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뇌[腦]과학(1)
필자의 친척중에 뇌과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젊은 뇌과학 전문가가 있다. 그는 생물을 전공하면서 연구분야를 몇번 바꿨다. 대학원에서는 양치류에 기생하는 균류를 연구하다가 뇌과학으로 전공을 바꾼 후 사범대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며 뇌훈련을 통한 아동들의 잠재성 계발과 인지능력 증진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뇌활동을 자극하는 교육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뇌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 교육을 통해 영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뇌의 부위별 영역까지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창의성은 물론 바람직한 인성까지 발현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27개 대학에 영재교육원을 지정하였으며 지정받지 못한 다른 모든 대학들도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영재교육원이 없는 대학은 없다고 봐야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잉 영재교육 바람이 분것 아닌가 하는 감을 떨칠 수가 없긴 하다. 영재를 판별한다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 영재하면 지능[IQ]이 높은 아이들을 영재로 인식하였었지만 최근 학자들은 지능뿐 아니라 창조력 사고와 집중력 등 영재성의 범위를 넓게 정의하고 있다. 한 영재교육프로그램 연구 논문 내용을 소개해 본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자기 주도학습 능력향상을 위한 뇌교육프로그램이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에 적합하다고 예상되는 이 프로그램이 그 학습 프로그램 효과와 배경뇌파와 사건관련 유발뇌파를 통한 신경생리적 변화를 검증한 연구다. 뇌교육 프로그램 실시 후에 자기주도학습능력 척도와 채널 뇌파측정시스템을 이용한 배경뇌파와 유발뇌파의 실시간 활성뇌파 차이를 분석하는 연구다. 뇌파를 추적하면서 학습효과를 높이자는 연구다. 다시 말해서 뇌파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인데 강하게 호기심을 유발시켜서 뇌파를 자극하는 학습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진행과정은 지면상 생략 하지만 이와 같은 뇌파자극을 통해 학습한 아동과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습한 아동사이에 차이가 있었느냐는 연구다. 다양한 종류의 뇌파측정기가 유통되고 있으며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뇌파측정기를 설치하고 학습 활동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뇌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실험집단은 비교집단에 비해 인지 동기 행동조절 영역이 유의미有意味]하게 향상되어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뇌는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보고 있기도 하며 ‘뇌’가 과학, 건강 분야를 넘어 교육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유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는 뇌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 생각과 사고, 집중력, 정서 작용, 인성 함양 등 교육의 핵심가치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뇌과학-교육 융합연구
1990년대에 이르러 뇌에 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신경과학 및 인지과학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형태로 발전해왔다. 가장 두드러진 뇌과학-교육 융합연구는 OECD에서 비롯되었는데 1999(4332)년부터 미국과 영국, 일본이 주축이 된 ‘학습과학 및 뇌 연구 프로젝트’는 OECD내 CERI[The 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라는 교육혁신기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교육과학과 뇌 연구가 상호작용하여 연구 및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에 있다. 또한, 뇌과학 분야 최대 규모 학자그룹인 미국 신경과학학회(SFN)에서도 신경교육(neuro-education)에 관한 신경과학-교육 융합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뇌과학과 교육 분야에 있어 대표적인 융합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뇌기반 학습(Brain-based learning)은 2000년대 초 미국 교육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뇌의 성장 단계에 맞추어 교육을 하는 인지발달 교육법, 뇌기반 교수학습 등 다양한 연구를 해왔고, 최근에는 청소년 연수 및 교사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뇌과학 기반 교사 연수로 주목받고 있는 미네소타 대학의 Brain-U 프로그램은 이러한 교육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마련된 것이다. Brain-U는 초기 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것이 최근 들어 고등학교 교사로까지 확대되었으며, 현재 이 프로그램은 NIH(미국국립보건원), NIDA(국립약물남용연구소) 등 미국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 NSF 2002(4335)년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과학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전 생활면에서 인간수행력(human performance)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이다. 즉, 전 인류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또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인간 능력 친화적인 지적,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 기능 특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효율적 학습 및 교육방식, 이른바 두뇌훈련과 두뇌교육의 개발이 이 분야 경쟁력의 핵심이다. 즉, 뇌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뇌과학과 교육의 융합을 통해 창의·인성 함양 및 학습력 증진 방안을 수립하고자 하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뇌과학과 교육의 융합 흐름은 21세기 뇌의 시대를 맞이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앞에 어떠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뇌지도 프로젝트
뇌에는 행동조절 영역이 있으며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검지와 중지가 붙은채 태어난 아이가 있다. 그런 사람의 뇌를 조사해 보면 다섯 번째 손가락에 대응하는 장소가 없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어서 손가락이 네 개밖에 없으면 뇌에는 네손가락에 대응하는 신경밖에 형성되지 않는다. 네 손가락으로 태어난 사람이 분리 수술을 하면 처음에는 같이 움직이지만 일주일 뒤에는 다섯 번째 손가락에 대응하는 장소가 생겨난 것을 확인하였다. 말하자면 뇌지도는 뇌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몸이 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동들의 학습능력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아동기에 행동조절영역을 자극하면 인지영역이 형성되고 문제 해결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유아기의 체육이나 음악 미술 등의 기능이 평생을 가며 작용하는 것은 이 원리인데 나이가 들면서 이와같은 뇌의 영역형성은 점자 쇠퇴하게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아는 내용이지만 의도적인 뇌파 자극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성이나 인성개발하려는 시도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를 위한 각국의 투자도 전례없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여년 전부터 뇌과학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부시(H.W. Bush) 대통령 시절인 1990년 미국은 ‘Decade of the Brain(뇌연구 10년)’이란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3년전[2013]에 오바마 대통령은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13년간 38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무려 7천96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직업창출 효과가 있었다는 정부통계 결과를 제시하면서 뇌지도 프로젝트 역시 의료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뇌의 신비는 아직까지 미진한 상태로 남아 있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뇌지도를 주창하는 이유는 그동안 연구투자의 결말을 짓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델이 인간게놈프로젝트다. 인간게놈지도를 작성해 성공을 거두었듯이 인간뇌지도를 작성하자는 것이다. 오바마는 2013년 두뇌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행사 때 뇌에 대한 연구를 1960년대의 ‘우주 개발 경쟁’과 비교하며 뇌지도 작성 프로젝트에 30억 달러(약 3조1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립보건원장 프랜시스 콜린스에 의하면 뇌를 탐사하는 새로운 신경 기술 개발에 앞으로 10년간 45억 달러가 투자된다고 한다. 미국만큼이나 큰 포부로 시작된 유럽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도 2013년 초기에는 조금 지연된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잘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본 과학자들도 영장류의 뇌를 지도화하는 10년짜리 프로젝트, ‘Brain/MINDS’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콜린스 NIH[미국립보건원] 원장이 추가적으로 설명한 뇌전증(간질), 자폐, 정신분열, 알츠하이머, 외상성뇌손상 등의 치료 가능성을 말한바 있다. 콜린스는 또 미국에만 1억 명이 넘는 뇌질환 환자들이 있으며 치료를 위해 연간 약 5천억 달러의 건강보험료가 지출되고 있으며, 뇌지도 작성으로 거액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에서 뇌를 완전히 지도화하여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밝혀지지 않은 뇌의 영역
뇌는 부위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발달해온 과학적 능력으로 세밀한 내용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눈으로 보고 판단하게 되는 시각령은 뇌의 뒷쪽에 있고 소리를 처리하는 청각령은 뇌의 중심부에 있다. 누가 위치를 결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뇌의 모든 부위가 맡은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인체의 장기[ 臟器]중의 하나인 간[肝]은 몸안의 불필요한 물질이나 독소 따위를 분해하거나 대사[代謝]하는 장소인데 간의 어느 부위가 그 일을 하느냐?는 질문은 넌센스다. 어느 부위나 거의 똑 같은 일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간은 증식 능력도 뛰어나서, 간의 80%를 잘라내도 몇 개월내에 본래의 모습을 되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간과 다르게 고유영역이 있는 특별한 구조다. 소리를 인식하는 자리를 청각령이라고 하는데 청각령은 다시 세분화 되어 있어서 소리의 주파수[hertz]에 따라서 반응하는 장소가 다른 것이다. 낮은음에서 높은 음역으로 반응하는 부분이 정확하게 나누어진 채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전극을 뇌에 꽂아 놓고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뇌 반응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감각령도 청각령처럼 분명하게 나뉘어 있는데 얼굴, 눈, 코, 입, 손가락, 몸뚱이, 발에 대응하는 부분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그림을 뇌지도라고 하는데 그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많이 밝혀지긴 하였지만 신문을 읽는다고 생각할 때 멀리서[6피트-182.4cm]기사제목 읽은 정도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멀리 놓여져 있는 신문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문자를 해독해 보겠다는 것이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뇌[腦]과학(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뇌과학1.png)
