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의 지상중계(2)
기독교 윤리의 원천을 추적한다
정미연 박사(몰링 칼리지 교수_조직신학, 윤리학)
기독교 윤리학의 원천(source)은 어디에 있는가? 또 무엇인가? 여기서 ‘원천’이라 함은 물리적 자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윤리적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하는 원류이며, 기원이자 측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
성경
가장 당연하고, 가장 기본적인 원천은 당연히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성경’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윤리적 사건들을 바라보는 올바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는 전반적인 성경 말씀을 하나님 중심에서 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
신학
그 다음은 ‘신학’이다. 신학은 성경에 관한 이차적 학문(second author)이다.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진리들을 연결성 있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일관된 성품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신론, 인간론, 구원론, 그리스도론, 교회론 등을 연구하면서 성경에서 동일하고 일관되게 주장되는 패턴을 찾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먼저 성경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가 되어있지 않으면 신학은 불가능하다.
성경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과 이해는 신학자들이 자신들만의 교리를 만들어낼 위험성을 갖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종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인간론의 등장이다.
이미 고대시대에 성 어거스틴 등에 의해 노예제도가 비성경적이라고 주장되었다. 그럼에도 근대에 이르러 노아의 세 아들들의 이동을 근거로 한 인종의 형성과 인종간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신학이 등장했다. 이는 창세기 1-2장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한 해석이다.
또 이스라엘에게 이방인과의 결혼을 금지한 성경 내용을 근거로 하여 백인과 타인종 간의 혼혈 결혼이 비성경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이방인과의 결혼을 금지하신 것은 우상숭배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 혈통적 인종적 차별 개념이 아니었다. 유대 혈통을 이루고 있는 다말, 라합, 룻 등의 여인들은 대표적인 이방인이었으며, 유대 민족 자체가 이미 혼혈 및 다인종으로 구성된 민족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윤리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올바른 성경해석과 신학의 정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먼저 성경을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 신학을 중시하지만, 개신교는 신학 위에 성경을 두는 반면(성경의 우위성), 가톨릭은 성경학자들이 저술해온 신학에 성경과 동일한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성경은 항상 신학과 교리 위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신학과 교리는 각 세대마다, 각 문화권마다 성경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재점검 될 필요가 있다.
문화와 전통
모든 인간은 문화의 산물(product)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그분의 음성을 분별할 때, 우리가 속한 문화와 전통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3년마다 열리는 크리스천 선교대회 (Intervarsity’s Urbana Conference)에서 아침 예배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을 강사들이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질문은 “저는 하나님께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십니다. 좋은 크리스찬으로 살아가는 바는 원하시나 선교사가 되어 타국으로 가는 것은 반대 하십니다. 이경우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행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스리랑카에서 오신 Ajith Fernando 강사님께서는 동양적 사고에 의해그의 자녀가 부모님의 견해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아셨다. 그래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순종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 이 학생에게 하나님께서 부모님의 마음에 역사하셔서 부모님께서 허락하실때 까지 기다리기를 권하셨다. 그러나 미국출신의 선교사님의 권면은 달랐다. 그 분은 일단 질문한 학생이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보다 우선이므로 부모님은 하나님께 맡기도 준비된는 데로 부모님이 동의 하지 않아도 지체 없이 선교사로 파송받기를 권하셨다. 이경우 하나님의 뜻에 대해 우리가 두 가지 상반된 견해에 부딪히는 이유는 성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말씀과 문화와 전통에 의한 그 말씀에 대한 해석 사이에서 오는 차이(gap)에 기인한다. 이 둘 중에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우리가 지금 문화와 전통에 의해 얼마만큼 영향을 받고 있는 지를 잘 나타내 준다.
이성
이성은 단순히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mind)이 사물을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개념으로서의 이성(reason)이다. 우리는 성경의 말씀을 순서 있고, 일관성 있고, 통합적으로 인식하려 할 때 바로 이 이성을 사용한다.
경험
영국에서 감리교(Methodist)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바로 존 웨슬리에 의한 대각성 부흥운동 때문이었다. 그는 영국의 성공회 내에서 설교를 통하여 회개와 새로운 삶을 강조하였다. 그는 교리보다 중생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경험 없이 머리로 하는 신앙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구원에 지식 뿐 아니라 경험이 필요한 것처럼, 윤리에도 경험이 중요하다.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은 경험이 부족하여 윤리적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이 단편적이지만, 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관점이 넓다.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 여사의 가족은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을 집에 숨겨주고 있었다. 그러나 게슈타포(나치시대 국가경찰)가 수색하러 왔을때 그녀는 거짓말을 하여 유대인을 집에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선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었기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의 언니 벳지(Betsie)는 이런 상황에서도 거짓말은 하면 않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러 차례의 반복된 게슈타포의 수사에 의해 텐 붐 여사의 가족 전체는 유대인을 숨겼다는 죄목으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갔고, 코리 여사만 생존하였다.
이처럼 우리가 직면한 윤리적 상황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이 풍부할수록 상황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우리로 하여금 윤리적 문제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험은 또한 우리가 보다 폭 넓게 사람을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경험은 우리의 견해를 바꾸기도 하고 또한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경험을 통하여 다른 이들을 이해하면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을 선택하게 하기도 한다.
정미연 박사 (몰링 칼리지 교수_조직신학, 윤리학)
미국 이민 1.5세 출신의 차세대 신학자.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의 여러 신학교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몰링 칼리지 전임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기간 동안에는 콩고, 인도, 케냐,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팔, 르완다. 우간다 등지의 신학교와 교회에서 사역한다. 세계침례교연맹, 아태침례교연맹, 로잔회의 세계선교글로벌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