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 흐름출판 / 2017.6.30
‘라틴어 수업’의 1장은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으로 시작한다. 본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삶의 긴 여정 중의 한 부분인 학문의 지난한 과정은 어쩌면 칭찬 받고 싶은, 첸체하고 싶은 그 유치함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소위 배움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고 합니다. 라틴어뿐 아니라 그 어떤 것을 공부하든 공부가 즐겁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예 즐겁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뭔가 거창한 목적마저 있어야 한다면 시작하기 전부터 숨이 막힐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다음 내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의 그 마음이 그저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_ ‘라틴어 수업’ 1장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 중에서
‘라틴어 수업’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Rota Romana)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2010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초급·중급 라틴어’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서강대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신촌 대학가를 벗어난 지역 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 찾아와 늘 강의실이 만원이었던 저자의 강의 내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강의는 단순한 어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등을 포함해 오늘날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또한 저자가 유학 시절 경험했던 일들, 만난 사람들,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 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관계의 문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등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화두들이 함께 녹아 있어 단순한 라틴어 강의가 아닌 종합 인문 교양 수업에 가깝다.
한 예로, 라틴어 ‘도 우트 데스’ (Do ut Des)는 ‘네가 주면 나도 준다’라는 뜻으로 로마법의 채권 계약에서 나온 법률적 개념이지만 저자는 이 말을 통해 과거 로마법상 계약의 기준이 되는 네 가지 도식에서부터 유럽의 세속주의와 상호주의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아가 상호주의 원칙이 흔들리는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이 개념이 왜 과거의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도 중요한지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와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화두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만드는 단초가 되어준다.
– 목차

서문
Lectio 1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
Lectio 2 첫 수업은 휴강입니다
Prima schola alba est
Lectio 3 라틴어의 고상함
De Elegantiis Linguae Latinae
Lectio 4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Lectio 5 단점과 장점
Defectus et Meritum
Lectio 6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 pro se quisque
Lectio 7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Ego sum operarius studens
Lectio 8 캐사르의 것은 캐사르에게 돌리고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 드려라
Quae sunt Caesaris Caesari et quae sunt Dei Deo
Lectio 9 만일 신이 없더라도
Etsi Deus non daretur
Lectio10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Do ut Des
Lectio 11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
Tempus est optimus iudex
Lectio 12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Lectio 13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Lectio 14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Hodie mihi, Cras tibi
Lectio 15 오늘 하루를 즐겨라
Carpe Diem
Lectio 16 로마인의 욕설
Improperia Romanroum
Lectio 17 로마인의 나이
Aetates Romanorum
Lectio 18 로마인의 음식
Cibi Romanorum
Lectio 19 로마인의 놀이
Ludi Romanorum
Lectio 20 아는 만큼 본다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Lectio 21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Desidero ergo sum
Lectio 22 한국 사람입니까?
Coreanus esne?
Lectio 23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Verumtamen oportet me hodie et cras et sequenti die ambulare
Lectio 24 진리에 복종하라!
Oboedire Veritati!
Lectio 25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Lectio 26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Dilige et fac quod vis
Lectio 27 이 또한 지나가리라!
Hoc quoque transibit!
Lectio 28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Dum vita est, spes est
감사의 글
‘삶의 책장’을 짓는 라틴어 수업을 기억하며 – 제자들의 편지
– 저자소개 : 한동일
저자 한동일은 교황청립 라테란 대학교 교회법학 석사, 교황청립 라테란 대학교 교회법학 박사 학위를 수료하였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법무법인 Studio Legale Corona 파트너 변호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터키의 EU가입에 대한 몇 가지 쟁점들 – 서양법제사의 세속주의 헌법과 종교자유라는 관점에서’,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투쟁 – 서양법제사 안에서 법과 종교의 분리’ 外 다수가 있다.
○ 홍길복 목사의 라틴어 인문학 (49) 중에서 _ 10월 13일자

–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마그나 프에릴리타스 쿠아에 에스트 인 메)
magna, 큰, 놀라운, 위대한, Magna Charta 대헌장
puerilitas, 원형 pueritia, puerilis, 유치함, 철 없음, 어린애 같음
puae, 요구, 욕구, 욕망, 바램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마그나 프에릴리타스 쿠아에 에스트 인 메)
내 안에는 엄청나게 유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내 속에는 어린애 같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나라는 인간성 속에는 놀라운 유치찬란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물론 ‘내 속에는’ ‘저를 포함한 우리 인간성 안에는’ 위대한 성품, 고상한 성품, notabilis와 더불어, 유치하고 비루한 욕망, puerilitas quae도 함께 공존, coaeva, coaevus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침엔 고상했지만 저녁이 되면 부끄럽고, 어제는 선한 의지를 가졌지만 오늘은 악한 생각이 솟아나고, 30년 전엔 나도 아름다운 꿈을 지녔는데 지금은 그만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속에 있는 고상함 – 사랑, 희생, 나눔, 이해, 희망, 평화, 인내, 착한 마음, 성찰 등등은 점점 살아지고, 인간을 슬프게 만드는 유치찬란함 – 탐욕, 교만, 미움, 이기주의, 성공, 출세, 거짓, 위선, 사악함이 나날이 ‘내 속에서’ 자라고 확대되더니 이젠 거의 나를,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 저 분, 아니 저런 정치 지도자가, 저런 종교 지도자가, 저런 학자가, 저런 opinion leader 속에, 어쩜 저렇게도 유치하고 사악하고 거짓됨이 숨겨져 있었을까? 우린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아니 그 보다 더 놀랍고 부끄러운 것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자신이 들키고만 것입니다. ‘나 까지도’ 그이들과 똑같거나, 아님 그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은 것이란 하나도 없는 인간임이 노출되고 만 것입니다. ‘아 인간이란 처음부터 철없고 어리석고 유치한 존재로구나!’ 전 요즘 어린 손주들과 놀다가, 제 수준이 꼭 손주 수준이라는 걸 발견하곤 합니다. 내 속에는, in me, 참 놀라운 유치한 욕구, magna puerilitas quae가 있구나, est.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마그나 프에릴리타스 쿠아에 에스트 인 메).
오늘도 우리 속에서, 내 안에서 이어지는 고상하고픈 욕구와 유치해 지려는 본능 사이에서, 인문학은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해 성실해 지도록 우리에게 경고를 보냅니다.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내 속에는 엄청나게 유치찬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나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아침입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