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고사리를 중심으로 양치식물 이야기(5)
제주도의 고사리
지난주에는 한국방문등 한달간의 여행일정으로 본지 발간과 함께 한주[週]도 거르지 않고 지면을 채워 왔던 필자의 칼럼을 게재[揭載]하지 못하였으며 독자 여러분들에게 송구한 말씀드린다. 한국방문중 한국의 고사리천국인 제주도를 답사하려고 하였으나 사정으로 무산되었다. “고사리천국 제주도”를 언급한 것은 한반도에서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과 함께 내륙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양치식물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의 80%가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으니 “고사리 천국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은 1만2천종이고 한국에서는 약 2백29종과 21변종이 발견돼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에 한국방문중 제주도의 고사리서식지를 다시한번 답사하려고 하였으나 지난 10월 초순 황금연휴로 항공표가 매진되어 부득이 행선지를 거제시와 통영시로 바꾸었었다. 고사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는 고사리 축제도 개최하고 행정적으로 고사리나물 판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하고 있는 지방정부이기도 하다.
고사리의 독성문제
매년 고사리새순이 돋는 4월 하순경이면 제주도 서귀포기 남원읍에서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열린다.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귈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뛰어난 자연식품이며, 특히 서귀포 남원지역의 고사리는 맛과 향이 뛰어나 전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고사리는 오래전부터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산나물의 대명사다. 고사리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중국 춘추시대 사람인 백이·숙제가 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했다는 일화가 문헌으로 전해질 정도로 오래 전부터 먹은 산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사리는 성인 여성들의 빈혈·어지럼증을 해소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비타민C는 물론 비타민A·E 등이 풍부해 노화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이뇨작용과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 고사리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시 남원읍은감귤의 아름다운 해변과 중산간의 제주도의 특이한 지명인 포근한 오름, 사려니, 머체왓, 물영아리 등 빼곡한 숲이 있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이따금 고사리의 유해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한다. 암을 유발한다거나 정력을 약하게 한다는 등의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고사리의 누명’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항간을 떠도는 소문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고사리를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사리를 먹어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궐(蕨, 고사리)이 음력 3월 임금에게 진상하는 특산물로 기록돼 있다. 중국 동북부, 일본, 대만, 티베트지역과 함께 뉴질랜드 원주민도 고사리를 섭취해 왔다. 고사리는 영양분도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를 독초로 분류해 식용을 금하고 있다. 항간에는 ‘고사리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식료본초에서는 ‘다리의 힘을 약화해 보행곤란을 일으키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이 오그라들게 한다’고 기록했다. 또 본초몽전에는 ‘양기가 쇠약해지고 다리와 무릎이 약해진다. 절대로 지나치게 먹어서는 안 되는 반찬’이라고 나와 있다. 심지어 동의보감에 조차 ‘많이 먹으면 양의 기운이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고 기록돼 있다. 이같은 부작용은 생(生)고사리의 부작용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부작용은 티아민결핍증과 관련이 있다. 생고사리에는 티아민[thiamine]B1 분해효소인 티아미나아제가 함유돼 있다. 특히 새순일 때 가장 많다. 티아민은 인체에너지대사를 촉진하고 신경·근육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이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각기병이다. 침범부위에 따라 감각저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심혈관질환, 눈운동 이상, 보행이상, 기억력장애 등이 나타난다. 티아민이 성욕, 성기능과 관련 있다는 연구는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성분이 부족해지면 피곤, 우울감이 생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성적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사리가 성욕을 감퇴시킨다는 내용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암이 생긴다는 속설도 있다. 생고사리에는 독성물질이며 암유발 가능성이 있는 타킬로사이드[Ptaquiloside·타킬로사이드]라는 독성물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물질은 쉽게 제거할 수 있어서 고사리의 조리수칙을 잘 따르면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사리는 찬물에서부터 담가 끓는 시점부터 10분 이상 충분히 삶아야 한다고 한다. 살짝 데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사리를 요리하기 전에는 하룻밤 정도 찬물이나 쌀뜨물에 담가 놓는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말린 고사리도 집에서 소금물에 한 번 삶거나 물에 하룻밤 이상 담가두면 안전하다고 한다. 물론 이 물은 반드시 버려야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사리독소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고사리는 독초[毒草]가 맞다. 하지만 적절히 조리해 먹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는 주의해야한다. 고사리와 관련된 속설을 금기시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섭취하는방법을 보다 널리 알려야할 것이다(한동하한의원 원장).
고사리의 분류
일반인에게 식물분류는 생소하고 난해한 분야라고 생각된다. 분류방식도 식물의 외부형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DNA분석을 통한 분류방식으로 바뀌었다. 전공자들도 난해한 문제를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더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치식물의 분류의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면 분류의 기본과 식물진화의 단계도 파악할 수 있다. 식물진화의 가장 기본적인 계통을 서술해보면, 물속에서 잎이며 뿌리가 불필요한 상태에서 서식하던 조류[藻類]가 한단계 진화해서 축축한 땅갈피로 올라온 것이 우산이끼니 솔이끼니 하는 지의류[地衣類]며 지의류에서 한 단계 높아진 것이 양치식물이다. 지의류까지는 물을 끌어들이는 관[管-pipe]이 없었으나 양치식물에 와서야 약간 서투르긴 하지만 물을 끌어 들이는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된다. 양치류에 속하는 식물중에도 파이프설비가 어설픈 것에서 부터 차차 발전되어간 단계를 관찰할 수 있다. 양치류중에서 하등하다고 할 수 있는 부류가 솔잎난류다. 솔잎란류는 완전한 잎과 뿌리가 없으며 이 보다 조금 더 발전한 부류가 석숭류[石松類]다. 석송류는 진화단계로 봐서 육상으로 겨우 상륙한 부류다. 진정한 잎과 뿌리가 없는 식물군이긴 하나 줄기의 표피계가 돌출하여 잎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석송류보다 조금 더 진화한게 속새류다. 몸에 마디가 있고 작은 잎이 돌려나는 등 제법 일반식물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관다발식물로 손색이 없게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속새의 계통은 고세대 후반부터 중세대에 걸쳐 번성한 것으로 지구상에 널리 분포돼 있는 생잔자(生殘者)이다. 석탄기에 속새과와 같은 형태의 것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화석으로 남아 있으며, 석송과와 바위손과와 같이 2억년 이상이나 삶을 계속했던 계통이다. 한국의 충청남도 서해안에 위치한 충남탄전에서 석탄과 함께 석송류 화석이 많이 산출되고 있다. 이러한 화석 식물은 열대 내지 아열대의 기후 하에서 번영한 식물군으로 알려져 있다. 석송류 다음으로 정점에 달한 식물이 양치류다. 양치식물이후에는 겉씨식물[裸子植物]이 나타난다. 겉씨식물중에서 역사도 길고 하위단계라고 할 수 있는 나무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로 구분되어 있어서 암수나무가 적당한 거리에서 마주고 있어야 수정이 된다. 은행나무문(Ginkgophyta)이라는 독자적인 계통군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은행나무는 전세계에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존재하는 식물이다. 마찬가지로 겉씨식물인 소철 역시 소철문(Cycadophyta)이라는 독자적인 문(Division)을 형성하여 대부분의 침엽수(Pinophyta)와는 구분된다. 양치류를 중심으로 진화와 분류를 언급하여 보았다.
고비와 고사리
양치식물의 진화 및 분류계통을 서술하였지만 역시 일반 독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울 내용일 것 같다. 간혹 고사리와 고비의 차이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고사리나물 중에서 최고로 쳐주는 제주산 한라산 고사리는 고사리 보다는 고비인 경우가 더 많다. 고사리는 조금 자라면 약간 푸른색을 띄며 고비는 순 자체가 짙은 갈색을 좀 더 오래 띄고 있으며 솜털이 많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둘 다 새순을 채취해 보면 일반인들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며 제주의 곳자왈에서 자라는 고사리는 고비와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더 정확히 따지려면 뿌리를 캐어 보아야 하는데 고사리는 한 뿌리에서 한 줄기만 올라오는데 고비는 여러 줄기가 올라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고향에서는 고비는 눈에 잘 띄이지 않는다. 과거 고사리는 주로 자연산을 이용하여 왔으나 근래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생고사리의 수요가 점차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경남, 전북, 전남, 강원 지방에서 소규모나마 포장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통경로는 생산자→수집반출상→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체계가 일반적이다. 거래단위는 일정한 기준은 없으나 보통 건고사리는 근(600g)으로, 생고사리는 관(4kg)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고사리는 양지나 음지, 건조지나 습지 등 환경이 불량한 곳에서도 잘 생육하며 비교적 토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유기물이 많고 배수가 양호하여 가급적 관수가 용이한 곳에서 상품성이 우수한 고사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여 전업재배 농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호주에서 고사리채취는 법으로 금지 되어 있어서 재배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사리는 땅의 온도가 17~18℃이상이면 새싹이 나오며 30℃이상이면 경엽이 경화된다. 휴면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온도, 습도 및 햇빛만 있으면 어느 때고 고사리를 생육시켜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고사리 재배강좌나 지방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기술지도 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재배요령은 새싹 눈이 있는 뿌리를 양성시켜 재배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의 4월 경부터 세력이 강한 새싹이 나오는데 재식후 2년째부터 수확한다고 한다. 수확방법은 5~6회에 나누어 어린잎이 펴지기 전의 고사리 줄기를 지면 가까운 부근에서 절단하면 된다. 10a당 수량성은 재식후 2년째의 경우 200~400kg, 3년째 이후에는 500kg이상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말린고사리 가격은 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금[2017]은 1kg에 1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지난 10월에 한국방문중 친척으로부터 건고사리 10만원 어치를 선물로 받아서 시드니 공항검색대에서 제지당할까봐 근심하며 체크품목으로 신고하고 보따리를 내보였지만 마약견의 검사로 끝나고 보여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는 필수적으로 고사리나물을 차롓상에 올리게 되었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