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아가의 suck: “사람에게 비는 하나님”
거침없이 그리고 여지없이 무엇이든 어김이 없습니다. 막무가내로 입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어디서 비롯한 용감함인지(?!) 우리집 아가 애린이를 만나게 되면 어김없는 모습입니다. 이러고 보면, “모든 길(것)은 로마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애린이의 입으로 통한다고 해야할까 봅니다.” 필시 책은 보자고 펼쳐 놓은 것인데, 여지없이 입을 거쳐야하고. 수건이며, 짤랑이도, 어김이 없습니다.
만일, 그것을 끌어낼라 치면, 어김없이 “으앙!” 하고 내뱉는 아가의 울음, 이내 그 작은 눈시울을 흠뻑 적시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에 누구도 당해낼 제간이 없이 전혀 입과는 상관할 바 없을 것 같은 물건들을 아가에게 헌납하지 않고는 베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제 엄마도, 아빠도 다 압니다. 책이 입에 어울릴 바가 아니요. 짤랑이 장난감은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하지만, 꼼짝없이 굴복하고 마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한번 져주는 것입니다.” 입 안에 책을 물고 흡족해 하는 아가의 미소가 보고 싶어서, 짤랑이를 물고 울음을 그친 아가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이의 마음인 것입니다. 그렇고 보면, 우리 하늘 아버지도 다 아실 것입니다. 때 쓰고 울먹이며 될 성싶지 않은 것을 바라는 아가 같은 우리 모습을, 하지만, 그분도 그리 하실 것입니다. 그저 한 번 져주실테죠. 그러면서, 그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한번 그 분의 뜻을 접는 것, 어찌보면, 그것이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비는 모습입니다. 아버지도 아실겁니다. 그게 막무가내 아가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 눈물 닦아주시는 것도 아버지십니다. 우리 아버지..
“그늘 반대편에 서기”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제겐 잊을 수 없는 푸른 기억 하나가 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교회 뜨락 등나무 그늘 아래 탁족(濯足)을 하며 책 한권과 만나고 있었나 봅니다.
문득, 아름드리 그늘이 고마워 올려다 본 등나무, 그런데, 나무 그늘 아래 저 먼 낯선 풍경 하나와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늘 반대편엔 뜨거운 햇살을 이기고 선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무는 늘 그늘만 지니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시원한 나무 그늘을 자아내기 위해선 찌는 듯 타고 있는 눈이 부신 햇살을 맞이해야 하는 삶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나니 일순간 마음이 환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선 마음에 새겨 본 혼잣말 하나가 있는데, “그늘 안에서는 결코 그늘을 만들 수 없는 법”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늘 저편 뜨거운 햇살을 맞이해야 하는 수많은 이들의 덕분에 편하고 시원한 그늘 속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삶에 새삼 눈 뜨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름드리 깊고 시원한 그늘을 자아내고 만들어 내기 위해 삶의 이면, 타는 듯 작렬하는 햇살을 이겨내야 하는 무던한 삶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멀지 않은 이곳 어버이의 땅, 매화에서 만나곤 합니다. 서슴없이“그늘 반대편에 선다.”는 삶을 자녀를 품은 부모의 품에서 만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지요.
오늘도 매화천 너머 기양리 이 집사님, 주 지집사님 가을 시샘 햇살 아래 채전 밭과 나락 바람에 일렁이는 논으로 발걸음 하십니다.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