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적실한 실례들을 들어가며 “돈과 삶의 관계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철학적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저술했다.
김찬호 교수는 『사회를 보는 논리』와 『문화의 발견』 등을 출간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들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내온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인문학자.’ 이번에 출간한 『돈의 인문학』은 2009~2010년에 『한겨레21』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스무 차례 정도의 강연을 하면서 내용을 가다듬어 엮었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돈을 물질로 규정하며 오해해왔던 여러 사례들을 되짚으며, “돈은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사회는 돈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물음들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복잡한 돈의 실타래를 풀어 보인다.
‘제1부, 숫자의 현혹: 가격과 가치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통해 돈의 정체를 규명한다. ‘돈이 좋은 일곱 가지 이유’를 통해서는 ‘돈’이 다른 ‘물질’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꼼꼼하게 살피며, ‘돌돈’을 사용해온 야프 섬 사람들을 통해 돈의 속성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달을 분양해 떼돈을 번 미국의 ‘달 대사관,’ 사람의 몸값이나 예술작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속성들을 통해 가격과 가치의 의미를 따져보며, ‘화폐 환상’을 통해 우리가 빠지게 되는 오류들을 진지하게 되짚는다.
‘제2부, 대안경제의 모색: 소유에서 관계로’는 ‘파생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공학과 ‘부동산 불패 신화’ 등으로 불거진 ‘머니 게임’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돈이 더 이상 소유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3부, 돈의 주인이 되려면’은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돈과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리모델링해야 하는지를 살핀다. 일찍 돈맛을 알게 되는 아이들, 경제력이 없어 사랑도 할 수 없는 ‘88만원 세대’들, 그리고 ‘위엄’과 ‘허세’를 위해 경제력을 숨겨야 하는 우리의 ‘품위’에 대해 살피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본다. 예컨대 저자가 책 속에서 던지는 두 가지 질문, 즉 “이 세상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와 “이 세상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가 실은 써놓고 보면 비슷한 답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돈을 대하는 양면성을 꼬집는다.
저자는 『돈의 인문학』을 통해 “나를 끊임없이 모독하는 힘에 굴복하지 않는 얼은 어디에 있는가. 천박함과 난폭함으로 치닫는 세계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항체를 갖고 싶다”(270~71쪽)는 소망을 더듬으며 질문하고 상상했다고 한다. 인류가 발명해낸 희한한 발명품, 돈이란 대체 무엇인가? 과연 어디에 쓸지도 모르면서 모으기에만 급급해야 하는 걸까? ‘쫇요’가 아닌 ‘투기’를 위해서, 혹은 ‘관계’가 아닌 ‘소유’를 위해서 돈을 굴려야 하는 걸까?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무한경쟁의 이 시대에, 경제학적인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눈으로 돈을 바라봐야 하는 당위들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돈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은 깨어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 홍길복 목사의 세번째 잡기장 (76) 중에서 _ 10월 19일자
“돈”

인간과 인간의 삶을 중심한 역사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고 설켜 있습니다. 그런 복잡다단한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을 수 있고 또 실제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도 늘 그랬던 것처럼 저는 또 한번 바보짓을 해 보겠습니다.
서양 정신사의 기초를 놓았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철학은 크게 늘 두 가지 질문을 해왔습니다. 첫째는 ‘존재란 무엇인가?’ 둘째는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잡기장은 그 두 번째 물음인 가치에 대한 생각 나눔입니다.
그리스 철학의 두 기둥이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는 3가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진’ 입니다. ‘진리’ ‘참된 것’이 가치있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선’ 입니다. ‘착한 것’ ‘좋은 것’을 가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셋째는 ‘미’ 입니다. ‘아름다운 것’ ‘예쁜 것’이 곧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후 18, 19세기 ‘가치철학’의 시대를 거치면서 여기에 네 번째로 ‘성’ 즉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이 추가 되면서 전통적 서양철학은 진, 선, 미, 성, 이 4가지를 인간과 인간공동체가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최고의 가치개념으로 정했습니다. 19세기 말은 이런 가치철학이 서구 세계 전반에 걸쳐 넓리 퍼져있었던 때였습니다. 바로 그런 시절, 그런 가치관을 지녔던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서 세워진 한국의 근대식 학교인 이화여대는 교육의 목표를 ‘진선미성’으로 정하고 학교의 뱃지에도 그 네 글자를 밝히 새겨 놓았습니다. 신교육을 통하여 한국사회를 ‘진선미성’을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합니다. 변하지 않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그 무엇이나 ‘절대적인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포스트 모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날의 모든 전통과 가치관들은 급속하게 무너지거나 살아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진선미성’은 이화여대 뱃지에나 붙어있는 꿈 같은 장식품일 뿐이지, 우리 삶의 현실 속에서는 시궁창의 장미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실용적인 것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실용성이 가치의 기준과 척도가 되었습니다. ‘진선미성이 밥먹여주냐?’고 묻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물론 미국적 실용주의철학과 그에 연계된 자본주의가 끼친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전통이나 문화, 동양이나 서양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나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찿고 있습니다. 결국 도달한 것은 무엇입니까? ‘돈’ 입니다. ‘물질’ 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나라와 사람에 따라 생각이나 주장이나 의견이 정말 많고 다양하지만, 그러나 하나로 완전히 통일된 것이 있습니다.
‘돈’ ‘경제’ ‘잘 먹고 잘 사는 것’ ‘물질적 풍요’는 이제 모든 인류의 공통된 이상과 꿈이요 통일된 사상이요, 목표요, 종교가 되었습니다. 간혹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이 새로운 신흥종교의 신자들은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위선자들아! 사람이 좀 솔직해져라!’

오랫동안 ‘돈’은 화폐니 자본이니 노동이니 금융이니 등등 여러가지 낱말들로 바꿔 가면서 주로 경제학에서만 취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짐멜 (George Zimmel)이 ‘돈의 철학’ (Philosophie der Gledes)을 출간한 이후 최근 하비 콕스 (Harvey Cox)가 ‘신이 된 시장’ (The Market as God)을 내놓는 사이, 이제 ‘돈 문제’는 경제학에서만 취급될 주제가 아니라 인문학에서도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돈을 돈으로 보지 않는다. 인문학은 돈을 단순히 물질이나 재화로만 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제 돈은 정치와 문화, 사회와 교육, 인간과 관계, 더 나아가 사랑과 종교, 진리와 영원의 안목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인간과 역사에서 필수불가결한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무척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이상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문학 친구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런 당위성을 떠나, 지금 여기, 현실 속에서, 나는 진정 무엇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나요?
(추천하는 책 : 돈의 인문학, 김찬호 지음, 문학과 지성사, 2011)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