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세균(細菌, 박테리아, bacteria)과 공생(共生)하며 공진화(共進化)한다
(최근의 연구사례)

장내세균이 풍부한 사람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커다란 근육을 가진 소가 먹고 있는 것은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풀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풀에는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풀로 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장내 세균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음식물은 위를 지나 장으로 들어가서 영양분이 흡수되고 식이섬유처럼 소화가 안 되는 성분은 대장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대장 안에 있던 박테로이데스(Bacteriodes) 같은 장내 세균이 분해하여 단쇄지방산을 만든다. 단쇄지방산은 식초의 성분인 초산, 그리고 부틸산, 프로피온산 같은 분자 크기가 작은 지방 물질의 총칭이다. 이 단쇄지방산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고 전신에 운반되어 지방세포에 도착한다. 지방세포에는 단쇄지방산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으며, 이 센서가 단쇄지방산을 감지하면 지방 세포는 더 이상의 지방을 받아들이지 않아 지방의 축적을 방지한다. 그래서 박테로이데스(Bacteriodes) 같은 세균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살이 안찌고 박테로이데스(Bacteriodes) 같은 장내세균이 풍부한 사람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는 ‘반추 동물’이다. 일단 삼켰던 풀을 내뱉어내서 다시 씹어 영양분을 흡수하며, 이렇게 반추하기 위해 소의 위는 4개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위는 ‘루멘(rumen)’이라 부르고, 어미 소에서는 200리터 이상 들어가는 큰 주머니인데, 풀의 일부는 이렇게 흡수되지만, 두 번째 위를 지나 입으로 돌아와 씹는 과정에서 침과 섞여 혼합되어 다시 삼킨다. 침은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질소를 흡수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삼킨 풀은 세 번째 위에서 발효되고, 네 번째 위에서 다시 소화되어 소장으로 보내진다. 위에서 장내 세균이 하는 일 3가지, 우선 셀룰로오스나 전분 등의 탄수화물을 발효 시킨다. 초산, 부틸산, 프로피온산 등의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소가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두 번째, 미생물의 영양소가 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육식에 다소 굶주리면 풀만 먹는다고 불평들을 하지만 풀만 먹는다고 굶어 죽는 것은 아니다. 소뿐만 아니라 사람도 풀만 먹고 자손 퍼뜨리며 잘 살아가는 인종이 있다.
뉴기니아의 파프족

남태평양, 뉴기니아의 파프족은 주식이 되는 감자만 먹고,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체격이 건장하고, 튼튼한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호흡으로 몸에 넣은 공기 중의 질소를 단백질로 합성하는 장내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양소를 음식으로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랄만하다. 이런 적응 과정으로 그들은 저단백식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단식이나 소식이 굉장히 유행처럼 급속도록 번지고 있다. 매우 적은 식사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비밀은 역시 장내 세균에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장내 세균이 소처럼 되어 있을 것이다. 약간의 곡류나 채소를 먹는 것은 거기서 영양소를 섭취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내 세균에 먹이를 주기 위해 소식을 하는 것이다. 장내 세균에 먹이를 충분히 주면 장내 세균이 열심히 일해서 보통 사람이 내버리는 것도 영양소로 바꾸어 준다. 공기 중의 질소마저도 단백질 원료로 이용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소와 같은 장내 세균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균이 없어 풀만 먹고 살 수 없다. 파프아 족처럼 감자만 먹고, 근육질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파프아 족과 같은 장내 세균이 있어야 한다. 인체에는 사람세포 수에 10배가 넘는 약 1,0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무게는 0.9~2.3㎏으로 추정된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기존에 알려졌던 몇 백 종이 아니라 1만여 종, 여기 담긴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수의 360배가 넘는 800만 개에 이른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인체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집합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 하는데, 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생리뿐 아니라, 건강 및 질환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Turnbaugh et al, Nature, 2007). 인간은 스스로가 먹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 않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 중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중 많은 부분을 분해한 다음에야 인체는 이들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천식,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심지어 비만까지도 체내 미생물 분포와 관계가 깊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도 모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잠재적 병원균이 발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익한 미생물 덕분이다. 실제로 여성의 질 내 박테리아 구성비는 출산을 앞두고 극적으로 변화한다.
인체의 세균종
무균상태인 태아는 출산시 산도를 통과할 때 엄마의 질에 있는 박테리아를 얻는다. 출생 후 2, 3년간 아기의 미생물 군집이 성숙해가는 동안 면역계도 이와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달하면서 이들 미생물이 적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대장으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 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생체의 특정한 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켜온 미생물 그룹을 정상 상재균총(normal floa ornormal microbiota)이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척추동물 선조는 약 4억5천만년전 대장 미생물을 처음 몸 속으로 끌어들였다 한다. 박테리아의 효소를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로부터 더 많은 영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인간은 미생물이 하는 기능부분은 미생물에 의존하며 퇴화하고 또한 미생물의 숙주로서의 역할 부분을 담당하며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오랜 기간을 공진화해 왔다. 사실 미생물은 몸 속 물질과 거처를 제공받는 대신 숙주를 먹이고 보호하는 공생관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균이라고 단정하고 박멸하는데만 매달려 오다가 연구를 통해 들여다보면 인간을 공격만 하는 역기능(逆機能) 만 아니라 순기능(順機能)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혼동에 빠지고 있기도 하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니

그 대표적이 사례가 헬리코박터다. 헬리코박터균은 모양이 헬리콥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주로 위장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킨다. 학명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Helicobacter pylori”다. 줄여서 헬리코박터균이라고 부른다. 한국인의 중 약 55%가 감염돼 있다고 보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과 위암 등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다. 여러 역학연구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적어도 2배 이상 높았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 전향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헬리콥박터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위암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타이완에서 진행한 전향적 추적 연구결과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에게만 위암이 발생했다. 이런 연구결과에 따라 1994년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 100명 중 1~2명에게서 위암이 발생되며,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헬리코박터균 만이 위암의 원인은 아니다. 다른 여러 식이요인과 개개인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위암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박멸해야한다고 봤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헬리코박터균의 공진화(共進化) 연구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사례가 있다. 미국남부의 명문대인 밴더빌트 대학의 바바라 슈나이더(Barbara Schneid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콜롬비아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투쿼레스(Tuquerres)와 해안가에 위치한 투마코(Tumaco)라는 두 지역에서 역학조사를 벌였다. 역학조사 결과 거리가 약 200km 정도 떨어진 두 지역의 주민들은 모두 90% 수준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을 보였다. 특이한 사항은 투쿼레스 지역 주민들의 위암 발생률이 투마코보다 무려 25배가 높다는 것이다. 원인 규명에 들어간 연구진은 대부분 아메리카 인디언의 후손으로 이루어진 투쿼레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헬리코박터균들이 유럽과 동아시아의 것인데 반해,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들로 구성된 투마코 주민들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헬리코박터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투마코의 주민들이 갖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은 그들의 숙주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으나, 투쿼레스 주민들의 헬리코박터균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면서 퍼졌기 때문에 그들의 숙주에 적응할 시간이 불충분하여 말썽을 일으켰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벨상 수상자, 로빈 워런과 배리 마셜
1983년, 호주 병리학 의사였던 로빈 워런과 그의 조수 배리 마셜은 위 조직 검사를 할 때마다 항상 위벽에서 발견되는 균이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헬리코박터균은 이들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줬지만 이제 ‘인류의 공적’이 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이제 ‘헬리코박터’라는 이름만 붙어도 유산균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보통명사가 돼버렸다. 그러나 건강검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헬리코박터균 세균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선 생물학 수업으로 학생들한테 자기 똥을 받아 거기에 든 장내미생물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미생물 연구 과정을 배우고, 수업을 이끄는 연구진은 다양한 대변 시료를 얻어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장내미생물 분포의 변화를 살피는 일석이조 프로젝트라 한다. 지난 2014년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생 40여 명의 똥을 받아 장내미생물을 연구했다. 그는 “대변 시료를 모은다는 낯선 일이 당시엔 흥밋거리가 됐지만 사실 대변의 장내미생물을 추출하고 배양하고 분석하는 것은 많은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정식 연구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의료기관과 함께 유전자가 같거나 매우 비슷한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600여 명의 똥을 모아 장내미생물과 인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여러 편의 논문을 수년째 내고 있다. 국내외에서 장내미생물 연구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생물 유전체와 생물정보학을 연구하는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미생물학과) 교수는 “19세기 중반 프랑스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 발견 이후에 세균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항생제로 퇴치해야 하는 병원체로만 여겨지다가 숙주와 공생하는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불과 10여 년”이라고 말한다. 장내미생물 생태계 균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주목받는 ‘대변 미생물 이식(FMT)’ 시술이다. 이 시술은 치료하기 까다로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술로 발전해왔다. 항생제 때문에 환자의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 특정 미생물이 급증해 세력이 커질 때 심각한 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항생제로도 치료하기 힘든 장질환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천재희 연세대 의대 교수(소화기내과)는 “이식할 대변에 다른 병원체가 섞여 있거나 이식 과정에서 외부 병원체에 오염될 수도 있어 정해진 검사와 보존 절차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현재로선 난치성 장질환에 대한 보조 시술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균형을 이룬 장내미생물 생태계 전체가 장질환 치료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장내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지고 일부 효과가 보고되면서 의학계의 관심도 커졌다. 천 교수는 “앞으로 염증성 장질환뿐 아니라 내분비, 류머티즘 같은 여러 질환 분야에서도 장내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광표 교수는 “미생물 신약 같은 의약품도 5년 뒤쯤엔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은 사람과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똥 속에 있는 장내미생물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그 미생물들이 숙주와 더불어 저마다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추적했다.
장내미생물의 유전자로 밝혀지는 진화의 계통
그랬더니 장내미생물들은 사람, 침팬지, 보노보가 오랑우탕과 갈라져 다른 진화의 길로 분화했던 1500만 년 전 시기에,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공통조상 미생물에서 분화해 저마다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7월 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사람 16명과 야생 침팬지 47마리, 보노보 24마리, 고릴라 24마리의 분변 시료를 채집해 장내미생물들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진화의 계통을 비교했다. 장내미생물들의 분화 시기는 사람,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가 각자 분화해온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숙주인 유인원들이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자 분화하는 시기에 그 숙주의 장내에 사는 미생물들도 숙주와 더불어 나란히 공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장내미생물은 공진화하며 각자 다른 숙주의 식생활, 서식처, 장내 질환에 적응해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연구는 장내미생물이 식생활 같은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아주 오랜 동안 숙주 종과 나란히 분화와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그래서 인류의 진화나 집단이주 같은 역사를 추적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민족마다 다른, 위장 미생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유전형을 비교해 민족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인류학 연구도 이뤄진 바 있다. 원시적인 수렵채취 생활과 현대 도시 생활로 인해 장내미생물 분포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14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낸 논문에서 ‘지구의 마지막 수렵채취인’으로도 불리는 탄자니아의 하드자 부락 원주민과 이탈리아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장내미생물들을 비교했더니 억센 음식을 먹는 수렵채취인의 장내미생물이 훨씬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업화 한 나라에 나타나는 비만, 당뇨, 대장암 같은 질병이 장내미생물 다양성의 감소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