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봄 햇살 아래로 몰아 내소서….”
얼어 붙은 추위는 누구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더니만, 대보름 지나자 오라! 입춘이었구나! 하는 죄송스러움과 겸연쩍음이었던지 머리를 긁적이며 이내 꽁무니를 내어 뺍니다.
낮에 나온 해가 배꼼 자기 얼굴 드러낼 참이면, 그 때마다 교회 수돗가 수도 꼭지를 틀어 놨는데, 족히 2-3주는 꿈쩍을 안터니만, 결국 이번 주에 드디어 겨울 기지게를 거하게 펴고 한 동안 움추렸던 어깨를 활짝 열어 젖혔습니다. 얼었던 수도관이 녹은 것입니다. 이 모두가 봄볕 덕분입니다. 다사로운 봄볕, 한 겨울을 이겨낼 봄 볕을 이계절은 그렇게 겸허하고 꾸준하게 준비해왔던 것입니다. 봄이 온 것입니다. 한 겨울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봄 소망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 계절은 그렇듯 봄 맞이를 보이지 않게 준비하고 있었는데도, 하염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부족한 이의 모습입니다. 아직도 꽁꽁 얼어 붙어 꿈쩍도 하질 않는 잔뜩 움추린 모습이 거울에 비쳐 옵니다. 봄은 벌써 벌써 왔는데, 아직도 제 심령은 한겨울입니다. 부끄럽습니다. 한 나절 햇살 한 줄기 끌어 잡을 열정만 있다면, 열심만 있다면, 이 추운 겨울 심령을 녹일 수 있으련만 제 게으름이 부끄럽습니다. 아마도 다음 주면 신흥리 대점 지나는 길 매화 꽃이 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면 어쩝니까? 제 부끄러움 더할 텐데…. 그 봄 매화 꽃 보기 전 게으른 겨울 잠에서 이젠 깨어나야 할까 봅니다. 주님! 그 겨울 이길 햇살아래로 저를 내 몰아 주소서.
“지녕초(指佞草)”
‘지녕초(指佞草)’라는 전설의 풀(草)이 있었다지요? 간사하고 아첨하는 이가 있으면 잎(葉)으로 그를 가리키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풀 말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를 확인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 ‘지녕초’한 포기가 그리운 시절을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미 저희에겐 지녕초보다 소중하고 귀한 만남이 있지요. 누구나 하늘, 곧 하나님 앞에 서면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이지요. 그래서 어느 시인도 그렇게 노래했다 하지 않습니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마음 속 빛나던 밤하늘의 별 빛에서 문득, 하지만 새삼 자신의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만났다던 시인의 고백처럼…
하지만, 사람들, 하나님 앞에서도 한사코 자신의 부끄러움과 허물을 덧칠한 본 모습을 가려 보려 하는 것이 흔한 다반사, 언제쯤이면 죄스럽고 부끄러운 모습 애써 감추려는 구차한 모습에서 벗어나 진면목을 드러내려는지?“하늘 점차 푸르고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절기에 품어 본 생각입니다.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