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지구 한바퀴
여섯 번째 이야기 : 호주 울룰루 가는 길(1)
[시드니-사막의 시작 쿠버피디-아보리진의 성지 울룰루 자동차 횡단기]
5편 홍콩 / 6편호주 울룰루(1) / 7편호주 울룰루(2)
투어차량 : 홀덴 캡티바
유류종류 : 가솔린
총주유량 : 630L 드럼통 3개의 양
주행거리 : 6,900Km 서울-밀양 왕복10회 거리
많은 이들이 호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 ‘울룰루’는 다녀왔는지 물어온다.
분명 질문의 요지는 수많은 곳을 다녀왔다고 뻥치고 돌아다니니 물어보는 것 같다.
그때마다 마치 꼭 다녀왔어야 했는데 아직도 경험하지 못함이 못내 쑥스러운 듯 말을 흐리기 일쑤였다.
마치 숙제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아이가 부모님에게 혼나는 것처럼…
그렇다. 나 뿐만이 아니라 호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울룰루는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6년 동안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면서 호주의 곳곳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대도시는 거의 모두 섭렵했고, 왕복 1,000Km나 되는 콥스하버를 아내와 함께 단숨에 달려가 호주 최대의 바나나 생산지인 ‘빅 바나나’에 들러 기념촬영과 바나나 하나 먹고는 돌아오기도 했으니…
하지만 호주 땅에 도착하면서부터 상상했었던 울룰루는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매년 해가 거듭될수록 “아마 가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거리 또한 어지간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수준이어서 시간을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때마침 여행기가 연재되는 글을 읽은 신문의 애독자이자 후배인 제일이가 울룰루에 대한 여행 제안 의사를 밝혔고, 나는 흔쾌히 동참하기로 했다.
시간이 경제인 친구인데, 선뜻 나선다.
이유를 물어보니 울룰루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항공편을 이용해서.
그런데 신문에 연재된 글을 읽고는 울룰루를 한번 더 다녀오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연재되는 글들을 통해 다소 여행경험이 많은 필자와 함께 차량으로 동행하고자 한 바람이 생긴 것이다.
나 또한 다녀와서 사실이 바탕이 된 진실된 마음을 담아 글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이 곳 호주에서 자동차로 대륙횡단을 한다고 하면 수많은 우스갯소리들이 난무한다.
가령 예를 들자면, 새들이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돌진을 한다느니 캥거루가 도로 위에 가득 죽어
있는데 그것들을 차가 밟고 지나가야 한다느니 등등.
정말로 그러한 경험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약 4,000Km를 주행할 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아니 비슷한 일도 없었다.
여행지에 대한 느낌도 느낌이지만, 여행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진실된 이야기를 지면에서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된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또, 이 참에 리무진 버스 하나 개조해서 “시드니에서 울룰루 자동차 대륙횡단패키지”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우스갯소리 같은 바램과 함께.
그렇게 단 이틀 만에 울룰루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을 단숨에 세웠다.
함께 출발할 것만 결의한 것이지, 거창한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차 타고 갔다 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냥 차 타고 갔다 오면 된다?”
겁이 났다. 시드니에서 울룰루까지 2,910Km.
사실 그냥 차 타고 다녀오기엔 너무 멀다. 멀어도 보통 먼 거리가 아닌데, 갔다가 또 2,910Km를 돌아와야 한다.
합이 5,820Km(GPS순수왕복기준)이다. 조금은 어이가 없다.
출발기준에 따라 상이하긴 하겠지만 대한민국 서울에서 부산까지 평균 42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14번을 가고도 조금 더 가야 하는 거리다.
쉬지 않고 가면 자동차로 31시간, 자전거로 이동하면 6일, 걸어서 간다라면 23일 2시간이 소요된다. 말 그대로 1분도 쉬면 안 되는 시간이다.
사실 2년전 시드니에서 반대편 퍼스까지 3,950Km를 자동차로 대륙횡단 했었다.
거의 쉬지 않고 3일 밤낮을 운전했는데, 퍼스에 도착하니 광인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울룰루 여행을 계획하면서 자꾸만 2년 전의,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악몽이 떠오른다.
남자 둘이서 여행하기에 먹는 것과 자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고, 일단 출발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식사준비도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대한민국 싱글남들의 영원한 어머니 손’ 햇반과 참치, 라면 등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구입하고 때우기로 했다.
2015년
7월18일 17:40
이제 출발하면 제대로 된 한식을 먹지 못한다는 중압감에 한인식당이 줄지어 서있는 스트라스필드에서 저녁을 해결하려 했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방향을 목적지로 향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졸려온다.
평소 운전에 이력이 났다고는 하지만, 야간운전은 항상 피로감이 배가 된다.
7월 19일 00:00
저녁을 먹지 않고 움직이니 무지하게 배가 고프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가기 위해 휴게소를 많이 지나쳐 왔는데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휴게소 KFC에서 햄버거 하나를 꾸역꾸역 밀어 넣고는 또다시 주행한다.
자동차 전조등이 비추는 부분을 제외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고속도로를 12시간째 운전 중이다.
첫 번째 중간 경유지인 쿠버피디를 기준해서도 반을 오지 못한 상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다.
하나 다행인 것은 2년전 퍼스를 다녀올 때 보다 주유소가 상당히 많이 생겨나 주유 걱정은 크게 필요 없었다.
넓은 대륙을 가진 나라에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없는 까닭으로 호주는 고속도로에 가로등이 없다. 그래서 야간 운전시에는 마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피곤하다.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눈이 아프다.
목적지 방향 뒤쪽에서는 새빨갛게 동이 터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조바심이 난다. 해가 떠올라 눈이 아프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야 할 텐데…
야간운전 중에 아침 햇살은 운전자를 너무도 괴롭히는 존재다.
7월 19일 08:00
날이 밝았다. 밀쥬라 이정표가 보인다.
완전히 날이 새고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마을이다.
소박하게 옛 건축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참 예쁘다.
머물지 못하고 지나가야 하는 마을이지만 평온한 느낌을 주는 이 마을이 필자로 하여금 살고 싶게 만든다.
7월 19일 10:00
쿠버피디로 향하는 사막 초입의 고속도로 한 켠에 차를 세웠다.
배가 고파 뭐라도 먹어야 할 참인데, 어찌할 바를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기로 한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컵라면을 후후 불면서 먹고 있으니 지나가는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박장대소한다.
7월 19일 14:00
시드니에서도 이따금씩 느끼는 것이지만 호주의 구름은 참 예쁘다.
이민자로서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예쁜 하늘에 위로를 받는다.
잠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카푸치노 한잔에 미소를 머금는다.
또 줄곧 가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거리를 계산해보니 시드니로부터 1,550Km나 왔다.
최종 목적지인 울룰루를 기준해서 절반 정도다.
내심 예상보다 멀리 왔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음과 함께 남은 거리에 대한 부담으로 이내 두려워진다.
다시 절반만 가면 되는 거리인데, 지금까지 달려 온 것을 생각하면 출발할 엄두가 쉬 나지 않는다.
그나마 힘든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건 시드니와는 차원이 다른 풍경과 산소공급이다.
드넓은 대지에 눈앞을 가리는 회색 고층빌딩들이 없으니 탁 트인 전방을 바라보며 창문을 열어 공기를 마시는 그 자체로 행복이다.
잠시 후면 끝나버릴 것 같은 도로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금방이라도 하늘바다에 풍덩 빠져버릴 것만 같다.
드디어 쿠버피디로 들어서는 분기점 포트오거스타에 도착했다.
두 대의 GPS가 사막의 시작도시인 쿠버피디까지 550Km 직진코스로 남아있다 알려준다.
일개 고속도로 하나가 대한민국 끝에서 끝보다 길다.
직진 55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리 달리면 바다로 빠지는 거리.
밤새도록 달리고도 뭐가 아쉬운지 날이 새고도 또 달리고 있다.
이따금 강렬한 태양빛에 눈이 떠지지 않을 때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을 정도다.
다시 커피한잔을 들고 핸들과의 긴 사투를 벌인다.
7월 19일 17:40
시계를 보니 정확히 24시간째 운전 중이다.
만약 지금 다시 돌아가야 한대도 시드니까지 1,920Km.
돌아갈 생각도 없지만 중간 목적지가 더 가깝기에 힘을 내어본다.
출발할 때는 캄캄한 밤이었는데 출발 동일시간 이곳은 해를 따라가는 까닭으로 아직 파란 대낮이다.
포트오거스타를 30분 지난 후부터 휴대전화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대낮이라 캥거루, 젖소 등 야생동물의 사체들이 하나씩 보인다.
야생동물과의 충돌과 비상시를 대비해 텔스트라 휴대전화 1대 정도는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의 KT와 SK텔레콤 격인 ‘텔스트라’통신은 호주의 최대 통신사인 까닭으로 거의 호주 전역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음악을 크게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커피도 마셔보지만 졸리는 눈은 쉽게 떠지지가 않는다.
급기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겠냐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무리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쉽게 멈춰 설 수가 없다. 도무지…
철인 3종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다. 안자고, 먹지 않고, 끊임없이 운전하는 것으로 말이다.
시드니를 출발한지 27시간만에 드디어 경유 목적지인 쿠버피디에 도착하고야 만다.
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메달리스트가 된 듯한 기분이다.
긴장이 풀리며 나른해진다.
도시는 벌써 어스름한 저녁이 되었지만 달빛과 가로등을 통해 황량한 사막을 잠시나마 느낄 수가 있다.
이곳을 100여 Km 앞두고 여분의 기름통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큰 낭패를 볼뻔했다.
거리계산을 잘못 한 나머지 주유소 하나를 지나쳐 온 것이 실수였다.
<송준영 기자>
※ 본 글의 소유권은 송준영 기자와 크리스천라이프에 있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