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곤충변태[metamorphosis,變態]의 생명과학(1)
환골탈태[換骨奪胎]는 교훈으로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이며 생물학의 용어는 아니다. 어원을 찾아보니 도교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며 범부[凡夫]의 뼈를 신선[神仙]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선골’로 바꾼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라면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는 없는 이상적인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생명체는 이 개념에 들어맞는 현상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거의 알고 있을 누에의 일생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에의 실을 가지고 비단을 만들어 옷감으로 만들어 쓴 것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된 것 같다. 닭이나 돼지, 소를 가축화하며 가축의 사육과 번식의 지식을 축척하여 왔는데 가축과는 판이한 곤충인 누에를 사육해서 식용도 아니고 비단이라는 옷감을 만드는 정교한 과학적 지식을 축척해 온 것이 경이롭다. 수천년 전부터 누에라는 곤충을 눈여겨보며 면밀한 관찰을 하고 누에가 만든 고치의 실을 풀어서 옷감을 만드는 기술을 창출하며 비단이라는 인기 상품을 만들어 옛날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수 천년간 누에를 사육하다보니 누에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하면서 곤충으로서 인류문화에 끼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었다. 누에는 완전탈바꿈의 대표적인 곤충의 하나이다. 즉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모든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누에는 허물을 4번 벗어야 누에고치도 짓고 번데기도 될 수 있다.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는 바로 거듭난다는 의미이다. 만약 누에가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게 된다. 요즘과 같이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시대에 꼭 맞는 것이 바로 누에의 허물벗기와 탈바꿈이라고 생각한다.
실크로드[비단길]
누에의 변태를 통한 생물학적 환골탈태도 흥미롭지만 기원전에 중국역사상 강대국으로 기록된 한나라 시대에 양잠업도 융성시켜 비단을 서양으로 수출해서 호황을 누렸으며 유명한 실크로드[비단길]까지 개척하기에 이르렀었으니 양잠업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의 변천과 함께 양잠업도 어쩔 수 없이 사양길을 걷게 됐다. 화학섬유가 실크섬유를 압도하다 보니 실크만의 우수성을 상대적으로 잃게 됐다. 의류의 소재인 실크생산의 명분을 섬유에서 찾기에는 역부족이 됐지만 양잠업을 역발상으로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주목하게 됐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가 그 가능성을 밝게 해주고 있다. 사실 한국은 세계적인 양잠 산업 국가였다. 한때 세계 4위의 양잠 국가였던 적도 있다. 1960~1970년대 양잠 산업은 한국에 그야말로 ‘효자산업’이었다. 1962년부터 외화 획득과 농가 소득 증대의 일환으로 육성되던 것이 이 시기에 전성기를 이룬 것이다. 뽕나무 재배면적이 당시 전국의 밭 면적의 10%인 9만㏊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이 등장하면서 좋은 시절은 속절없이 사라져갔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에 실크의 원료인 생사를 쏟아내는 데다 국내에선 인건비가 상승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됐다. 뽕나무밭은 시들어가고 양잠시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재배면적은 1000㏊ 정도로 90%나 줄었다고 한다. 몰락하던 양잠 산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누에로 할 수 있는게 꼭 비단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무엇보다 누에가 사람 몸에 참 좋은 식품이란 소식이 번져 나갔다. 사회에는 마침 웰빙과 건강을 추구하는 물결이 일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건강이야기 하면 내세우게 되는 <동의보감>에도 누에가 건강에 좋다고 언급했을 만큼 오랫동안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던 누에의 효능이 재조명되면서 누에 관련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세상을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즉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의 누에산업이 완전 탈바꿈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큰 밑천을 마련해준 것이 바로 누에산업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0%를 차지했으며 농산물 수출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1976년을 정점으로 급속하게 사양화돼 더 이상 섬유산업으로서의 누에산업이 지속될 수 없게 됐다.
누에를 통해 속속 밝혀지는 새로운 물질
이제는 섬유산업만의 누에가 아닌 먹는 생물누에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 첫 번째로 1995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누에분말 혈당강하제는 가히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누에에 세상의 눈길을 쏠리게 했다. 비단의 누에가 아닌 당뇨병에 도움을 주는 누에로 탈바꿈하게 된 첫 단추가 됐다. 그중 누에동충하초는 건강장수물질을 누에의 몸을 빌려서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동충하초는 중국의 티베트고원지대에서 주로 채집됐기 때문에 제한된 사람만이 이용해 왔다. 그러나 모든 곤충중에 가장 잘 길들여져 있는 누에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됐다. 동의보감 등 고의서에 많이 수록돼 있는 수번데기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왔으며 현시대에 맞는 천연강정제를 만들게 되었다.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화장품, 염색약, 치약, 비누 그리고 기억력증진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BF-7까지 개발했다. 그리고 뽕잎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가바와 루틴이 많이 들어 있어 혈압을 낮추어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를 입증해 뽕잎아이스크림, 뽕잎차, 뽕잎칼국수, 뽕잎수제비, 뽕잎찐빵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오디는 젊음을 유지해주는 C3G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바로 형질전환누에이다. 누에가 실크를 만들어내는 공장자체를 바꾸어 값비싼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하게 하는 것을 미래의 누에산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누에관련 산업은 일찍부터 대표적으로 돈이 되는 농업이었다. 1960~70년대 봄철에 농촌에서 현금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누에고치 판돈이 전부였다. 또 하나는 처음부터 자유무역 형태를 갖춘 농업이었다.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잠업선진국으로 자리하면서 완전 개방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양화된 실크 양잠산업에서 바이오누에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은 바로 선진국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누에와 관련된 연구테마[Thema]가운데 “누에그라”에 관한 이야기다.
발기부전 개선제
Viagra라는 이름은 화이자제약회사[Pfizer.co]에서 일하는 필리핀계 미국인의의제안으로, 필리핀 토속어의 고환을 의미하는 Viag의 복수형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다만 미국에서 이에 대해서 의심을 품는 이들은 많아서, 정력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vigorous와 나이애가라-Niagara를 합성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참고로 나이아가라의 미국식 발음은 나이애가라, 비아그라의 미국 발음은 바이애그라. 서로 발음이 엇비슷하다. 비아그라의 약리작용을 설명하면 간단하다. 음경이 발기 한다는 것은 음경으로 동맥피가 왕성하게 흘어 들어가 음경의 해면체의 공간을 넓혀주고 이상태가 상당시간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음경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사이클릭 ‘GMP’라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돕는 동시에 발기저해 물질인 ‘PDE 5(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를 분해하는 기능이 확인됨으로서 상품화된 발기부전약제가 된 것이다. 약효가 지속되는 내내 계속 발기된 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발기를 쉽고 오래 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약효는 대략 6~10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비아그라는 동맥을 확장시켜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약이었다. 헌데 정작 심장의 동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남성의 성기의 동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던 것이다. 이것은 남성의 성기는 몸 전체를 통틀어 봐도 동맥과 정맥이 가장 가깝게 붙어있는 부위이기 때문인데, 심장에서는 단순히 동맥이 확장되기만 할 뿐이었지만 성기에서는 동맥과 정맥이 꼭 붙어있다 보니 동맥이 확장되면 반대급부로 정맥이 짓눌려 성기로 쏠린 혈류가 다시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고, 이것이 발기를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누에그라 또는 파워그라
그런데 한국의 농촌진흥청의 학자들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발기부전 개선하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누에로부터 비아그라와 맞먹을 만한 물질을 찾아냈다. 누에의 발기부전물질의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 누에의 일생중에 원잠아[原蠶蛾]라고 이름하는 세대가 있다. 쉽게 말해 누에의 알을 받기 위해 짝짓기 할 암수 나방이(나방과 같은 말)를 말하는 것이며 숫처녀, 숫총각의 누에나방이다. 이 가운데 아직 암컷과 교미하지 않은 숫총각 나방이, 문제의 발기촉진 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교미하지 않은 수나방이는 남성력을 강하게 하고 교접을 하여도 피로가 오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궁금증을 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연구의 발제자는 농촌진흥청 류강선 박사다. 1990년대 초반부터 연구에 대한 구상을 해 오다가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것은 1996년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곤충변태[metamorphosis,變態]의 생명과학(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곤충변태.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