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감기 몸살과 바꾼 고추장”
시골 마을 교회 전도사의 심장은 달리 정한 시간도 혹은 형식도 없기가 쉽상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성도들에게 폐가 되기도 하고 실례가 도리 때가 많습니다. 가끔 둘러보는 임권사님댁, 마치 스스로가 주인이라도 되는 듯, 살림살이 이리 저리 뒤지기도 하고, 정원의 나무도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요 몇 일 전 그날도 그런 아침 순례길(??)에 권사님댁엘 들렀습니다. 구(舊) 한옥의 정줏간에 이만큼 터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었고, 그곳엔 아구까지 맵살로 그득차 있었습니다. 이쪽에는 소금주대가 열려 있었고, 저쪽에는 오랜세월 두고 쓰던 권사님의 전자 밥통이 나와 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필시 오늘은 장을 담그는 날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심방 삼은 부엌 순례가 끝날 무렵 권사님의 인기척이 들려 왔습니다. “권사님! 이 추운 날에 이거 혼자 다 해 내시겠어요?” 누구라도 돕는 분 곁에 계시면 좋을 터인데… 권사님은 그저 이건 저렇게 할거고 저건 이렇게 할거라고, 그때에도 쉴 틈 없이 뭔가에 열중하며 고추장 담기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손을 걷어 부쳐야 겠다 싶었지만, 마음만 그리할 뿐 그 모습 뒤로 하고 권사님 댁을 나서야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속회로 모이는 저텩 예배시간 권사님은 몸 속 싶은 곳에서 신음과 고통을 한 몸에 안고 나와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참 많이 아프면 당신이 내색하지 않아도 몸이 그렇게 말하는가 봅니다. 권사님의 신음은 감추려 감추려 했지만 제 귀에 또렸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모습은 그제 정줏간에서 뵌 권사님의 고추장! 권사님은 그날 밤이 맞도록 고추장 담궈 자녀들에게 보내고, 그렇게 그날 밤은 온 몸으로 앓아내신 것입니다. “감기 몸살과 함께 바꾼 고추장” 그 고추장 위로 그날 정줏간에서 맑은 모습으로 웃고 계셨던 권사님의 미소 한자락이 떠올랐습니다.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전도사님! 마음 쓰지 마세요.”
우리의 감사는?
전해오는 옛 이야기 한 토막, 목욕탕을 찾은 허름한 행색의 한 사람. 그의 초라한 행색을 본 종업원들은 쓰다 남은 비누 조각과 낡은 수건을 그에게 건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그가 아무런 불평도 없이 흔쾌히 두 종업원에게 금화 한 닢씩을 팁으로 주었지요. 밝은 미소와 함께… 금화를 받아든 종업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초라한 행색의 그가 건넨 금화도 그러했지만, 자신들의 푸대접에 의외의 선대로 응한 손님의 반응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순간,‘다음부터 이 손님을 잘 모시면 더 많은 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화살처럼 스쳐지나갔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주에 바로 그 손님이 목욕탕에 나타난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는 모든 종업원들이 깍듯한 대접으로 손님을 모셨지요. 정성스런 향유 마사지에 온갖 서비스를 총동원하여 흡사 칙사 맞이하듯 손님을 대접하였지요.
마침내, 그렇게 융숭한 대접에 목욕을 마치고 나온 손님이 종업원들에게 팁을 건넵니다. 한껏 기대를 하고 손님의 부름 앞에 선 종업원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딸랑”, 순간 종업원들은 놀라움에 할 말을 잃고 떨어진 동전을 품은 손만을 쳐다보게 되지요. 종업원의 손에 담겨진 것은 빛이 바란 동전 두 닢이 전부였지요.
멍하니 서 있는 그들에게 손님이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준 것은 오늘의 팁이고
이건 그날의 팁 일세!”
“수(手)가 높은 사람을 낮은 사람이 이길 수(手)는 없는 법”,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하나님 앞에 드리는 감사도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님 앞에 감사란 고백 앞에 부디 얕고 속 빤한 삿된 수작(??)은 부리지 않았으면…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