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매화마을의 도피성
사택 벽을 때리는 갑작스런 소리가 있었습니다. 돌멩이에 벽과 문을 세차게 때리는 소리였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놀라운지라 마당으로 나갔더니만, 마을 언덕을 도망치는 아이들의 줄행랑이 황급합니다. 달밤의 체조인가? 무작정 아이들의 뒤를 밟는 숨이 이만큼 차 올랐습니다. 이놈들! 덜미를 잡아. 호통을 치며 녀석들을 앞세우고는 사택으로 향했습니다. 겁에 몹시 질려있는 녀석들은 한사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힐끔 힐끔 화난 제 모습에 놀라 토끼눈을 하고 서 있습니다. 교회마당에 들어서서 추궁을 해 대는 질문에 결국, 새로운 진범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친구를 불러오라는 말을 하고는 사택으로 들어왔습니다. 얼마후, “아저씨…” 하며 부르는 가녀린 음성이 사택 창문을 넘었습니다.
진범(?)과 함께 3명의 공범(?)을 교회 정자에 앉혀놓자, 뭐라 말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의 잘못에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그 옛날 성지에는 도피성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다던데, 그곳에 들면, 모든 죄인들도 용서하듯, 그렇게,,, 세상법 넘어 잠시 눈감아 주던 곳… 매화 마을의 도피성이어야 할 곳, 이곳 영광교회. 잠시 성난 제 표정은 그 생각에 뒤로 살짝 숨겨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녀석들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정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이들이 대견했기 때문일까. 도피성, 어쩜 그곳은 애써 인상을 쓰지 않아도 용서 될 수 있는, 아니, 용서를 비는 이들이 모여 살던 또 다른 하늘 나라를 꿈꾸던 선진들의 믿음의 표현이 아니었을런지..
“몸짓 신앙고백”
할머니는 99세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눈은 밝아 성경을 수십 수 백독(讀)하셨다. 그렇지만 귀가 어두우시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말씀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예배에 꼭 참석하신다. 할머니의 지정좌석이 있다. 소리가 안 들리기에 기도 순서는 누가 옆에서 기도 끝났다고 알려드려야 눈을 뜨신다. 물론 설교도 전혀 안 들리지만 매번 그렇게 집중해서 설교를 들으실 수가 없다. 찬송은 언제나 할머니 곡조가 있다. 모든 찬송이 동일한 곡조로 불려진다. 그래도 그렇게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기쁨으로 아신다. 무엇을 들으려고 가시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의 예배는 몸의 기도이고 그분의 신앙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춤이다.
우리 교회에도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계신 것을 볼 수 있다. 이분들은 예배 시간에 늦지 않으신다. 언제나 그 자리에 듬직하게 계신다. 바위처럼…. 이것이 그분들의 몸의 기도이며 그분들의 춤이다. 우리들의 몸이 흘러가는 것이 삶으로 나타내는 가장 깊은 하나님과의 대화이고 몸짓이고 오직 올곧은 한길을 보여주는 신앙고백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춤이다.
-들꽃 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님의 고백 중에서-
서울, 아니 한국의 부촌 강남에서 남부러울 만큼 큰(?) 교회 섬기시다 돌연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작고 소박한 시골 마을 교회로 몸을 쪼개어 분가(分家) 교회를 이루신 교계의 선배 목사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목사님의 고백 속에 스민 이곳 친숙하고 익숙한 매화영광교회 교우들을 만나서였을까요? 몸짓으로 보여 주는 한 길 신앙고백의 교우님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여 곁에 함께 해 주세요!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