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천 목사의 샬롬 칼럼
체크리스트, 기본의 능력
한 3년 정도된 사건으로 기억된다. 센프란시스코에서 시카고로 향하던 어메리칸 에어라인의 1613편 비행기 안에서 부기장이 심한 독감증세로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 이 비행기는 착륙을 앞두고 있었고, 상황은 다급했다. 기장은 기내방송을 통해 조종사 면허증을 가진 승객을 급히 찾았다. 승객 중에는 아무도 조종 경험자가 없었고 오히려 승무원 중에 한 사람이 소형 비행기 면허증을 소지했다, 그것도 여승무원이. 면허소지가 확인되자, 바로 여승무원이 부기장 자리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다. 그녀는 꼼꼼하게 계기판을 확인하며 착륙절차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기장에게 읽어주며 기장을 보좌했다. 결국 성공적인 착륙과 더불어 여승무원의 임시 부기장 뉴스는 미국 뿐만아니라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 이후 항공공학의 비약적인 발전 덕택에 첨단 장비들이 개발되었다. 그렇지만 항공 사고율에는 큰 진전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항공사고에는 인적요인이 너무도 크다. 보잉사의 발표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조종사와 정비사 및 관제사 등 인적요인을 합해서 인적오류 (human error)가 거의 70% 이상에 이른다.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인적실수의 가장 기본이 무엇일까? 어떻게하면 똑같은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까?
1935년 10월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육군항공대 소속 ‘모델 299’ 비행기가 폭발사고로 추락했다. 문제는 조종사가 이륙 전에 방향키의 제어장치를 해제하지 않았고, 이를 점검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사고요인이었다. 너무도 사소한 이륙전 점검을 놓친 결과는 참혹했다. 그 이후 항공업계는 조종사의 표준 점검표를 만들었고, 이것이 소위 체크리스트의 형태로 정착되었다. 일반적으로 체크리스트란?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을때 똑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점검표와 같다. 이는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작할 때나 의사가 수술을 할 때나 심지어 결혼을 준비할 때도 적용되는 아주 실제적이고 필수적인 도구이다. 사람은 속성상 누구든지 고리타분하게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판에 밖힌 계획표에 따라 점검하고 단순하게 일하는 작업환경은 따분하고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일의 성격이 사람의 생사여탈을 가늠하는 직종들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예라면 여객용 비행기를 다루는 조종사와 병원 수술실의 의사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아무리 사소한 실수도 사활적인 상황으로 돌변하는 고로 쉽게 용납될 수 없다.
어떤 직종에서든 체크리스트는 기본이다. 이 기본을 따르는 것이 매우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이를 반복하므로 얻는 유익과 위력은 사안에 따라 생사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체크리스트에서 기본의 능력을 되새긴다. 신앙생활에서도 우리가 몰라서 실패하기보다 알고도 적용하지 않는데서 실수한다. 마치 조종사가 노련할수록 체크리스트에 따라 점검받듯이 우리도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자기점검을 생활화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이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간적 실수가 첨가될 경우 교회든 어떤 조직이든 어이없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학위나 배경이나 재능을 들먹이며 기본을 무시하는 자칭 실력가들이 있다. 모두 기분에 충실하는 소인배들의 수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고수는 어떤 순간에도 기본에 충실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의 기본이 무엇인가? 바로 믿음이다. 우리에게 그 믿음의 체크리스트가 있는가? 목사가 교인을, 역으로 교인이 목사를 시험하고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시험하고 확증하는 체크리스트 말이다. 이 기본의 능력에 대해 바울은 다음과 같이 갈파한다,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버림 받은 자니라” (고후 13:5).
박계천 목사(유대인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